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울림은 결코 우리가 정지시킬수없는 거대한 순환의 한 조그마한 부분
열일곱 살의 카알 로스만은 하녀의 유혹에 빠져 그녀에게 아이를 갖게 했다.
세 개의 창문 너머로 파도치는 바다를 보았고, 경쾌하게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니 마치 기나긴 닷새 동안 줄곧 바다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서로 엇갈려 지나가는 큰 배들은 육중한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중략) 이 모든 광경의 뒷면에는 뉴욕이 있으며, 마천루의 수십만 개 창문들이 카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방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카알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실종자> p18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만 해요.
"예"와 "아니요"를 분명히 말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진실을 전혀 알지 못해요.
내 말대로 하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 카알이 화부에게 남기는 말 -
아침저녁으로 또 밤의 꿈속에서도 이 거리는 항상 복잡한 교통으로 혼잡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거리는 일그러진 사람들의 모습과 각종 차량 지붕들의 혼합물이었는데, 그것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점에서부터 흩어졌다. 여기에서 소음과 먼지와 악취의 복합적이고 요란한 새로운 혼합물이 올라왔다. 이 모든 것을 한줄기 강력한 햇빛이 포착하고 사로잡았다. 그 햇빛은 수많은 대상들에 의한 줄곧 흩어져서 사라지고, 다시금 부지런히 다가오기도 했다. 현혹당한 눈엔 그 햇빛이 물체인 것처럼, 즉 마치 모든 것을 덮고 있는 유리판이 이 거리 위에서 금방이라도 되풀이하여 산산이 부서지는 것처럼 보였다. p46
그에게 비치는 만월의 청명한 밤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p68
자기 소유물이 된 아름다운 악기로 카알은 소음으로 가득한 하늘을 향해 열린 창 앞에서 고향의 옛 군가를 연주했다. 기묘한 울림은 결코 우리가 정지시킬 수 없는 거대한 순환의 한 조그마한 부분처럼 느껴졌다.
공동 침실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첫째로 대체로 모든 엘리베이터 보이가 그것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진지하게 불평을 표시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며, 둘째로 이 공동 침실에서 받는 고통은 엘리베이터 보이로서 자기 임무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며, 그는 여주방장이 주선해준 이 임무를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호텔의 모든 문들이 내 관할 하에 있고 모든 종업원들은 자신에게 복종해야 한다'며 수위장은 떠나려는 카알을 붙잡아 세워 설교를 늘어놓고 어떻게 하면 더욱 수치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듯했다.
카알에게 유리한 점이라고는 오직 가볍게 입은 옷뿐이었다. 그는 알아가듯이 달렸고, 점점 더 심해지는 내리막길을 추락하듯이 내렸다. 카알에게 있어서 달리는 일은 지엽적인 것(부수적인 것)이었다. 그는 여러 가능성들 중에서 선택하기 위해 깊이 생각해야 했고, 항상 새로운 결심을 해야 했다.
벌써 밤이 시작되네.
문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발코니로 나가야 했다.
카알을 놀라게 한 것은 그가 수레를 현관으로 밀고 갔을 때 거기에 널려 있는 더러움이었다. 물론 카알도 더러울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러나 좀 더 다가가서 보면 그것은 쉽게 설명될 수 있는 더러움이 아니었다. 현관의 돌바닥은 비로 청소하여 거의 깨끗했고, 벽의 그림은 오래된 것이 아니었고, 인조 야자는 먼지가 조금밖에 쌓여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기름때투성이었고 역겨웠다. 모든 것을 잘못 사용한 것 같았고 어떤 청결함도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카알은 그 어떤 곳에라도 가면 거기에서 무엇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일을 시작하게 되면 그 일이 끝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브루넬다의 이사 편 p298에서
꿈과 같은 나의 내면의 삶을 서술하는 것이
다른 모든 것을 부차적으로 만들었다.
- 프란츠 카프카 -
프란츠 카프카(1883년 7월 3일 ~1924년 6월 3일)
20세기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프란츠 카프카는 체코가 고향이며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계 상인의 여섯 아이들 중 맏아들로 태어난다. 소년기부터 스피노자, 다윈, 에른스트 헤켈, 니체의 옹호자였으며, 무신론과 사회주의를 신봉한다. 그의 작품의 세계는 아주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으며,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그의 비평가 친구 막스 브로트를 만나 문학적 편집자적 후견인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그의 사망 후 작품의 공개되기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