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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Jun 11. 2020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봉쇄 해제만 끝나도 참 좋을 것 같다’

라던 마음은 정말이었다


세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딱히 어렵진 않지만 다소 번거롭던 절차들과 이놈의 알 수 없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이탈리아 행정처리 시스템 또한 못 미더워 반강제성 봉쇄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완전 봉쇄로만 견딘 시간들이었다.


봉쇄 해제가 되고 마스크와 장갑 착용을 필수로 주어진 자유시간만 해도 숨통이 조금 트이는 듯했건만 완전한 무더위는 아닐지라도 갓 무더위가 시작되려는 6월, 얼굴 절반을 가리는 마스크와 장갑이 더없이 답답해진다.

확진자 수가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현재도 하루 200여 명쯤은 감염수를 보이고 있고 때문에 답답하다는 이유 하나로 마스크를 벗어둘 수도 없는 실정이다.




Castelluccio (카스텔루치오)


로마에서 대략 3시간 소요되는 움브리아 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 카스텔루치오

이런 작은 마을들은 이탈리아 곳곳에 있기에 사실상 마을 자체로 각광받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이탈리아를 종단하는 긴 아펜니노 산맥이 작은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시원스레 펼쳐진 평야에 알록달록 마치 물감 풀어놓은 듯 수놓은 들꽃들의 향연이 입소문 타고 알음알음 찾아드는 곳이었는데



2016년 6.2 강진의 지진으로 인하여 주변 몇몇 마을 포함 쑥대밭이 되어버린 가슴 아픈 곳이기도 하다


카스텔루치오의 매력 또한 참 다양하다.

6월에서 7월 사이 들꽃 카펫이 쫙 깔린 때가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들꽃이 진 이후의 이 곳은 더없이 고요하고 흡사 이 세상 행성이 아닌 묘한 분위기가 있다.



지진 몇 달 후 주변을 지나다가 불현듯 카스텔루치오 생각이 났다

지진 피해가 심각하다는 건 매스컴 보도를 통해 접했지만 몇 달이 지났을 때라 어느 정도 수습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건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예상보다 훨씬 더 참혹했고 마을로 오르는 길은 당연히 통제였다.



2020년, 코로나 19라는 때아닌 역병이 전 세계를 집어삼켰고 최소한의 외출만 허용하다가 마스크, 장갑이라는 필수 전제 아래 일상생활로 돌아가려는 노력의 움직임이 인다.

그 속에서 답답한 마스크를 잠시나마 홀가분하게 벗어던지고 싶은 내면의 욕망은 마치 이 행성이 아닌 듯한 착각을 절로 일으키는 카스텔루치오로 또다시 생각이 멈추었고 몇 번의 검색 끝에 마을까지 오르는 길이 열렸다는 소식도 접했다.



이탈리아 주 경계 표시



마침 6월 3일을 기점으로 유로존 내의 일부 국경과 이탈리아 내 주 이동도 가능해졌다.  

집 밖 출입이 자유롭기만 해도 좋겠다 하던 그 마음은 어느새 꽁꽁 묶여있던 여행 욕구 또한 스멀스멀 피우기에 충분했다.


떠나자!


굽이치는 산맥의 가파른 길을 오르고 또 올라 해발 1400미터 위로 훌쩍 올랐다.

의무적 사회 거리가 결단코 필요치 않은 곳이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홀가분하게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살아감에 있어 너무나 중요한 그러나 너무나 당연시했던 마음껏 숨 쉴 수 있다는 자체가 이렇게 감사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잘 가꾸어진 드넓은 들꽃 카펫 평야를 끝없이 바라보고 고요함 속 지저귀는 새소리에 절로 귀 기울인다

자연 그대로에서 얻는 힐링

예나 지금이나 자연 그대로의 이 곳은 변한 게 없건만 우리는 역병의 시대를 살게 됐고 살아내고 예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뉴 노멀이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지진피해 복구




이 곳 마을을 포함한 지진 피해를 입은 주변 마을 역시 그 후 4년이 지났음에도 복구는 제자리, 사실상 복구는 불가능해 보이고 주변으로 마련된 임시거처라지만 어쩌면 그곳이 삶의 터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듯한 또 다른 뉴 노멀 일 지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부터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또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멈추어버린 이탈리아


현지에서 여행업으로 속칭 밥 벌어먹고사는 가정으로써 한국에서 이탈리아로의 직항 항로는 기약 없이 잠겨버렸고 초기에 비하면 수치상 많이 줄어들었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 또한 여전히 존재하니 사실상 과연 이 시점에 누가 이 곳 이탈리아로의 여행을 꿈꾸겠나 앞으로도 얼마나 기약 없이 제자리에 멈추어있어야 할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발등에 불 떨어지는 격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 또한 뉴 노멀, 새로운 방식으로 무엇보다 긍정적이게 견뎌내야지, 버텨내야지 하는 근거 없는 의지가 불끈 샘솟는다

날씨는 매일이  더없이 좋고 관광객은 확연히 줄어 그 어디서도 밀집 없이 여유로운 지금이야 말로 이탈리아 여행 최적기임을,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결단코 불가능한 지금 이 시간 이 시기를 마냥 비관하기보다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이고 알차게 즐길 수 있기를 계획해본다.  



날씨는 좋고 뉴노멀 속에서 못할 것이 없다



두어발 느리지만 뒤늦게나마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카스텔루치오 이날의 풍경을 영상으로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아 뒤늦게 첨부합니다 

https://youtu.be/7ej5WP53w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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