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본인 친구 #8

교헤이는 문자 메시지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누나가 자살하기 한 달 전, 그녀는 교헤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직장에 너무 다니기 힘들다는 내용의 그 문자를 교헤이는 씹었다. 누나도 엄마와 아빠에게 오염되어 불평을 토해내는 것이라 그리 여겼다. 누나가 다니는 기업은 블랙 기업도 아니었고 악평이 자자한 기업도 아니었다. 뒤늦게야 과한 업무와 지나친 압박이 있었음이 뉴스 기사를 통해 드러났다. 누나는 그 기사를 위한 희생양이 되기로 스스로 택한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고모들은 엄마한테 달려들었다. 네가 죽였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다니기 싫다는 누나를 몰아치고 조롱한 건 언제나 그렇듯 엄마 그리고 아빠였다. 화를 참지 못해 아빠한테 달려들었지만 소용없었다. 50대의 주름진 얼굴이지만 프로 레슬러 출신의 탄탄한 몸을 이기기에 그는 너무나 나약했다. 두 팔이 붙잡혀 바닥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부모는 마음대로 비행기 표를 취소하더니 일주일은 집에 있으라고 말했다. 그들은 중국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1도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미래에 대한 추궁을 반복했다. 교헤이가 내뱉는 말-가장 높게는 외교관부터 낮게는 중국어 강사까지 그들은 모두 쳐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고함을 질러댔다. 나보고 어쩌란 거야. 여름날 마당의 아이스크림처럼 그는 점점 녹아갔다.


탁한 북경의 공기와 마주한 교헤이는 공항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았다. 화변기가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여전히 끝에 살짝 묻어 있는 똥에 구토가 올라온다. 공항 화장실의 양변기에 앉아 그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화변기도 제대로 못 쓰는 병신이다. 그런 병신이 중국으로 돌아왔다. 대체 난 할 줄 아는 게 뭘까. 장을 빠져 나온 오물에게 물어보았다.


-신은 왜 모든 인간을 쓸모 있게 만들지 않았을까? 넌 답을 알고 있니?


반쯤 잘려 속살을 드러낸 똥의 모양이 입처럼 기포를 내뿜었다.


-그래야 쓸모 있는 인간이 누군지 아니까. 신은 그런 인간만 챙기기 위해 너 같은 녀석을 만들었을 거야.


기숙사 방 앞에 빨래 건조대가 놓여 있는 걸 보고 눈치 챘어야 했다. 눈에 띄게 널려 있는 형광 팬티를 보고 대비를 했어야 했다. 교헤이는 그게 옆방 것이라 착각했다. 분명 자기 것이었는데도. 그가 문을 여는 순간, 발을 안으로 들이고 문을 닫는 순간, 이층 침대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그의 발차기는 가슴을 내리쳤고 바닥에 주저앉은 교헤이는 짓밟혔다. 희미하게나마 그 기술의 이름을 들었다. ‘강남 스타일!’ 자신을 공격하는 남자의 모습은 말춤을 추는 싸이의 모습과 흡사했다. 남자는 원하는 만큼 두들겨 팼는지 동작을 멈추고 교헤이를 쳐다보았다. 그게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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