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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로 Feb 22. 2024

백수 아들의 엄마 집에서 살아남기- 6화

산이 거기 있으니까. 그리고 맛집도 거기 있으니까!

운동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요? 안 가면 혼자라도 갑니다


작년 6월에 갔던 설악산 공룡능선의 사진이다. 참고로 저 산에서 더위 때문에 탈진이 와서 죽음을 체험한 무시무시한 곳인데 사진은 또 참 예쁘게 나와서 일단 올려본다


저번주에는 해외 출장을 다녀오느라 글을 한 주 쉬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한 회차를 쉬었다고 오늘도 글 쓰는 걸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 건데, 올 한 해 동안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주 1회 꾸준히 글을 쓰는 걸 목표로 잡은 만큼 다시 마음을 다잡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저번 회차에 이어서 백수가 갈만한 산을 4개 소개하려 했지만, 꼭 백수에게만 좋은 산이라기보다는 그저 마음과 체력에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갈만한 산을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글을 써봤다. 물론 산인만큼 어느 정도 경사가 있고 코스가 힘들 수 있지만 최대한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수준의 산으로 정리를 해봤고 무엇보다 먹을 거를 정말 사랑하는 나로서 하산 후 꼭 즐겨야 하는 맛있는 음식들도 함께 소개해보겠다.



서울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아차산 (용마 - 아차)

아차산의 시그니쳐 푸드인 떡볶이와 이를 먹기 가장 좋은 장소인 고구려정의 뷰. 당시 백수돼서 좋다고 다른 백수 친구 가명 킹예진 씨와 신나서 평일에 떡볶이를 먹고 인스타에 올렸다.


운동에 크게 취미가 없던 내가 등산을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으로 '가볍게 가볼 만한 산 있어?'가 제일 많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단 1초도 안 망설이고 바로 용마-아차 연계 산행을 함께 하자고 권장한다.


사람마다 맛집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맛과 분위기,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만으로 맛집을 선정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접근성이나 양, 가격 대비 맛을 고려하기도 한다. 물론 나도 사람이니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이런 거 좋아하지만 백수가 무슨 돈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런 걸 자주 먹고살았어야 그 맛을 잘 느끼지 솔직히 나에게는 떡볶이, 라면 등등의 분식들도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는 음식이고 맛집을 추천할 때도 가격 대비의 만족도와 접근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편이다. 이런 나의 성향상 아차산은 서울에서 교통이 편한데, 너무 길지 않지만 어느 정도 운동도 되고, 고도나 노력에 비해 꽤나 멋진 한강의 뷰를 낮과 밤에 즐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 하산하면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은 가성비 맛집 그 자체다.


이 산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을 하고 싶다면 용마산역에서 출발해 아차산 역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타고 내려와 두부나 떡볶이를 먹는 게 첫 번째 방법이고, 맛과 경치 위주로 즐기는 두 번째 방법은 아차산 역에서 느지막한 시간에 떡볶이와 다양한 음식을 포장해 산 중턱 즈음인 고구려정의 큰 바위에 대충 앉아 석양을 보며 즐기는 방법이다. 이 외에 퇴근 가벼운 야등으로 야경을 즐기는 방법도 추천한다.


산에서는 가볍게 간식만 즐기고 하산 후 든든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는 아차산역 인근에 있는 유황오리집을 추천한다. 일단 당연히 고기도 맛있는데 시원한 오리뼈탕이 서비스로 나오기도 하고 무엇보다 건강을 챙기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제로콜라가 있는 식당이다.



운해 맛집은 모르겠고, 마석오일장 등갈비 맛집은 확실한 천마산

남양주에 위치한 천마산의 국기대에서 찍은 사진과 그 옆 마석 오일장에서 즐긴 등갈비다. 천마산에 갈 이유는 정말 많지만 등갈비는 진짜 놓치면 큰 사건이 될 것이다.


남양주에 위치한 천마산은 솔직히 쉬운 산은 아니다. 다만 당신이 어느 정도 체력이 있고 운동을 꾸준히 했다면 충분히 이겨낼 만한 산으로 위치 또한 수도권 근교에 있기 때문에 꼭 가는 걸 추천한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에 선정된 만큼 아침 일출이 특히 아름다운 산이고 주차도 편한 곳이라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특히 수도권에 이 정도 고도의 산에서는 구름의 바다인 운해를 정말 자주 볼 수 있어서 운해 맛집으로 워낙 유명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매달 3일과 8일에 열리는 마석오일장이 바로 옆이라는 점이고 이날은 시장에서 숯불에 초벌하고 구워 먹는 등갈비를 판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뼈에 붙은 고기를 손으로 잡고 뜯는 건 꽤나 귀찮고 누군가는 싫어할 수 있는 요소가 정말 많은 음식이지만 양념이 잘 스며들어서 달착지근한데 불향이 퍼지는 등갈비를 잡고 뜯으면 단단한 뼈와 대비되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고기를 즐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가격과 사이드 메뉴의 양도 정말 훌륭하다. 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한 바퀴 돌며 필요한 것을 사서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 되도록 천마산을 간다면 5일장 일정에 맞춰서 아침 일찍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아 그리고 너무 덥지 않다면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면서 컵라면 한 사발을 꼭 하는 걸 추천한다. 쌀쌀한 날씨에 먹는 컵라면은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배신한 적 없는 의리 있는 친구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꺼지지 않는 서울의 불빛. 밤의 인왕산

인왕산 위에서 보는 서울의 야경은 빛나는 레고를 바닥에 엎어둔것 처럼 너무 아름답고 하산 후 그 불빛 속에 들어가 즐기는 국밥 한사발은 더욱 아름답다. 좋은 싸움이었다!



접근성으로 따지자면 가장 가기 쉬운, 서울의 중심 종로구에 위치한 인왕산이다.

워낙 유명한 산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이나 단화에 깔롱 한 복장을 입은 커플들도 종종 보이고 서울의 뷰를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 많이 모이는 핫플계의 스테디샐러다.


주말에는 줄을 서서 올라갈 정도로 사람이 늘 넘쳐나는데 솔직히 그 정도의 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진정한 인왕산의 아름다움은 평일 저녁에 올라가 빛나는 서울의 야경을 여유롭게 구경할 때 제일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약 당신이 낮에 산을 가야 한다면 차라리 인왕산 옆에 있는 북악산을 추천한다. 몇십 년 만에 대중들에게 개방된 청와대도 구경하고 나라의 대표자가 산책하던 북악산의 조경 또한 정말 아름답고 무엇보다 산책로 길이 너무나 잘되어있어서 운동화로도 충분히 가능한 산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저녁에 인왕산을 간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는 경복궁역 쪽으로 내려와 세종마을문화음식거리에 있는 다양한 맛집 중 하나를 선택해서 즐기는 것인데, 당신의 성향에 따라 든든한 국밥이나 오래된 노포에서 즐기는 해물 등을 추천한다.

두 번째는 반대쪽 부암동 방면으로 내려와 창의문을 지나면 있는 맛있는 식당을 가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이곳에 왔다면 꼭 계열사의 옛날 통닭을 즐기는 걸 추천한다.


시원한 통닭에 맥주 한잔이 목을 때리는 그 느낌은 정말 짜릿한데 짧은 거리라도 어쨌든 산을 하나 타고 와서 즐긴다면 그 행복은 정말 체감 수치가 2배를 훌쩍 뛰어넘을 이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낭만적인 갈대. 그리고 볶음밥의 오서산

오서산 갈대밭 속에서 찍은 사진과 하산 후 먹은 오리주물럭에 공기밥 5개를 한번에 볶는 진귀한 풍경이다. 탄수화물 최고!


충남 횡성과 보령 사이에 위치한 오서산은 지방산이지만 경상도나 전라도, 강원도에 비해 수도권과 비교적 가깝고 해발 700미터 대의 높은 산이지만 올라가는 길이 코스에 따라 정말 쉽게 정상을 찍을 수 도 있는 편리한 산이다. 무엇보다 가을에는 아름다운 억새밭 군락에 방문해 인생샷을 건지기 정말 좋은 환경이고 등산이 부담되는 사람이라면 자연휴양림에 방문해 포장된 좋은 길을 산책하며 청명한 가을 날씨를 산 밑에서 즐겨도 정말 괜찮다. 지방산이고 난이도가 마냥 쉬운 산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족단위로 온 관광객들 중 어린이나 어르신들도 정상에서 종종 마주쳤기에 충분히 도전할만한 산이라고 생각해서 마지막 4번째 산으로 선정했다.


하산 후 여유가 된다면 오서산 인근 오서산억새촌 식당에 방문하면 정말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흔한 느낌의 등산지 근처 식당에 갈 수 있는데 여기서 오리 주물럭을 시키면 정말 자극적이고 맛있다. 씁쓸하지만 개운한 더덕막걸리와 오리주물럭을 즐기다가 마지막에 한국인들의 영원한 디저트 볶음밥을 먹으면 그날 등산에 그 누구보다 거대한 마침표를 찍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나는 다행히 좋은 사람들과 방문해서 맛있는 음식도 넉넉하게 먹고 사진도 정말 많이 찍는 좋은 산행을 했었는데 어쨌든 서울로부터 꽤 멀리 있기도 하고 즐길 음식의 양도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꼭 3인 이상의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저번 편에 이어서 2회 분량으로 당신에게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방문하면 좋을 국내 여행지 4개와 개인적으로 참 좋다고 느꼈던 산 4개를 추천했다. 누군가는 내 작년 일정을 보고 백수가 참 속 편하게 잘 놀러 다닌다라고 말했을 텐데, 솔직히 맞는 말이다. 요즘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다시 느끼는 점이지만 사람은 쉴 때도 어느 정도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필수인 사회를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작년에 정말 재밌게 다양한 곳을 놀러 다니기도 했지만 이와 별개로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나름 다양한 고민을 하며 백수시절을 보냈다.

고민이 가득 찬 머리를 비우기 위해 산을 가서 그래도 내가 지난 몇 년간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으니 조금 쉬어도 된다는 생각도 하고 잠깐 쉬는 기간을 가져도 나의 능력치가 떨어질 일은 없다고 스스로를 응원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서울의 꺼지지 않는 불빛을 돌아가게 하는 직장인의 일부가 된 다음에 그때의 걱정이 역시 내 생각대로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고 느낀다.


오늘 회사에서 일하면서 옆자리 동료와 잠깐 대화를 했는데 만약 여행을 가고 싶다면 퇴사 시기라던지 업무 진행 상황에 맞춰 긴 휴가를 쓴다던지 어쨌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크게 필요한 일정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공감하며 만약 당신의 상황 속에서 유럽이 해외를 갈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머리를 비우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움이 주어진다면 국내 여행을 고려하는 것을 강하게 추천한다.


어쨌든 나는 백수생활 중 다양한 취미 활동을 접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나는 경험을 했는데 다음 이 시간에는 백수 생활 중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자.



바쁜 당신을 위해 전지전능한 ChatGPT 님이 해주는 요약

산 정상에서 맛집 탐방까지, 백수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은 연재. 등산으로 시작해 맛집 추천으로 이어지는 글은, 운동 후 먹는 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게 합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특별함을 찾아내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이는, 여행과 음식, 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삶의 순간들을 담아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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