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는 체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친구를 만나러 뛰어나갔고,
새벽까지 수다를 떨거나 즉흥적으로 여행을 가도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했다.
피곤하면 잠 한 번 푹 자고, 술을 마셔도 하루면 회복되고,
시간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땐 몰랐다.
그게 젊음의 혜택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혜택이 영원할 거라 착각했다.
그러다 지난주,
제주도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온 월요일 아침이었다.
예전 같으면 가벼운 피로로 넘겼을 텐데 그날은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눈이 감기며 꾸벅꾸벅 졸았다.
몸이 피곤하여 일에 집중을 못하다보니
팀장님이 요청하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그때 비로소 확실히 알게 되었다.
몸이 버티지 못하면 마음도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리면 하루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
예민함의 문제가 아니라,
내 체력이 새로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부터 나는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예전엔 감정이 먼저 흔들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체력이 흔들리니 마음이 뒤따라 흔들렸다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30대의 몸은 20대처럼 무작정 버티는 방식으로 살 수 없었다.
피로가 쌓이면 감정이 예민해지고,
감정이 예민해지면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쉽게 부서졌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깨달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인간관계도 흔들린다.
예전에는 에너지가 많아 사람들을 만나도 즐거웠고,
누구와 있어도 분위기를 맞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체력이 부족하면
좋아하는 사람과의 만남조차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기 시작했다.
조금 더 쉬는 날을 만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고,
하루를 버틸티는 힘을 몸에 다시 채워 넣는 연습을 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변화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의 에게는 삶이 다시 안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몸이 회복되자 마음이 돌아왔고,
마음이 제 자리를 찾으니 세상도 다시 부드러워졌다.
30대에 들어서야 깨달았다.
체력은 단순히 ‘몸의 힘’이 아니라
내 하루의 분위기와 감정의 안정,
그리고 나다움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