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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가은 May 27. 2024

네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오랜만에 네게 편지를 쓰고 있어. 그간 편지를 쓸 기회는 많았는데 길었던 출장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서였는지 차마 네게 글을 쓸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는 변명을 해. 그런 닳은 마음도 네게 좋은 글을 써줄 수 있던 기회였을텐데 아쉽다. 그런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먼훗날 네가 기억할 수 있도록 끝내 써내야겠다는 다짐을 또 하게 돼.


십년 뒤의 네가 있듯 십년 전의 나, 그리고 또 다른 십년 전인 내가 있어. 모두 다르게 이름을 붙이고 싶을만큼 각자 다르게 빛나던 그 시절의 나는 참 무모하고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했지. 사랑에 있어서도 그랬어. 곧잘 사랑에 빠지고 상대와 모든 걸 함께 공유하고 싶어했지. 서운한 것도 참 많고 싸울 이유도 많았는데, 내겐 사랑이란 쉴 수 없는 무엇이었는데 말이야. 그 순간들이 무색하게 지금을 살아내는 나는 사랑이 너무나 어렵다.


서른 두살,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그 나이에 사는 지금의 인연은 너무나 신중해야할 것만 같아. 호감이 가고 관심이 생겨도 그 마음만으로는 쉽게 만날 수가 없더라. 그렇게 계속 만나고 떠나보내기를 반복하다보니 요즘의 난 내 마음이 고장이 난 줄 알았지 뭐야. 상처받을 것 같은 예감이 들면 뒷걸음질치기  바빴으니까. 아직 내 마음은 고장이 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예전의 순수한 열정은 잃어버린 것 같아 슬퍼지네.


너는 지금 미래의 네 사람과 있겠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많은 순간들을 포기할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네 옆에 있을 사람이 다르겠구나. 사실 나는 그 사실에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 지금의 내가 삶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 타인의 삶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 자기 사람에게는 다정한 사람, 동물과 아이를 좋아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자기 일을 책임감있게 해내는 사람, 부정보단 긍정의 에너지를 믿는 사람, 내가 그의 꿈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 아플 때 서로의 옆에 있어주고 싶은 사람, 내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야.


너무 술을 자주 마시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이성 관계도 명확했으면 좋겠어.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주는 법을 배웠고 자기 의견을 올바르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해.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걸까? 주변엔 잘만 만나는 것 같은데 나는 왜이렇게 늦어지는걸까 싶어 조급해지는 밤이야.


하지만 그 조급함이 엉뚱한 길로 널 인도하지 않도록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또 마음을 가다듬을게. 나는 내게 주어진 일도 열심히 하고, 좀 더 따뜻한 생각을 많이 하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도록 나의 언어를 애정깊이 들여다볼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열심히 생각하고 현재를 즐기되, 너무 뭘 충동적으로 많이 사는 경향이 있는 습관은 줄여볼게.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니 스스로를 잘 챙겨볼게.


그러다보면 언젠간 네 짝이 나타나 행복하고 소소한 미래를 같이 그릴 수 있을 거야. 이 모든 외롭고 고독한 시간이 그 시간을 위한 디딤돌인 것을 잊지 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네 사람에게도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자. 비가 와서 더 기분이 쳐지지만, 언젠간 해가 뜨고 웃게 될 날이 올거야. 사랑해, 난 네 편이야.


2024년 4월, 네 친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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