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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칼두 Oct 17. 2020

엄마2

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03 

그렇게 나는 엄마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 가족, 정확히는 아빠와 나. 그리고 엄마까지.

경기도 산본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곳에 살 이유는 없었다. 


나에겐 두 고모가 있었다. 큰고모와 작은 고모.

작은 고모가 살고 계신 안산으로 이사 간다. 고모는 음식 솜씨가 좋았고, 아빠는 살림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으므로. 도움이 필요했던 거 같다. 이젠 그때 왜 안산으로 이사갔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그렇게 우리 가족은 안산으로 이사 간다. 

아빠가 돌아가실 때까지, 나는 약 20년 정도 안산에 살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우리 집에서 살게 된다.

사실 할머니는 큰아버지 댁과 왔다 갔다 했다는데, 그 시기가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

이젠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렇게 나에겐 엄마는 할머니로 대체되는 느낌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친구들과 하게 됐다.

그러다가, 나는 엄마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나에게 불쌍하다고 했다.

나는 엄마가 없는 게 왜 불쌍한 건지 잘 몰랐다. 그리고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저 없는 것인데.


어쨌든 엄마가 없다는 게, 남들과는 다른 점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아빠가 돌아가시기 20년 동안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잘 말하지 않았다.

정말 필요한 게 아니면.


가족들은 엄마의 공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줬다.

소풍을 가면 온 가족들이 다 왔고,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으면 다 와주셨다.

그래서 내 기억엔 엄마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엄마가 섭섭할 수도 있지만.


다만, 엄마가 가진 그런 감성들. 좀 배우고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이 된 걸 보면.

유전자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일지도.


그래서 나에겐 엄마는 아주 흐릿한 사람이다. 그립지만, 무엇을 그리워야 할지 잘 모르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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