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을 채취하는 것을 돋운다라 한다. 산삼을 뽑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들어 올리며, 흙을 턴다는 의미이다. 돋우는 방법은 지상에 올라온 삼의 길이에 약 2∼3배 주위부터 파서 점차 안쪽으로 좁혀든다. 산삼은 배수가 잘 되는 곳에 있고, 뿌리도 서 있기보다는 옆으로 누워 있어 쉽게 돋울 수 있다.
심마니는 산삼에 쇠붙이가 닿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하여 괭이를 쓰지 않고, 맨손으로 채취한다. 돋운 산삼은 바위옷인 이끼로 감싸고 파낸 흙과 함께 묶어서 가져온다. 채삼 후에는 그 주위에 산삼이 더 있는지 확인하고 산을 내려온다.
노인의 아버지는 고향이 함경남도 북청인데 전쟁이 터지자 남으로 내려와 강원도에 정착한다. 강원도와 함경도는 바로 붙어 있는 지역이라 생활환경에도 문제가 없고 주민 성향도 비슷하다. 선친은 전쟁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정월 보름이면 남사당패와 사자놀음을 한다. 사자에게는 사악한 것을 물리칠 힘이 있다고 믿어 잡귀를 쫓고 마을의 평안을 비는 행사인데, 마을마다 사자를 꾸며 이웃 동네 사자들과 함께 경연을 벌인다.
사자놀이는 대보름 행사에 하나로 음력 1월 14일 밤부터 횃불싸움이 시작되면 15일 새벽까지 계속되는데, 16일부터는 초청받은 유지의 집을 돌며 논다. 사자가 안뜰을 거쳐 안방과 부엌에 들어가서 입을 벌려 무엇인가를 잡아먹는 시늉을 하고, 다시 마당에 나와 활달하고 기교적인 춤을 추는데 이때 주인의 청에 따라 부엌의 조왕과 집안에 모셔 놓은 조령에게 절을 한다. 아이를 사자에게 태우면 수명이 길어진다 하여 사자에 태우기도 하고, 장수를 빌며 오색포편을 사자몸에 달아주기도 한다. 집집마다 돌며 거둔 돈이나 곡식은 마을의 장학금, 빈민구제, 경로회비용 및 사자춤비용 등에 사용한다.1)
어느 날 놀이 준비를 하던 동료 연희자에게 잡귀가 붙어 목을 쓰지 못해 사당패를 깨려 할 때쯤 붉은여우가 점지해 준 백 년 묵은 산도라지를 달여 먹고 자식을 보는데, 그 자손이 바로 누런 살쾡이다. 노인은 한때 잘 나가는 심마니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술에 절어 천지분간이 되지 않는 상태로 지내자 동네 사람들은 그를 고주망태 술주정꾼이라 부른다. 술이 어느 정도 몸에 들어가면 정신이 들어 예전 심마니로 바뀌는데, 나이에 비해 몸이 날렵한 누런 살쾡이로 변태한다. 얼마 전 산기슭에서 붉은여우 움직임을 포착한 살쾡이는 죽기 전에 한번 지체 높은 가족삼을 만날 거라는 믿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심메마니는 채삼 하기 전에 산삼을 향해 삼배 반의 절을 올리는데, 첫 번째가 산삼을 본 것에 관한 감사의 의미이고, 두 번째가 삼령이 심마니의 나이보다 많기를 바라는 의미이며, 세 번째는 좋은 산삼이기를 소망하고, 마지막으로 산신에게 절을 올려 감사를 표하는 의미다.
심메마니는 산삼을 캐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심마니, 심꾼, 삼꾼, 삼메꾼, 채삼인, 채삼꾼, 산척 등 다양하게 불리고 표기되어 왔다. 여기서 심은 산삼, 메는 산의 고어이며, 마니는 범어에서 큰 사람을 뜻한다. 심메마니는 심마니의 강원도 방언이다. 통계청 한국표준직업분류에 의하면, 심마니는 임산물채취종사원 중 산삼채취원 또는 산삼채취자로 직업을 밝히고 있다. 현재 설악산, 치악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지리산 등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심마니는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 추정할 뿐 정확한 수치는 모른다. 상당수 부업채삼인으로 추측한다.
심마니가 산을 재는 곳은 산의 7∼8부 북쪽 능선으로, 70∼80% 정도의 그늘진 계곡이나 경사진 곳에 통풍이 잘되고 시원한 곳이다. 세부적으로 ① 부엽토질인 곳 ② 큰 바위 상부와 좌측과 우측면 ③ 안개가 머물러 있는 곳 ④ 큰 나무가 많이 있는 곳 ⑤ 큰 나무 밑과 옆 ⑥ 양지라도 나무가 햇볕을 가려주는 곳 ⑦ 산의 정상 아래로 골짜기 상부 ⑧ 한기가 느껴지는 곳 ⑨ 경사지에 평지와 같은 곳 ⑩ 산죽밭에 산죽이 없는 자리 ⑪ 썩은 나무가 누워 있는 곳이다.
산을 재지 않는 곳은 ① 굵은 모래의 산 ② 밤나무골 ③ 가시나무가 많은 산 ④ 벌목하여 그늘이 적은 곳 ⑤ 잡나무가 많은 곳 ⑥ 산불이 발생한 곳 ⑦ 암벽과 바위가 많은 산 ⑧ 설피에 물이 묻을 정도의 습지대 등이다. 결국, 심마니의 경험을 토대로 반양반음의 환경에서 자라는 산삼의 특성과 동물에 의해서 씨가 전파된 것을 고려하여 잰다. 산속에 동물들이 잠시 쉬는 곳이 반영된다.
일반적으로 산을 잴 때 나무 사이에 돌을 끼워 놓는다. 때로는 남이 잘 알지 못하게 나무에 직접 표시하기도 하지만 나무가 자라면 소용없다. 심마니는 꿩과 까마귀를 길조로 여기고 발길을 잡는다. 꿩과 까마귀가 산삼 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런 살쾡이는 붉은여우가 지나간 두릅나무를 지나 금송이 펼쳐진 자리에 하얀 돌을 끼워 놓고 몇 날 며칠을 샅샅이 훑는다. 여름휴가철이 끝나가는 무렵이면 신선계곡에도 방문객이 줄어든다. 이때가 되면 슬슬 산에 들어 산삼이나 송이를 만나는 시기가 찾아왔다는 알림이다.
산에 드는 시기는 더위가 식고, 일교차가 커지는 처서(양력 8월 23일경) 이후로 날을 잡는다. 처서가 지나면 영양분이 뿌리로 내려오고, 산삼의 열매와 잎을 구별하기 쉽다. 6월 말부터 열매는 붉게 익고, 잎은 단풍이 들어 다른 풀과 구별된다. 채삼은 한로(양력 10월 9일경)를 지나 상강(양력 10월 24일경) 무렵이면 마무리한다. 한로를 산삼 환갑날이라 하는데 한로가 지나면 기온이 떨어지면서 약효가 떨어진다. 이는 약효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잎이 떨어져 더 이상 채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산에 드는 날은 홀수 일로 맑고 쾌청한 날, 그리고 손이 없는 날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산에 드는 날은 호환을 막고자 호랑이날은 피한다. 산에 드는 날은 가족에게도 비밀로 하고, 집에서도 산에 드는 날을 묻지 않는다.
심마니는 산에 드는 날이 정해지면 근신하며 생활한다. 첫째, 어인마니의 집에 금줄을 치고, 대문 앞에 두 줄의 황토를 깔아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막는다. 둘째, 일주일 전부터 목욕재계를 하고 부부관계를 피하고 바깥출입을 삼간다. 셋째, 상가를 출입하지 않고 상주를 만나는 것도 피한다. 넷째, 번잡한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하여 결혼식, 백일 집, 돌집 등에 가지 않는다. 다섯째, 여성에 관한 금기 사항이 철저하다. 그 밖에도 마당너구리와, 마당꿩 등을 살생하지 않고 짐승 고기를 먹지 않는다. 현재에 비춰보면 금기의 목적은 몸을 정갈히 하여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산에 올라 삼령이 오래된 삼을 만나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누런 살쾡이는 주점에서 여우를 만나 살림을 차렸는데 하는 일이 삼을 캐는 업이라 산에 드는 날이 다가오면 근신 생활을 해야 한다. 여우는 살쾡이의 이런 행동이 못마땅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면 어떻겠냐고 다툼을 벌이지만 살쾡이는 산에 들어서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구들장에 솟아오르는 연기처럼 사라져 무거운 짐을 훨훨 털고 제집 드나들듯 오르고 내린다.
여우와 살림을 차리고 난 뒤 반복되는 다툼으로 근신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살쾡이는 이후 채삼을 해도 삼령이 30년 이상된 산삼을 만나지 못해 예전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벌이도 시원치 않아 어느 순간부터 산에 올라도 마음이 편치 않고 불편함이 가득하다.
가끔 채삼 한 삼령이 백 년 단위로 부풀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 산의 모습은 1960년대 산림녹화사업 이후로 이뤄진다. 산삼 품은 산을 재는 조건이 살아있는 소나무 밑으로 반양반음 생장을 고려할 때, 백 년 이상 된 산삼이 존재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지금은 산삼과 인삼을 구별하지만 과거에는 삼 또는 인삼이 산삼이었다. 인삼이 사람의 형상을 닮았기에 붙여진 형태의 산삼이나 현재 인삼의 의미는 사람의 손을 거쳐 재배한 삼이다. 재배 삼은 가삼을 근거로 1790년 정조 23년에 가삼과 더불어 인삼밭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그러나 12세기 전후 고려 시대에 중국의 조공 요구와 우리나라 왕실의 공물 요구로 가혹한 삼폐를 피하기 위한 삼 재배를 시작으로 본다.
산삼 잎은 주변 풀보다 먼저 싹이 돋고, 먼저 단풍이 들어 떨어진다. 심마니는 새잎이 나와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소만(양력 5월 21일경)부터 잎이 져서 식별할 수 없는 상강(양력 10월 24일경) 전후까지 산에 든다. 근래 들어 심마니는 주위에 있는 인삼밭을 눈으로 확인하고 산에 드는 사례가 많다. 즉, 양력 4월 하순으로부터 10월 초까지를 채취 시기로 삼는다.2)
계속되는 채삼으로 고단한 살쾡이는 커다란 비닐에 나일론 줄을 나무 사이에 걸쳐 삼각 형태로 만들고 김장용 비닐 안으로 몸을 넣고 잠을 청한다. 꿈속에서 붉은여우가 나타나 꼬리로 살쾡이의 오른쪽 발바닥을 간지럽혀 손으로 발바닥을 탁 치는 순간 뭔가 뾰죡한 바늘이 발등에 꽂히는 아픔을 느껴 벌떡 일어나려고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그대로 쓰러진다. 삼일 동안 쓰러진 상태로 생사를 넘나드는 절체절명의 시간이 흐른다.
사일째 날 경찰과 소방관이 찾는 소리에 정신이 든 살쾡이는 주변에 있던 부러진 나무로 스테인리스 컵을 때려 누워있던 장소를 알려 구조대가 병원으로 옮긴다. 뱀에 물린 발등은 썩어 다리를 잘라야 덧이 없다고 하지만 살쾡이는 끝까지 절단만은 안 된다고 고수한다. 자르지 않으면 매일 항생제와 진통제를 달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들은 채도 하지 않는다.
썩어가는 발을 가지고 산에 들 수 없어 벌어놓은 돈을 모두 소진하자 여우는 더 이상 살쾡이와의 연을 잊지 못하고 떠난다. 여우가 곁을 떠나자 자포자기한 살쾡이는 매일 술에 쩌들어 산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이 피폐한 살쾡이는 어떻게든 집 떠난 여우를 되돌리기 위해 절치부심 전어 굽는 심정으로 재활에 돌입한다.
집 떠난 여우의 고향이 천년고찰이 있는 신선계곡 주변이라고 주워들은 살쾡이는 여우의 흔적을 찾아 천년고찰 산기슭에 수년 전 주인 떠난 빈집을 거쳐로 삼은 채 여우의 행방을 찾고 있다. 누런 살쾡이는 아픈 다리에서는 고름이 나고 딱지가 지고 또 고름 나고 상태가 최악이다. 병원 치료를 거부한 살쾡이 다리는 붕대로 칭칭 감았지만 옆에만 있어도 썩은 내가 진동한다. 이제는 진통제 처방도 말을 듣지 않아 매일 술로 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