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02
엄마의 이야기를 꺼내려니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듯하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게 좋겠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엄마는 1967년생. 경기도 오산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엄마 형제가 꽤 많은 걸로 기억한다.
이모가 한 4명쯤에, 외삼촌이 한 명 정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한 여대의 영어영문학과를 나오셨다.
성격은 조용한 편이고, 감성적인 분이었던 것 같다.
그녀가 남겼던 과거의 일기장을 가끔 읽어보면. 그녀의 감성이 느껴지는 일기와 그녀가 사랑했던 시 구절들이 적혀있다.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억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는 2000년 2월에 돌아가셨다. 내가 5살 때였다.
어린 시절엔 그냥 죽었구나.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돌아가신 나이는 33살.
지금 내 나이와 7살 차이이다. 7년이 지난다고 사람은 그다지 철이 들지 않고, 삶에 초연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끔 사회에서 만난 친한 형, 누나들을 만나는데 30대~40대인데, 여전히 철이 들지 않았음을 느껴진다.
그들과 비슷한 또래였던 엄마는 33살의 나이가 돌아가셨다.
얼마나 무서웠을지.
엄마는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31살의 나이에 걸려, 약 3년을 투병하셨다.
그러니까 내가 3살 때 걸리셨고, 5살에 돌아가신 거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기억이 별로 없다. 이미 누워있었으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게 나을지. 아니면 힘들더라도 추억이 있는 건지.
엄마의 마지막 기억은 오후 5시였다. 119가 집안으로 들어오고 , 나는 거실에서 SBS에서 방영하는 포켓몬스터를 보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순간만 기억한다.
119는 엄마를 데려갔고, 나는 그 순간만큼 잊지 않겠다고 TV 위에 있는 자명종 시간을 봤다. 그 시간이 오후 5시.
그리고 그 장면을 기억했다.
그런 생각도 한다. 어린 시절에 일부러 잊으려 했는지.
엄마의 장례식이 있던 날. 나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충격을 받을까 봐.
그래서 나는 고모 집에서 장례기간에 머물게 되었다. 고모와 할머니와 함께.
그런데 내가 너무도 울었다고 한다. 평소와 다르게.
나는 그다지 우는 성격이 아닌데.
장례가 끝난 후, 아빠는 고민하셨다고 한다. (고모에 따르면)
나에게 엄마의 죽음을 말해야 할지.
하지만 결론은 말해야겠다는 결론.
아빠는 나한테 말했고, 나는 펑펑 울었다고 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아빠가 그 순간 얼마나 고민했을지. 신경 쓰인다.
물론,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아빠가 죽고, 고모와 이야기할 때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엄마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