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동물 친구들
등장인물
남주 비둘기 #잘생김(?) #용감함
여주 비둘기 #도도 #무관심
대장 비둘기 #뚱뚱함 #허세 부림
부하 비둘기 #간신배 #치고 빠지기 잘함
"저것 봐! 대장 비둘기가 날개 들어 올리면서 위협하는 거, 저 옆에서 쳐다보고만 있는 게 여주 비둘기 같지?"
"이야~ 자세히 보니깐 정말 그런 것 같다?"
친구는 내 스토리 전개에 굉장히 흥미를 느껴했고, 나의 스토리에 살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저 위협당하는 비둘기가 남자 주인공 같아. 대장 비둘기랑 부하 비둘기가 공격하는데도 도망도 안 가고 계속 맞서 싸운다."
여주 비둘기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대장 비둘기와 남주 비둘기 그리고 대장 비둘기를 돕는 부하 비둘기까지 아침드라마 뺨치는 전개에 나는 점점 빠져들었다. 실제로 비둘기들은 연신 발을 움직이며 여주 비둘기를 쫓아다녔고, 그녀를 쫓는 여러 마리의 비둘기들끼리는 계속해서 몸을 부딪히며 알게 모르게 신경전을 벌였다.
"얘들아 그만 싸워~ 여주 비둘기가 귀찮아하잖아"
"남주 비둘기야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봐"
나는 비둘기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비둘기들은 나의 말을 들은 채 만채 했다. 나와 친구는 갑자기 나타난 할아버지로 인해 모든 비둘기가 푸드덕하고 날아가기 전까지 그렇게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비둘기의 연애사를 구경했다.
"와! 진짜 재미있었어"
친구는 태어나서 비둘기를 이렇게 진득이 구경해 본 적은 처음이라며,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니 정말로 비둘기들도 생각을 하며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렇지? 자세히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 보인다니까"
"이령이 너는 진짜 상상꾼이야, 특이해! 그래서 좋아~"
상상병 말기인 이런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 덕분에 나는 그 이후로도 동물들과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나의 상상의 호수에는 점점 많은 동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길에서 만나는 동물친구들에게 “안녕~”이란 인사를 건넨다. 고양이, 비둘기, 귀뚜라미 그리고 지렁이까지 길에는 참 많은 동물친구들이 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인사를 하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아는 애야?”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친구들이 이제는 나의 행동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어두운 길을 걷다가 아무도 없는 공터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는(사실 인사를 하는 중인) 나는 아직도 조금 무섭다고 하더라.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동물들의 말을 사람의 언어로 바꿔보는 상상을 하는 것이 즐겁다. 현재 나와 함께 생활 중인 반려묘 2마리는 굉장한 수다쟁이인데, 나는 우리 고양이들이 하는 말의 90% 정도를 알아들을 수 있다.
"애오오오오오옹~~~" → "밥 줘"
"냥냐아아앙" → "놀자"
"매애애애애앵" → "집사야, 화장실 청소해라"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는 만능 집사가 된 나는 뱀의 말을 알아듣는 해리포터가 더 이상 부럽지 않다. 오늘도 나는 고양이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그리고 대화가 너무 잘 통하는 고양이들을 보며 그런 상상을 해본다.
'얘들.. 어쩌면 고양이의 탈을 쓴 사람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