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천장에 금이 많이 가 있는 걸 소민은 처음 알았다. 평소에 천장을 볼 일이 없다. 하늘도 안 보는데 천장은 왜 보겠어. 그녀는 진석과의 만남을 생각했다. 그는 전형적인 교회 오빠다. 뿔테 안경을 끼고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에 그녀는 마음을 빼앗겼다. 같은 학교라는 걸 알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했다. 그는 같은 학교는 부담스럽다며 선을 그었다. 소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면 꼭 하고 싶었던 멋진 남자친구 만들기에 실패했던 경험을 또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첫사랑은 실패한다지만 두 번째 사랑은 이루고 싶었다. 두 사람은 학교가 아닌 교회에서만 사귀는 티를 내기로 하고 교제를 약속했다. 그는 친절하고 자상하며 말이 많은 남자다. 그런 그가 누군가의 미움을 사다니. 교헤이라는 남자는 사탄인 걸까.
-영광~영광~할렐루야~~ 영광~영광~할렐루야~~ 영광~영광~할렐루야~~ 곧 승리하리라아아아~
낮고 굵게 깔리는 목소리에 소민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예배 중이면 항상 핸드폰 게임을 했다. 강제 모태 신앙을 타고난 덕분에 주말마다 교회에 와야 했고 하루 종일 성경 말씀만 하고 재미없는 유머만 남발하는 교회 사람들과 어울려야 했다. 그들은 서로만 아는 가면을 쓰고 다녔다. 그녀의 고민에 집중하는 척, 공감하는 척 하면서 책상 아래로는 핸드폰으로 카톡이나 하는 사람들. 자기들은 깨끗하고 좋은 말을 쓰면서 주님을 믿어야 된다고 강조하지만 막상 행실은 그리 깨끗하지 못한-그러니까 나한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그러면서 별다른 매력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피로와 염증을 느껴왔다. 그런데 하나의 목소리가 그 어둠을 갈랐다. 그는 어깨만 넓고 목소리는 가벼운 청년부원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노란 머리에 뿔테 안경, 비비크림을 잔뜩 바른 새하얀 얼굴이 미소년 같지만 굵고 강한 목소리는 듬직하고 안락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웃었다. 남자가 미소를 지었을 때 소민은 알았다. 저 남자는 내 사랑이 될 거라는 걸.
부엌 너머로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이 돌아온 걸까? 스가 교헤이, 악마 같은 일본인. 그가 혹시 진석의 머리를 들고 오는 건 아닐까. 아니면 진석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녀의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건 아닐까.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무슨 원한이 그리 가득하기에 한국까지 와서 사람을 죽이려 드는 걸까. 문이 열린다. 그녀의 앞에는 진석이 서 있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커터칼을 꺼내 팔과 다리를 묶은 밧줄을 잘라낸다. 소민은 그의 눈을 바라본다. 슬픔과 고통이 서려있는 그 얼굴에 입을 맞춘다. 두 사람은 서로를 꽉 껴안는다. 진석은 소민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목이 메인 소민은 괜찮다는 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한다. 진석은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준다.
-그 일본인은? 어떻게 된 거야?
진석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본능적으로 불안이 가슴을 찌른다. 소민은 그의 팔을 붙잡는다.
-아니지? 오빠랑 관련 있는 거 아니지? 이거 경찰에 신고하자. 오빠가 혼자 해결할 일이 아니야. 그냥 신고해야........
그는 소민의 손을 잡고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
-아냐, 내가 가야해. 내가 잘못했었고 잘못했고 잘못할 일을 끝내기 위해 가야만 해. 걱정하지 마. 꼭 살아 돌아올 테니까.
소민은 진석을 꼭 껴안는다. 그는 소민에게 자신을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말한다. 그녀는 망설인다. 왠지 이 부탁이 마지막 대화가 될 거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수련회 마지막 날 가족에게 쓰는 편지에 울음을 터뜨리는 초등학생처럼 진석을 향한 사랑이 다시 피어났고 타오르는 모닥불은 꺼질 것을 염려한다. 진석과 소민은 하나다. 그의 문제는 그녀의 문제다. 소민은 자신이 살길 바랐던 거처럼 그가 이 방에 돌아오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잘 다녀와, 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