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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제이 Oct 23. 2022

계테크스터디 #4 고?스톱? 좋은 상대를 선택하기

관계의 시작, 만남

 어느덧 네 번째 스터디다. 지난 세 번의 스터디 내용을 요약하면, 1) 우리는 각자 인간관계의 지향점을 정의할 필요가 있고, 2) 관계의 본질과 경향성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며, 3) 때로는 ‘조금' 치사한 태도도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이 인간관계의 전반을 관통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스터디부터는 관계의 시작부터 끝까지, 만나고 가까워지고 다투기도 하다가 멀어지는 관계의 생애주기별 경향성과 요령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A부터 Z까지 모두 이야기하기보다는 각 단계별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포인트 위주로 하나씩 짚어 보겠다.




 첫 번째 주제는 관계의 발단, '새로운 시작을 위해 좋은 상대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새로운 상대를 만나야 한다. 우리는 학교, 모임, 직장 등을 거치면서 새롭게 사람들을 만나며, 의도와 관계없이 사회적 관계 맺기를 강요받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 내가 원하지 않았던 짝과 짝꿍이 된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관계 맺기라기보다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가까우며, 마주한 상대와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고 관계를 연속성 있게 이어갈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만날 지에 대해 우리가 100%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을 만나고 난 후 관계의 Go나 Stop을 외치는 판단은 우리의 자유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매일 상대를 가늠하고 선택하고 있다. 


 Go, Stop이라고 하니 수능 후 친구들과 놀잇감을 찾다가 고스톱을 쳤던 기억이 난다. 나는 '못 먹어도 고!'를 외치다가 자주 쪽박이 나곤 했다. 무한정 선택이 가능하지 않다면, 적당한 순간에 멈추는 것은 중요하다.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친구, 연인, 동업자, 동호회 멤버, 신입사원 등 상대방을 선택하는 것은 마치 카드게임에서 우리가 좋은 패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게임을 시작하지


  가지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여기 카드 100장이 있다. 카드에는 랜덤으로 숫자가 적혀 있다. 우리는 카드가 100장이라는 것만 알 뿐, 가장 높은 숫자가 얼마인지, 어떤 기준으로 숫자가 들어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뒤집어진 카드 무더기에서 카드를 하나씩 오픈하고 나서, 우리는 Go나 Stop을 외쳐야 한다. Stop을 외치면 그 카드는 내 것이 되고 게임은 종료된다. Go를 외치면 오픈된 카드는 버려지고 새로운 카드를 오픈한다. 게임의 목적은 가장 높은 숫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뒤에 더 높은 카드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Go를 외치다 보면 카드가 바닥을 보인다. 반면에 너무 빨리 Stop을 외치면 뒤에 나올 수 있는 더 좋은 카드들을 놓치게 된다. 최적의 선택을 위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관련된 이론으로 Optimal Stopping이라는 수학 이론이 있다. 통계상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처음의 37%에 해당하는 카드는 모두 버리고, 그다음 나오는 카드 중 이전에 나왔던 카드보다 더 높은 카드를 고르면 된다고 한다. 37장까지는 얼마가 나오든 카드를 버리고, 38장 이후부터는 이전에 나왔던 37장들보다 높은 카드가 있으면 무조건 선택하는 전략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37%라는 숫자를 수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당신이 숫자에 꽂히기 보다는 너무 빨리 선택하거나, 또는 너무 선택을 지연하여 선택 가능한 옵션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일단 기준을 높여 최선의 상대방을 선택하려 노력하고, 무리해서 빨리 선택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어느 시점까지 내가 선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염두에 두고, 그 시점이 지나면 과거의 경험에 빗대어 최선의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딱 1명만 선택해야 하는 연인 관계를 생각하면 더 와닿을 것이다. 특히, 소개팅이나 선 시장이 적합한 예다. 주변을 보면 너무 따지다가 결혼 시기를 놓치거나, 아예 처음부터 상대방과의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아 연애도 시작 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우 까다롭게 상대를 선택하는 방식은 매력적인 상대를 만날 가능성을 높여 주나, 시간이 지날수록 만날 수 있는 이성의 범주가 줄어들며 실패할 리스크가 높아진다.


아니다 싶으면 밥만 먹고 빨리 집에 가려 했는데...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Go, Stop을 결정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있다. 나의 예를 들자면, 인사 업무 중 ‘채용’ 업무를 하면서 그러한 상황을 자주 겪는다.


 경력직원 채용을 할 때, 사람을 보는 눈높이가 매우 높은 임원은 면접에서 매우 까다로운 잣대로 사람을 뽑는다. A는 이래서 안 되고, B는 저래서 안된다고 한다. 물론 그 기준을 통과하여 채용된 사람들은 대부분 우수한 편이나, 예상치 못한 결점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 금방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그래서 채용에 소요되는 시간이 불필요하게 길거나 채용이 아예 무산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다.


 새로운 사람을 고르는 것은 게임 캐릭터를 고르는 것과 같다. 게임 캐릭터를 처음 고를 때, 힘과 민첩, 지능 3가지 특성의 능력치가 0~100까지 랜덤으로 나온다 하여, 모든 특성이 100이 될 때까지 무한정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 수는 없다. 매번 최적의 사람을 만날 수는 없으며, 때로는 어떤 점에서 부족하고 잘 맞지 않는 면도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나 또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자. 우리는  필요하면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용기도 가져야 한다.




 최적 선택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가 안 되는 이유보다는 가능한 이유에 조금 더 집중해 보는 것을 권한다. 수십 개의 체크리스트를 두고 이 사람은 키가 작아서 안돼, 이 사람은 말투가 마음에 안 들어, 하고 점수가 미달하는 항목찾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당신의 심사를 쉽게 통과할 수 없다. 대신 되는 이유, 그 사람만의 특별한 장점, 나와 잘 맞는 부분 같은 것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본인이 중요시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되는 이유를 찾아보다 보면 같은 사람에게도 다른 점수가 매겨질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 중, 말하면 누구나 다 아는 패션 쇼핑몰에서 중소형 쇼핑몰을  M&A 하는 투자담당 임원이 있다. 그 친구는 20대 후반부터 쇼핑몰을 운영하고 크게 키워 지분을 팔아 이미 수백억(으로 추정한다) 자산가가 되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었는데, 투자처를 어떻게 선정하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피인수 회사의 경영자의 면모를 가장 우선적으로 본다. 대신 그 사람이 실패할 이유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성공할 이유를 발견하는데 더 집중한다.’ 고 답했다.





 누군가를 람을 드시 선택해야만 한다는 가정 하에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당장 인연이 되지 않더라도 사람 한 명 한 명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길 줄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아니야, 하고 지레 관계를 끊기보다는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 그래야 삶의 선택지도 풍성해진다. 삶의 중간중간 지나가는 장면장면에서 뿌려진 관계의 씨앗이 의외의 순간에 큰 열매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옵션이 풍부해지면 한 사람과의 관계에만 매몰되어 오판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관계의 싹틔우기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고 난 후, 나는 새롭게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로 저녁 모임은 전무했고 자율좌석과 마스크 때문에 도통 사람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엑셀로 같은 조직에 속한 50여 명의 리스트를 따로 만들, 그들에게 열심히 말을 걸 점심식사 (또는 최소한 커피라도) 약속을 잡았다.


 약속 날에는 그들과의 대화에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 진심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이 사람들 중 누군가는 나와 절친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만났다. 반년 정도 지나 리스트에 있던 사람들과 식사나 커피 한 번씩은 빠짐없이 하고 나니, 내게 필요한 사람과 앞으로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더 기쁜 것은 2~3명의 사람과는 속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신과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앞으로 잘 이어질 수 있을 이유들을 당신이 생각해 준다면 좋겠다. 안 되는 이유, 어려운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당신과 나는 얼굴도, 이름도 서로 모르고 어쩌면 평생 만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을 공유하고 이렇게 글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상당히 생각과 코드가 맞을 것이며, 운이 좋다면 언젠가 직접 만나 친한 친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 우리의 스터디와 교감이 관계의 씨앗이 되어, 언젠가 싹 틔울 기회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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