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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Nov 08. 2024

마음의 평안에 이르는 오솔길 하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의 평안에 이르는
오솔길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분노와 걱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활력과 흥분을 되찾을 수 있다.

철새의 이주,
썰물과 밀물의 갈마듦,
새봄을 알리는 작은 꽃봉 오리,
이런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뿐더러
어떤 상징이나 철학적인 심오함마저 갖추고 있다.
이렇게 되풀이되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을 비롯한 상처받은 모든 영혼이
치료받고 되살아난다.

센스 오브 원더 본문 중에서
레이철 카슨 글


처음  구절을 읽게 되었을 

나는 반사적으로 생각했다.

평안을 얻는 나만의 오솔길은 어디지?

나는 곧장 한적하고 외진 사려니숲길을 떠올렸.


삶에 지치거나

마음이 예사롭지 않게 동요가 될 때

마음속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와 갈등거리들이 나를 휘저어 놀 때마다

나는 그 숲길로 꾸역꾸역 걸어 들어갔다.


당시 그곳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이름 없는 숲길이었다.

 년이 지나자

그 숲길에 사려니숲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사람들 뒤통수를 보며 걸어야 하는

사람들 복닥거리는 오솔길이 되어 버렸다.


사려니 숲길이 알려지기 전

이름 없는 숲길이 었을 ,

홀로 그 곳을 거니는 동안

만나게 되는 생명들이라곤

삼나무 둥치에 달라붙은 오색딱따구리나

나를 경계하는 까마귀나

길가에 뭔가를 주워 삼키다 덤불로 숨는 꿩들과

새순을 따먹는 노루 몇 마리가 전부였다.


그러나 숲길에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사람들 무리가 그 생명들을 대신했고

이내 나는

나만의 오솔길을 잃은 듯하여

한동안 적잖은 상실감에 그 숲길을 찾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나는

레이철 카슨이 말했던,

마음의 평안을 주는

나만의 오솔길을 다시 찾아보려고

많은 숲길들을 걸어 다녔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찾고자 하는

한적하고 외진 숲길을 찾는 게 어려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좋은 곳은 사람들도 좋아하니

결국은

나도 그 복닥거리는 사람들 무리 중

한 사람이 돼버린 것이다.


마음이 심란하여

차를 몰고 무작정 나선 ,

도로 오른편 깊숙하게 들어간 샛길에서

자그마한 나무 간판에 쓰인 숲길 입구를 만나자

나는 호기심을 느끼며 차를 세웠다.


낡은 배낭을 뒷좌석에서 들어내어 어깨에 맨 후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숲길 진입로에 발을 올려놓았다.


숲 깊숙하게

폭신폭신 젖은 낙엽길을 걷는데

앞도 뒤도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나는 비로소 홀로 서 있었다

그제야

나는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내 체취와 땀으로

  가득 후끈거리는 열기가 나도록

 길을 걷다가

뎅강 잘려나간 나무 둥치에 앉아서 한숨을 돌렸다.


고개 들어 우거진 나무 사이로

조금 열려있는 하늘 조각을 바라보았을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나

그렇게 청상 맞게 홀로 앉아 훌쩍이기도 했다.


때로는

준비해 간 텀블러에 담긴 차를 마시며

작정하고 챙겨간 책을 꺼낸 다음

열기로 달아오른 등산화를 벗고

널따란 나무 등걸에 앉아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그렇게 책을 읽다 돌아오기도 했다.


나는

레이철 카슨이 말한

그들은 마음의  평안에 이르는 나만의 오솔길을 가지고 있다ㅡ

라는 문장을 참 좋아한다.


그녀가 말한 그 문장에 담긴

의미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나 역시 살아가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

마음의 평안에 이르고자

나만의 오솔길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책을 사서 거실 책장에 꽂아놓고

뭔가가 사는 것이

엇박자 나듯 삐걱삐걱거릴 때마다

나는 한 번씩 작정하고 이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그녀의 감성과 철학이 담긴 에세이는

세상 일에 뒤척이는 나를

차분하게 가라 앉혀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안개비가

바람이 부는 흐름대로

흩날리던 오늘

이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여전히 그녀의 다정한 위로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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