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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령 Oct 21. 2022

신비한 동물 통역

안녕? 동물 친구들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 시대.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 반려인들은 넘쳐나고,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이다.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속 주인공 해리에게는 뱀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는 해리포터를 읽을 때면 종종 나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고는 했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사랑했던 나. 나는 지금도 동물들을 만날 때면 말을 건네고는 한다.


"비둘기~안녕?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

"야옹아~ 오랜만이야"

"짹짹아 왜 이렇게 울어~ 나 일어났어 그만 깨워"


모 프로그램에 나오던 동물과 교감하는 하이디를 보며 자란 나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나처럼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 하고, 말을 건넬 것이라 생각했다. 나의 상상의 호수에는 각종 동물들이 모여 살았고, 나는 그들과 교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교감이라기보단 동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내 나름대로 '그들이 이런 말을 전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란 상상을 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중학생이 되자 이런 나를 특이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있어 나는 길에서 만난 고양이와 비둘기에게 말을 거는 특이한 친구였다. 그리고 나는 문뜩 깨닫게 되었다. 내 주변에서 나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15살의 어느 날, 나는 친구와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비둘기 무리 구경을 하고 있었다. 연신 목을 흔들며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는 비둘기들은 제법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나의 상상 극장에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비둘기 무리 그 치열한 경쟁 사회'라는 주제의 한 편의 치정극이었다.


등장인물

남주 비둘기 #잘생김(?) #용감함 

여주 비둘기 #도도 #무관심

대장 비둘기 #뚱뚱함 #허세 부림

부하 비둘기 #간신배 #치고 빠지기 잘함


비둘기들은 한 마리의 암컷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듯했다. 


"저것 봐! 대장 비둘기가 날개 들어 올리면서 위협하는 거, 저 옆에서 쳐다보고만 있는 게 여주 비둘기 같지?"

"이야~ 자세히 보니깐 정말 그런 것 같다?"


친구는 내 스토리 전개에 굉장히 흥미를 느껴했고, 나의 스토리에 살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이령아, 저 비둘기는 대장 비둘기 부하 인가 봐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부리 움직이는 거 봐"

"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저 위협당하는 비둘기가 남자 주인공 같아. 대장 비둘기랑 부하 비둘기가 공격하는데도 도망도 안 가고 계속 맞서 싸운다." 


여주 비둘기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대장 비둘기와 남주 비둘기 그리고 대장 비둘기를 돕는 부하 비둘기까지 아침드라마 뺨치는 전개에 나는 점점 빠져들었다. 실제로 비둘기들은 연신 발을 움직이며 여주 비둘기를 쫓아다녔고, 그녀를 쫓는 여러 마리의 비둘기들끼리는 계속해서 몸을 부딪히며 알게 모르게 신경전을 벌였다.


"얘들아 그만 싸워~ 여주 비둘기가 귀찮아하잖아"

"남주 비둘기야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봐"


나는 비둘기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비둘기들은 나의 말을 들은 채 만채 했다. 나와 친구는 갑자기 나타난 할아버지로 인해 모든 비둘기가 푸드덕하고 날아가기 전까지 그렇게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비둘기의 연애사를 구경했다.


"와! 진짜 재미있었어"


친구는 태어나서 비둘기를 이렇게 진득이 구경해 본 적은 처음이라며,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니 정말로 비둘기들도 생각을 하며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렇지? 자세히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 보인다니까"

"이령이 너는 진짜 상상꾼이야, 특이해! 그래서 좋아~"


상상병 말기인 이런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 덕분에 나는 그 이후로도 동물들과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나의 상상의 호수에는 점점 많은 동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길에서 만나는 동물친구들에게 “안녕~”이란 인사를 건넨다. 고양이, 비둘기, 귀뚜라미 그리고 지렁이까지 길에는 참 많은 동물친구들이 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인사를 하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아는 애야?”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친구들이 이제는 나의 행동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어두운 길을 걷다가 아무도 없는 공터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는(사실 인사를 하는 중인) 나는 아직도 조금 무섭다고 하더라.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동물들의 말을 사람의 언어로 바꿔보는 상상을 하는 것이 즐겁다. 현재 나와 함께 생활 중인 반려묘 2마리는 굉장한 수다쟁이인데, 나는 우리 고양이들이 하는 말의 90% 정도를 알아들을 수 있다.


"애오오오오오옹~~~" → "밥 줘"

"냥냐아아앙" → "놀자"

"매애애애애앵" → "집사야, 화장실 청소해라"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는 만능 집사가 된 나는 뱀의 말을 알아듣는 해리포터가 더 이상 부럽지 않다. 오늘도 나는 고양이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그리고 대화가 너무 잘 통하는 고양이들을 보며 그런 상상을 해본다. 


'얘들.. 어쩌면 고양이의 탈을 쓴 사람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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