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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므소 Jul 27. 2022

<水녀-11>선생님과 ‘쌤’ 그 사이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내게 선생님의 존재는 사라졌다. ‘선생님’이라고 부를 누군가가 없었다. 학생이란 이름표를 떼고 나선, 나에게 특정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쳐 준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있었다 한들, 학교처럼 몇 년 동안 그 관계가 지속하지 못했다.

근 1년 동안 엄마보다 자주 부른 호칭이 있다면 ‘쌤’이다. 성인이 된 후 생긴 선생님의 존재다. 수영장에 가면 내가 목이 터져라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쌤! 오늘 몸이 너무 무거워요’ ‘쌤! 수영은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쌤! 저 빨리 접영 배우고 싶어요’ ‘쌤! 평영 발차기 저만 앞으로 안 나가요?’ ‘쌤! 저 오늘 오니까 다 까먹었어요’ ‘쌤! 쌤! 쌤!....’ 내가 하도 쌤을 찾아서 쌤이 ‘쌤 금지령’을 내린 적도 있다.

우리 수영장에서 이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르는 건 내가 유일하다. 남자 수강생들은 오그라들어서 그리 부를 생각을 전혀 못 하는 것 같고, 다닌 지 얼마 안 된 여자 수강생들은 왠지 모를 어색함을 얼굴에 가득 비친 채 ‘선. 생. 님’ 세 글자를 정직하게 부른다. 특정 40, 50대 아주머니 수강생분들은 호칭이 딱히 없는 것 같다. 쌤의 팔을 때리면서 ‘어우~’라고 말하는 게 호칭이라면 호칭일까.

나도 처음에는 정직한 세 글자를 부르다가 어느 순간 쌤이라는 한 글자로 넘어오게 됐다. 아마 평영 발차기를 얼추 성공한 때였던 걸로 기억난다. 도대체가 대문자 W로 다리 모양을 만들라는 요상한 주문이 뭔 말인지 두 달 동안 고생했다. 그러다가 정말 어느 순간에 개구리에 빙의한 듯 폴짝 수면 위로 날아올랐는데, 이 묘기는 평영으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내가 어떻게 날아올랐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그 벅찬 감동에 나도 모르게 ‘쌤!!!!!’을 크게 외쳤다.

그 후로 선생님은 쌤이 됐다. 호칭이 주는 친밀함은 배가 됐다. 단지 세 글자에서 한 글자로 바뀌었을 뿐인데 더 자주 부르고, 더 엄살 피우고, 더 징징거리게 됐다. 이 호칭은 단언컨대 쌤에게는 매우 성가신 한 글자였을 것이다.

쌤이 다음 달에 떠나게 됐다. 스포츠센터 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수영장에 지원사격을 간다고 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를 자신이 없어졌다. 또 내 엉망진창 수영 실력과 새로운 선생님의 강의가 잘 들어맞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잘하는 사람들이야 누가 오든 상관이 없지만, 나 같은 열등생은 가르쳐주는 사람이 바뀌면 우왕좌왕, 잘하던 발차기도 가라앉는다.

시간은 간다. 쌤은 갈 것이고 새로운 선생님이 오겠지. 그리고 1년쯤 뒤엔 이 선생님이 쌤이 돼 있겠지. 선생님이 쌤이 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부디 나라는 열등생을 포기하지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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