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content" of my life

by Romantic Eagle

그와 물리적으로 떨어진 지는 3일 째가 되고 있었다.

“없어도 살아야 함”과, “없으면 죽을 것 같음” 사이에서 늘 없어도 살아야 함이 이기고 있었다.


그랬던, 그랬어야 했던 모든 것들이 역겨움으로 인지되는 이 순간에도 내가 역겨움으로 부여잡고 있지 않으면, 그래야 했던 모든 것들은 그래야 했던 자리에 있는 방식으로,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도 그 환영의 형체와 목소리 등의 정보를 파악해야 하느라 제대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내 멋대로 처리가 가능한 방식으로, 나는 혼자 누군가를 상상할 때 그 존재를 더 완성시키는 지도 몰랐다.


내가 하는 어떠한 말의 시작도 나에게 일어난 일을 아주 친절하게 사실대로 서술해내지 못한다.

의식이 그리는 그림이 문자와 일련의 문법으로 차원이 바뀌면서 그 차원에서 인지가 가능한 레벨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다른 차원에서의 문제로 전이되는 듯 보이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개인의 의식이 지배당하는 가장 직접적 차원의 닻에 가장 강한 영향을 받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실수를 했고, 내 의식이 저지르는 “또 다시 누군가와 헤어져야 하는 레퍼토리”로부터 나를 지켜내지 못하는 중이었다.


사랑.


한다고는 했는데,


나라는 개체가 상존하는 시공간이 바뀌는 바람에 그 사랑한다는 말은 “메아리”가 되어 그 곳에 남은 것인지 내가 가지고 온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는 나의 사랑만 감당하려고 하지, 타인의 사랑이 여물어질 때까지 기다려 줄 시간을 그에게 허락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방금의 진술이 어디까지나 허구인지에 대한 척도는 심지어 나에게도 없는 방식으로. 내가 그리고 있는 “그"가 바로 가장 “허구”여야하는 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그렇게 기다려 온 사람과의 시간과 공간도 깨져버리면 이 개체가 믿을만 한 시공간은 어떤 말이 관통하는 곳도, 어떤 행동이 관통하는 곳도, 어떤 모습이 관통하는 곳도 아닌 방식으로 어느 누구의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 영역에서, 홀로 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피해서 살았던 그 패턴으로 다시 나를 돌려야 하는 것을 잘 알았다.


그 와중에 이러한 내가 존재하는 패턴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에게 “내용”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내 시간에 들이는 게 꽤 버거웠었는데, 사람을 들이고 내 보내고 하는 것에의 여유가 생겼다.

내 머릿속에 타인의 목소리가 들어와서 오래 남는 잔상이 견디기 어려운 스타일이라 내가 관심이 있는 상대가 아닌 이상 그 여유 공간이 없었는데, 그를 알고 그를 사랑하고 그의 친구들을 알게 된 후, 타인을 내 시간 속에 들이는 것이 어쩌면 그 타인에게 내 존재의 정보를 나눠준다는 의미에서 서로의 존재하는 정보를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특정 공간에서 나눌 수 있다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프레임이라서 여유가 생겼는지도 몰랐다.


이런식으로 내가 이루어 냈다고 여겨지는 좋은 감정과 그 감정을 유지하게 해주는 관계의 틀에서 잠시나마 어울릴 수 있었다는 기억을 바탕으로 나는 처음으로 내 인생에서 멀리든 가까이든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내 소프트웨어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WQHO0832.JPG Amager Strandpark 2019
RADM0975.JPG "burial - come down to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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