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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Sep 12. 2024

송이 향기

2부-3화. 동네 경찰 ▶ 송이 향기

밤꽃 향이 번지는 계절을 지나 알밤이 쏟아지는 시절이 시작되면 송이 향이 가슴을 뛰게 하는 시즌이 다가온다. 심마니는 삼을 캐면서 송이가 솟아오르는 시기가 되면 송이도 재빠르게 채취한다.


심마니는 주위에 있는 인삼밭의 성장 정도를 눈으로 확인하며 산에 드는 일이 많아져 4월 하순부터 10월 초까지를 채취 시기로 삼는다. 전통 심마니는 입산하여 하산할 때까지 산삼 외에는 어떤 약초도 채집하지 않았지만, 점차 산삼 외에 다른 약초까지 채집하면서 심마니와 약초꾼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버섯은 죽은 나무에서 발아하여 기생하지만 송이는 살아있는 나무, 그중에서도 소나무에만 기생하여 자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자연산 송이 인공재배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온도, 습도, 토양 및 환경에 아주 민감하다.


송이는 화강암 또는 화강편마암 지대에서 년 평균강수량이 2,000㎜ 이하인 북위 30˚~ 50˚ 정도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지역을 중심으로 소나무림에서 주로 소나무와 함께 살아가면서 버섯을 만드는 공생균으로서 외생균근균이라 불린다. 현재까지 송이는 인공재배가 되지 않으며, 일정한 기간에만 자실체를 형성하여 이상저온으로 시원해진 여름철이나 가을철인 9월 초순에서 10월에만 생산된다.1)


재 너머에 심마니로 명성을 날리다 몸이 닳아 귀촌한다. 술고래로 유명한 고주망태 노인은 알코올 중독에 선망증세가 심해져 천년고찰 기운을 받고자 신선계곡 산기슭에 자리를 틀었다. 몸이 엉망이라고 하지만 산에만 오르면 행동이 얼마나 빠른지 누런 살쾡이로 변한다. 요즘 마을 뒷산에 붉은여우가 자주 목격된다는 소리를 듣고 산 채로 여우 몰이를 하려 뒷산에 자주 올라 젊은 시절 기량을 만끽하고 있다.


"동네 경찰 여기 한 번 와 봐"


"저 밑에서 미친 여자가 치마를 걷어 올리고 부채질을 해"


"내가 미쳐버릴 거 같아"


"조금만 기다리세요, 바로 확인해 볼게요"


노인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돌봐줄 가족이 없어 면에서 가끔 찾아와 쌀과 찬거리를 챙겨주며 도움을 주고 있다. 노인은 동네 경찰을 보자 저기 산중턱쯤에서 썩은 내가 진동한다며 미친 여자가 분명 자기를 못살게 굴려고 냄새를 풍긴다며 빨리 처리해 달라고 큰 소리로 요구한다.


"얼른 찾아봐"


"지금은 어두우니 날이 밝으면 확인할게요"


"너희들 무서워서 그러지"


"이 겁쟁이 녀석들"


"니들이 무슨 경찰이라고"


살쾡이 노인은 오랜 산타기로 무릎이 닳아 산행이 어려운 상태다. 젊은 심마니 시절 꿈속에서 붉은여우를 따르다 다음 날 산에서 가족삼 수십 뿌리를 만나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벌었다. 주점에서 만난 여우와 살붙이처럼 지냈지만 집을 비우는 일이 비일비재해 여우와 헤어진 뒤로 술독에 빠져 지금까지 자맥질이다.


한때 사랑하는 여우와 오손도손 자식을 낳아 살아보려고 관계를 맺으면 여우가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데 그 향기가 송이 향이랑 똑같아 여우가 떠난 뒤부터 산삼보다는 송이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산중턱에서 미친년이 치마 속바람을 부채로 보내는데 그 냄새가 썩어 문드러지게 고약하다며 빨리 처리해 달라고 를 쓴다.


이 세상에는 식용버섯이 약 2,000여 종으로 보고되나 국내의 경우 능이버섯과 송이버섯 등 약 30여 종이 재배 또는 채취되고 있다. 송이는 한국은 물론 환태평양 연안 국가 등에서 상업적으로 아주 중요한 경제성을 가지고 있는 야생버섯이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지역을 중심으로 자생 소나무림에서 주로 채취가 되고 있다. 송이는 살아있는 소나무와 함께 살아가면서 버섯을 만든다. 송이는 인공재배가 되지 않으며, 일정한 기간에만 자실체를 형성하는 희귀성과 계절성을 지닌다.2)


송이의 특징적인 향기 성분은 1-octen-3-ol과 trans methyl cinnamate로 알려져 있으며, 3-octanone, 3-octanol, β-fenchyl alcohol 등도 송이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송이의 향기 성분은 생산 지역, 부위 등에 따라서 함량이 다르며, 완전히 전개된 송이버섯의 갓 부분에서는 trans-methyl cinnamate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송이 고유의 향기 특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3)


송이는 한국, 일본, 중국 등지의 소나무 숲에서 발생하는 식용 및 약용버섯으로 맛과 향이 뛰어나 최고의 버섯으로 취급되고 있다. 또한 항암활성 및 면역강화, 콜레스테롤 억제, 항당뇨, 혈액순환 증진 등의 다양한 생리활성이 보고되고 있어 기능성식품 및 의약품 소재로 크게 주목받고 있으며, 송이는 채취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도가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에, 신선도 유지를 위해 약 3일 이내에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송이는 급속냉동하여 저장하고 있다.4)


동네 경찰은 날이 밝자 노인이 말한 장소로 수색을 시작한다. 산기슭에 저편에 검은 형체가 보이는데 다가서서 자세히 보자 멧돼지 사체가 보이는데 흙에 묻어둔 사체를 들짐승이 파헤쳐 구더기와 파리가 모여 주변을 소란스럽게 시장터로 만들어 놓은 상태다. 죽은 사채로 인해 썩은 내가 노인이 사는 곳까지 들르기 어려워 보였지만 깊게 흙을 파 사체를 묻는다.


"어르신 저기 두릅나무 밑에 멧돼지 사체가 있어 냄새가 났나 봐요"


"멧돼지 사체를 치웠으니 이제 괜찮을 거예요"


"아무튼 고맙네"


"내가 죽을 때가 되어 귀신이 씌었나"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서 붉은여우가..."


"아니야 가 괜한 이야기를 꺼냈어"

  

노인의 아버지는 고향이 함경남도 북청이라 정월 대보름 무렵이면 탈을 쓰고 사자로 꾸며 집집마다 다니면서 춤을 추어 잡귀를 쫓는다. 선친은 정월 보름이 아니더라도 잡귀가 자주 나타난다는 마을에 초청되어 사자놀음을 하는데, 어느 날 놀이 준비를 하고 있던 중 같이 연희를 하던 거지양반이 갑자기 목에 탈이나 기침이 심해져 소리도 못 낸다. 영험한 무당에게 점을 보니 잡귀가 들었다고 한다. 무당은 산신령이 점지해 준 도라지를 달여 먹으면 목이 트일 거라며 부적을 써준다. 이미 행사가 며칠 미뤄져 궁여지책으로 도라지를 찾아 산에 오른다. 한참을 오르다 도라지를 찾지 못해 산을 내려오던 중 붉은여우를 만나 백 년 묵은 산도라지를 구해 사자놀이 팀원들과 함께 끊여 먹는다. 그 뒤 모든 연희자들의 목 상태가 너무 좋아져 이 마을 저 마을 끊임없이 불려 다니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1) 정덕영, 이교석, 이종신, 윤영남 (2008). 경북 봉화와 강원도 간성 지역의 송이자생지 산림토양의 특성. 한국토양비료학회지, 41(3), 206-213.
2) 정덕영, 강명기, 박선남, 서미자, 이종신, 윤영남 (2006). 송이버섯 자연 군락지의 곤충상. 한국응용곤충학회지, 45(2), 153-159.
3) 윤정아, 신인웅, 박은희, 이하연, 김명동 (2020). 송절편을 첨가한 송이주의 향기 성분.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지, 48(3), 316-321.
4) 김영언, 양지원, 이창호, 권은경 (2009). 송이의 ABTS Radical 소거능과 암세포 생장 억제효능의 검색.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38(5), 555-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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