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본인 친구 #9

외국인 기숙사는 1동과 2동, 그리고 3동이 있다. 3동은 원래 학교 행사에 초청받은 귀빈들이 묵던 장소다. 1인실이었던 방에 2층 침대를 넣고 책상을 넣어 완성된 게 3동의 정체다. 1동은 남자 기숙사, 2동은 여자 기숙사인데 둘 다 시설이 낙후되었다. 침대는 얇은 매트리스 1장이 전부고 방충망은 죄다 찢어져 있어 벌레가 득실거렸다. 화장실은 헤어 드라이기를 쓰면 정전이 일어나 수건으로 머리를 말려야만 했다. **대학교 여학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한 달에 불과한 어학연수지만 열악하기 짝이 없는 생활환경에 죽을 맛이었다. 그들의 항의는 대표를 통해 담당 교수에게 전해졌다. 한국에 있는 교수진들과의 회의 끝에 숙소를 3동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건 교헤이가 북경으로 돌아오기 3일전이었다.


총 23명의 학생들은 각각 룸메이트를 정해 방을 배정받았다. 남학생 한 명은 외국인과 같이 방을 써야 했고 그 외국인의 이름은 스가 교헤이였다. 교헤이의 룸메이트였던 니시자와는 방학 동안 방을 뺐고 그 빈 공간을 한 한국인이 대신 차지했다. 그 한국인은 책상 서랍을 열어보았다. 안에는 학생증이 있었다. 볼이 움푹 들어간 짧은 머리의 남자 아래로 이름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


-스가 교헤이? 쪽바리랑 같이 쓰는 건가?


서랍장에는 볼펜 몇 자루, 담배, 라이터, 일본어로 된 시집, 티슈, 샤오미 보조배터리, USB포트 등이 들어 있었다. 수납장처럼 사용하는 붙박이장에는 휴지고 치약이고 가득했다. 도르트문트 팬인지 노란 유니폼이 가득했다. 바이에른 뮌헨에 헤르타 베를린에 축구 유니폼을 입고 다니던 녀석들이 일본인이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았다. 전망이 아주 거지같다. 바로 앞에 건물이 있어 풍경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속아서 중국에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한 교수의 수업을 연강으로 들었다. 그 교수는 전 시간에 중국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한 달 동안 중국으로 블라블라블라....... 졸음에 빠진 그는 그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다음 시간 눈을 뜨고 들은 교수의 말은 중국 여행이었다. 한 달 동안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말. 그는 그 한 마디에 신청서를 냈다. 한 달 전부터 중국어 속성과정을 거치고 오전시간을 온전히 수업에 쓴다는 걸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길게 하품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씨발 노래도 마음대로 못 부르고 중국 좆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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