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만나는 초등학교 친구들이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시절부터 알았으니 벌써 약 36년이 넘었다. 이제 곧 40년 지기가 된다. 몇 주 전 1년 만에 만나서 회포를 풀었다. 역시 만나면 처음 만났던 어린 시절 그 당시로 돌아간다. 이젠 중년이 되어 각자 자신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배우고 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이유는 아무 조건 없이 만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 친구들 모임에서도 결혼 유무에 따라 몇 명은 잘 나오지 않는다. 결혼하면 결국 아내와 아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결혼하지 않는 친구는 입을 다물게 된다. 공통점과 관심사가 달라지면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가기 힘들다.
그래도 소외된 친구를 어떻게든 만나기 위해 연락한다. 못 이기는 척 한두 번 모임에 나오지만, 역시 공통 관심사가 없다 보니 다음 모임에는 나오지 않았다. 나도 그와 자연스럽게 연락을 하지 않게 된다.
초등학교 친구들 모임 외에 자주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있었다. 마흔 전까지 매년 연말 송년 모임도 하면서 자주 만나던 사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안 만난 지도 7년이 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했다.
몇 년 동안 만나면서 한 친구가 내 말을 자르고 자꾸 무시했다. 쌓이다 보니 은연중에 만나기 싫어졌다. 또 서로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공감이 어렵다 보니 표면적인 겉도는 이야기만 늘어났다. 그사이 침묵이 길어졌다. 만나고 돌아오면 괜히 시간 낭비라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만나기로 했던 날 장인어른이 집에 오셔서 나갈 수 없었다. 사정을 친구들에게 미리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나를 자꾸 무시하던 한 친구가 전화하더니 왜 네 마음대로 오지 않냐고 소리쳤다.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큰 소리가 불쾌했다. 더 이상 이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이후로 그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오는 일은 없었다. 사소한 오해가 쌓이다 보면 그 인연도 오래갈 수 없다.
마흔 이전까지 누구를 만나 인연을 맺게 되면 오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와 맞지 않아도 억지로 그 사람에게 맞추었다. 그렇다 보니 나는 타인을 잘 배려하고 맞추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상대방이 나를 쉽게 보는 면도 많았다. 만만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무시하거나 자신의 이익만 취하고 연락을 끊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상처받다 보니 더 이상 나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더 무시당하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 이후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몇 명을 제외하고 관계를 정리했다.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쓸데없이 관계에 내 에너지에만 쏟아부었던 것이 후회되었다. 인연도 너무 쉽게 맺고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누군가와 새로운 인연을 맺는 일은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한다.
그 시절에 맞는 인연이 있다. 굳이 맞지 않는 인연과는 빨리 관계를 끊어내자. 몇몇 전문가는 왜 그렇게 무 자르듯이 인연을 쉽게 끊을 수 있냐고 반문한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 너무 아쉬웠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이 세상에 있는 사람이 1/3이 나를 좋아하고, 1/3은 나를 싫어한다. 나머지는 관심 없다. 이 사실을 마흔이 넘어 실제로 깨달았다.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인연은 오래가지 않는다. 다만 오랫동안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다.
인연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 말자. 자신이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만났던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오랜 인연을 유지하는 사람은 가족, 소수의 지인만 있어도 충분하다. 또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면 놓치지 말자. 인연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 인연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 사실만 알아도 인간관계에 대해 너무 심각해지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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