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본인 친구 #12

스가 교헤이는 김진석의 학교 측에 폭력 문제를 고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전날 핸드폰을 몰래 책 사이에 숨겨 악독한 룸메이트의 폭행 영상을 담았다. 진석과 함께 온 무리들이 머무르는 방을 찾아가 그 영상을 보여주며 교수진들에게 문제를 말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반응은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대장으로 보이는 상고머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국어로 말했다.


-어차피 다음주면 가는데 좀 참아요. 어디 부러지거나 살이 터진 것도 아니잖아요. 조만간 안 볼 사이인데 뭣 땜에 문제를 크게 만들어요?


그들은 더는 교헤이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교헤이는 기숙사 데스크의 담당자를 찾아갔다. 그는 영상을 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짧게 말했다.


-너희들끼리 풀어라. 나보고 어쩌라고.


폭력과 금품 갈취 문제라고 말해도 손을 내저으며 저리 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어지간히 귀찮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쓰더니 자리를 피했다. 교헤이는 다시 가츠라를 찾았고 회의 끝에 공안에 사안을 알리기로 결정했다. 다섯 명의 일본인은 교내 공안을 찾아가 영상을 보여주며 하소연을 했다. 담당자와 달리 공안은 바로 조취를 취하겠다며 기숙사를 향했다. 그들의 입은 귓가에 걸렸다. 어떤 식으로라도 진석에게 한 방 먹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교수들에게 혼난 뒤 무릎 꿇고 사과를 하거나 폭행과 금품 갈취로 교도소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승리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학교 앞 양꼬치 집에서 양꼬치와 우육면을 먹으며 빨리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공안이 그러더라. 네가 날 신고했다고. 너 바보냐? 걔들은 자국민 일에도 신경 안 쓰는 애들이야. 그런 애들이 외국인인 네 문제를 뭐 그리 신경 쓰겠냐. 다음주에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라니까 알겠다고 하더라. 왜, 내가 잡혀가기라도 하는 줄 알았어? 꿈도 커요, 아주.


교헤이는 포장해 온 양꼬치 50개가 담긴 비닐봉지를 떨어뜨렸다. 손가락은 화를 참지 못해 부르르 떨렸다. 진석은 여유롭게 다가와 양꼬치를 물었다. 누나, 진짜 나랑 같이 지옥으로 가겠다는 거야? 교헤이는 진석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반쯤 먹은 양꼬치의 꼬치가 그의 눈을 향하자 동작을 멈추었다. 진석은 양꼬치를 하나 더 꺼내 반쯤 먹더니 그의 목에 가져다 댔다.


-난 말이지, 진짜 찌를 수 있어. 정말이야. 저기 네 트렁크 보이지? 저기 저 정도 크기면 구겨서 넣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공항 가는 길에 근처에 버리고 가면 아무도 모르겠지. 네 일본인 친구들은 난리를 치겠지만 공안이 적극적으로 찾으려 들까? 난 아니라고 보는데?


교헤이는 울분을 참지 못해 울음과 동시에 방뇨를 해버렸다. 진석은 마른 걸레를 교헤이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빨리 닦아, 이 더러운 새끼야! 넌 내가 범죄자로 보이냐? 널 죽이긴 왜 죽여. 살인은 일본인이나 하지 한국인은 하지 않는답니다, 씨발 쪽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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