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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운 Dec 16. 2021

나에게는 날개가 있어. 이 글이야, 책이야, 사람이야

< 2021 작당모의(作黨謨議) 연말 결산 >

  처음 시작은 하나의 작은 ‘점’이었을 것이다. 소심한 점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찍혔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의도가 있었다 한들 명확한 목표를 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대한 결과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시작은 원래 어설프기 마련이니까. 그다음은 점이 하나 둘 모여들었을 것이고 점이 모이다 보니 서로를 연결하고 싶어 졌을 것이다. 점과 점을 연결하던 미술시간이나 수학 시간에 그랬던 것처럼. 이어진 선들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였고 여기저기 이어지다 보니 두런두런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점과 점의 이야기, 선과 선의 이야기, 점과 선의 이야기... 작당모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얽히어 갔다.




 6월 14일, 작당모의 매거진에 첫 글이 발행된 후,  6개월 여의 시간이 흘렀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것이 작년 5월부터 이니 브런치 생활의 3분의 1을 작당모의 팀과 같이 한 셈인데, '문우(文友)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후다닥 ‘팀'으로 꾸려졌다. 첫 발행을 앞두고 글 하나를 붙잡고 얼마나 엎었다 지웠다, 뒤챘다 뒤흔들었다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회차를 거듭하면서 작가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새로운 시도는 훌륭한 자극제가 되었지만 허겁지겁 따라가느라 진땀 꽤나 흘렸다. 4부작 소설 이어 쓰기, 10 문장 소설 쓰기,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위인전 쓰기라든지... 하는 미션은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한 시도들이었다. 새로운 시도들은 글쓰기를 향한 작가들의 열정인 것이었다.


 2022년에도 더 기발하고 재미있고 유쾌한 글쓰기를 위해 서로 독려하며 글 작업을 계속하겠지만 진샤, 초이스, 진우, 민현 작가가 있어 올 한 해 즐거웠다는 심심한 소감을 밝힌다. 연말은 뭐니 뭐니 해도 시상식의 계절이니, 작당모의 멤버들의 지난 6개월 간의 글 들 중 최고의 글이었다고 생각되는 글 한 편씩을 소개하며 그 이유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글 선정 기준은 간단하다. 작품성, 필력, 소재선정의 탁월성 같은 것은 미안하지만 후순위였다. 나는 글에서 작가의 취향과 성격이 느껴지는 글, 그 작가만의 향기가 있는 글들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글을 써요, 이런 느낌으로 말이죠."라고 말하는 글이 좋다는 얘기다.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글을 골랐다.


<2021년 작당모의 작가들의 '올해의 글' 시상식>

아래의 작가 순은 작당모의를 하면서 알게 된 작가 순이다. 가나다순, 남녀순, 연령순, 이런 거 거부한다.^^


# 진샤 작가

https://brunch.co.kr/@1kmhkmh1/153

 '처음'이란 말은 언제나 설렌다. 진샤 작가의 첫 소설 시도라고 했다. 처음의 이야기는 아무리 지어낸다고 해도 십중팔구 자신의 이야기에 이야기를 덧입힌 것이리라. 그래서 더 애정 하며 글을 읽었다. 진샤 작가의 마음과 생각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글을 읽었던 것 같다. 한 때 불교에 심취해 공부까지 했다더니 불교의 삼법인(三法印 : 제법무아, 제행무상, 일체개고)의 이야기를 빌어 "삶은 고통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없지만 모든 것은 인연으로 일어나고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의 관계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작가의 인생철학이 담겨 있는 글이다. 그 속에서 한 송이 연꽃처럼 피어나길 바라는 열망을 읽을 수 있다.



# 초이스 작가

https://brunch.co.kr/@williams8201/58

  <실시간 검색어 1위> 브런치 북을 읽으며 초이스라는 작가를 상상했었다. 모범생 같은 단정한 얼굴을 한 피리 부는 소년일 것 같았다. 그 소년은 마음 한 곳에서 유머와 재치라는 두 개의 공을 들고 '언제, 어디서나 나는 이 공을 던질 수 있어!' 하며 키들대는 짓궂은 개구쟁이의 모습이었다. 이 글이 그랬다.

20살에 만나 10년 연애한 아내에게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아니고 행동교정 당하는 작가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귀엽다. '앉아 싸'를 강요당하고 아내를 피해 욕조 안에서 석류를 까먹는 일이라든가. 그러나 우리 집에 TV가 없는 것을 찬란했던 아내의 옛 시절에 얹어 아내를 위해 나 자신이 화면조정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는 작가가 바로, 초이스 작가다.


# 진우 작가

https://brunch.co.kr/@jay147/157

 시대를 앞서 태어났다면 이야기꾼, 만담꾼이었을지도 모를 진우 작가다. 이야기의 맥을 잡아 쭈욱 끌어가는 데는 선수라는 얘기다. 그것도   틈도 주지 않고 한꺼번에 글을 읽어내리게 하는 최면술사임에 틀림이 없다.  중간중간에 포진되어 있는 웃음 포인트들은 그의 장기 중에 장기다. 때로는 소설인지, 영화 대본인지, 실제 이야긴지 모를 묘한 글을 쓰는데 결국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마력 같은 매력을 지녔다. 명왕성이 왜행성으로 분류된 것을 특종 르포 형식으로 글을  것만 봐도 머릿속에 (아이디어)’뱅크 들었음이다.  머라고 기자, 거진마리 참만트라 가문, 라이크 세븐 재단 같은 이름을 지어내는 작명의 달인이기도 하다. 신출귀몰의 면모를 보여주는 글이다.


# 민현 작가

https://brunch.co.kr/@illycoffee/102

 민현 작가의 글은 차분하고 정제되어 있다. 집 안과 책상 앞을 말끔히 정리하고 다소곳이 앉아 글을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의 글을 쓴다. 그러나 차분함 속에 철저한 계산이 숨어 있다. 기교 없이 담담하게 쓰는 글이라고 작가 자신은 이야기 하지만 생각과 의도가 거미줄을 촘촘히 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머릿속에 알파고 같은 알고리즘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인생의 황금기가 재수생 시절이라고 한 것부터가 '넌센스'라는 문제에 부합한다. 만화방 가기를 기행 아닌 기행으로 열거하더니 결국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이 두 번째로 잘한 일이라며 결론을 내린다. ‘점수는 무조건 따고 본다’는... 처음부터 이런 의도를 담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지니어스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다. 일이 많아 바빴고 마음 아픈 일도 많았다. 내 몸도 아프다는 신호를 여기저기서 보내왔다. 정처 없이 헤매었던 것 같다. 만약, 작당모의 멤버들의 ‘톡 수다’가 없었더라면, 정해진 순서대로 글을 써내야 하는 ‘숙제’가 없었더라면 나의 글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외로운 투쟁이 되었을지 모른다.

 나는 작당모의 작가들을 만나 날개를 단 것이라 생각한다.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훨훨 날아보자 생각한 것은, 내가 바라는 글에 대한 희망이요, 책에 대한 믿음이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공감의 연대이다.

 내년에도 꾸준히 글 쓰는 사람으로 정진할 것입니다. 글로 오래오래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 이미지 : 더 라스트 북스토어 The Last Bookstore. 미국 LA 소재. 2018년 여행 중 찍은 사진.


4인 4색, 결 다른 사람들이 글쓰기 위해 모였습니다.

제대로 한번 써보자는 모의이며, 함께 생각을 나누며 어울려 살자는 시도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매거진에 글로 작당 모의할 예정이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수작(手作) 들어갑니다~,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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