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지 않도록
짧지 않은 시간동안 사회생활을 해보니, 여러 사람을 볼 수 있더라.
좋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나눌 수 있는 사람, 그 또한 그렇지 못한 사람, 인색한 사람, 존경할 수 있는 사람. 등등. 이런 저런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늘 생각한다.
아, 저렇게 하면 안되는구나.
아,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 그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들을 스무살 때부터 한 건 아니다. 훨씬 전부터 해온 듯 싶다. 어리다고 저런 생각 못하는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절대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는 인간상은, 스스로를 기준으로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빌빌 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하대하는 사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 참 비겁하다 생각한다. 말만 들었을 때는 누가 봐도 그런 일은 못된 행동이니 그런 사람이 어딨겠어 싶었지만, 실존하는 인물들이었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는 말로만 듣고, 매체를 통해서 알게 된거라 그냥 어딘가에 있겠지 싶었다. 그리고 세상에 나가보니,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음에 놀랬다.
처음 그런 사람들을 보고는 당황스럽고 신기했다. 드라마에서처럼 공공연하게 보였다기 보다, 은근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서 신기했다. 순간 어떤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휘리릭 지나간 것 같아서 뭐지? 싶었다. 그 때 알았다. 아, 이래서 정신못차리고 있으면 덤탱이 씌일 수도 있겠구나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은 그들의 이기심에 분노했고, 억울했다. 처세술은 또 뛰어나서 본인 잘못도 잘못이 아닌것처럼 둔갑하는 것에 능하고, 본인이 아닌 남이 잘못한 것처럼 바꾸는 말재간도 뛰어났다. 그래서 억울했다. 왜 나는 그런 기술(?)이 없어서 혼날 거 다 혼나고 있나. 그런 사람들보다 더 약아빠지지 못한 게 억울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보며 '참 치열하게 사는구나' 싶은 생각을 한다.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면서 뭐 하나 득 되는 것이라도 얻을까 빌빌 기며 사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역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빌빌 기는 것을 못해서 미련하게 사나보다. 아무튼 그런 태도 자체가 참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기에 방법이 잘못된 건 맞지만,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 자체는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열심으로 내 남아있는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다. 보기에 아직 철이 덜 들었다 생각되고, 그래도 손익은 계산해가면서 처신해야 실속있게 살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상한 자존심만 있어서 그게 잘 안된다. 여전히 그게 마음 속에서 내키지가 않는다.
그래서 내 딴에는 불편하고 손해보더라도 그냥 맘 편하게 옳다고 생각되는 걸 선택하고 싶다. 그 선택에는
비겁함이 없었으면 좋겠고,
이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생색이 없는 선택이었으면 좋겠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이었으면 좋겠고,
현재의 나 스스로에게,
먼 훗날 어느 누군가에게도,
떳떳할 수 있는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아생전 멋있는 사람으로 크고 싶다.
말 뿐인 것 보다 태도와 행동에서 느껴질 수 있는 어른이고 싶다.
나이 먹었다고 나이 어린 사람을 작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육체가 쇠퇴한다고 자꾸 뒤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조언한답시고, 세상만물 다 아는 것 마냥 허세부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앞에서는 멋진 척 하나 막상 필요한 순간에 없는 듯 굴지 않았으면 좋겠고,
스스로를 못이겨서 필요도 없는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고,
가진 게 없어도 나누는 일에 인색하거나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 잘 되는 일에 조바심 내지 말고 축하해주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익숙한 것에 소홀하지 않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앞날의 있을 나의 '어른'은 그랬으면 좋겠다.
점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