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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Nov 23. 2024

어이.술떡녀!상식적인 선에서 해결합시다!

거미줄처럼 깨친 앞 유리창.침 섞인 핏물.합의 전화.

저녁무렵에 일이 있어 아이들 태우고

시내 나가는길에 사고가 났다.

유턴 신호를 받기위해 정차된 내 차를

시속 구십으로 주행중이던 차가

아이들 타고있던 후미 오른쪽을 그대로 박았다.


너무 순식간이었고  상대차가 빠른 속도로

주행중에 내 차를 박은 상태여서

충격이  컸다.



꽝!

차에 충격이 느껴지자마자

옴뫄.뭐여.사고 났네. 생각하면서

뒷자석에 앉은 아이들을 돌아봤다.

괜찮니?

어..엄마 괜찮아.엄마는 괜찮아?

응.엄마도 괜찮아.

아이들 역시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이들이 괜찮은지 확인한 후에 차에서 내렸다.


가해 차량이 어찌나 세게 박았던지

내 목과 머리에 충격이 갔던 모양이었다.

잠시 머리가 어질하여 휘청했고

나는 그대로 풀썩 주저 앉았다.


가해차량 후미에서 그 차를

 곧 따라오던 차 한대도 멈춰 있었다.

 분이 차에서 내려 말씀하기를

 킬로 전부터 가해 차량이

일차선에서 사차선으로

왔다갔다 비틀거리면서 운행하길래

너무 위험해보여 막 신고해야겠다 하던 참에

일이 벌어진거라 했다.

당신이 앞장서서 목격자 진술도 해주마 했다.


가해 차로 다가가 운전석을 들여다보니

가해차주는 아주 그냥 술이 떡이 된 상태였다.

사고 후에도 본인이 사고를 낸것조차

인지하지 못했고 차에서 내리지도 못할 정도로

인사불성 꽐라가 된 상태였다.

젊은 아줌마였다.


 차는 몇 키로전부터 비틀비틀거리다

우리차와  충돌한후에 그 충격으로

제자리에서 배앵 한바퀴를 돌고

팔차선 한복판 길을 가로질러 섰다.


퇴근 차량이 많은 시간이었다.

자칫했다간 상행 차선과 하행 차선 위에서

연쇄 충돌이 날 상황이었다.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자석 오른쪽에 앉은

큰 아이쪽으로 충돌되어서

아이들이 걱정 되었으나

아이들이 평소대로 안전벨트를

잘 메고 있어 충격은

그나마 덜했던 모양이다. 


경찰이 오고

엠브란스가 오고

보험사 직원이 오고

렉카차가 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꽐라상태였다.

그녀 역시 충돌시 자리에서 앞으로 튕겨나가

운전석 앞 유리창에 머리를 박은 모양이었다.

운전석쪽 앞 유리창이 그 아줌마 머리가 박은

지점이 원 중심이 되어서 둥그런 거미줄처럼

둥그렇게 움푹 패여 좍좍 금이 가 있었다.


그 차로 삐쩍삐적 걸어가 유리창을 두드렸다.

저기요.아줌마.

문 좀 열어보세요!

핸들에 고개를 쳐박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자

얼마나 술을 처드셨는지 눈은 이미 풀렸고

그녀 이마와 입 오른쪽으로 침이 섞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만화속 꽐라된 케릭터 모양 그대로였다.

아니.도대체 얼마나 술을 처먹은겨!



경찰이 음주측정을 다.

0.195 랬다. 0.195!  면허취소였다.

경찰관이 덧붙였다.

아줌마.

 정도는 범죄에요.

어떻게 이 상태로 운전을 합니까?

저 차안에 애들도 탔는데

애들 다치면 어쩔뻔했어요.예?


신원 조회를 위해서 차에서 내려

 에 선 그 사람은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며

몸을 가눌수도 없었다.

비틀거리고 자기 조회 하는데도

혀가 꼬여 답변할수도 없었고 종종 실실 웃었다.

미친건가?

본인 이름을 말하고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설명하는데 한마디도 알아들을수 없었다.


우리 셋은 엠블란스에 실려가

병원으로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셋이 나란히 입원을 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 외상은 없어서

괜찮은 듯 보였으

뒷자석 오른쪽에 앉은 큰 아이쪽으로

차가 부딪혀서 큰 아이가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허리쪽 부상은 치료후에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는 나처럼 목이 아프고 어지럽다고 했다.

  역시  목 부위가 불편하고

머리가 뱅뱅돌며 어지러웠다,

어찌 되었건 우리 셋 모두 뼈가 부러진건 아니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고 다음날

그녀가 사고 이후 처음 전화를 걸어왔다.

난 역시나 오지랖을 피우며 매너있고 점잖게

우선 그녀  상태가 괜찮은지부터 물었다.

어제 보니 다치신데가 많은것 같던데 괜찮으세요?


에??

내 첫 마디가 예상 밖이었던지 그녀가 흠칫 놀랐다.

보통 이런 경우 피해자들은 감정섞인 첫 마디로

일단 화부터 내면서 시작하는게 보통이니

내 첫 마디를 듣고는 생각했을꺼다.

어. 의왼데? 

상대가 좀 말랑말랑한 사람이네!아.다행이다.을지도 모른다.


어른인 나는 그렇다치고

사고차안에 어린 아이 둘이나 타고 있었고

이미 내 차는 후미 오른쪽 차문이

 아이가 있던 안쪽으로 깊게 파고 들 정도여서

여차했더라면  아이가 정말 크게 다칠수 있었던

심각한 상태였다.

차 상태도 폐차를 해야하나 고민할정도로

차도 엉망진창이었다.

피해 상황은 심각했다. 


이건 간단하게 사과하고 끝날 상황은 아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그녀가 느끼고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와의 첫 통화에서

말랑거리는 나의 반응을 확인하고서

잔뜩 쫄아서 전화를 걸었던 그녀가

크게 안심을 한건 분명해 보였다.


나는 첫 통화에서 간단하게 그렇게 말했다.

우선 다치신 곳 치료 잘 받으시고요.

추후 문제는 상식적인 선에서

원만하게 처리하시죠.



그후 그녀는

매너있고 점잖게 말하는

만만하게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우리  셋 입원한 기간 동

그녀는 전화 한통 없었고

병실에 얼굴을 내밀지도 않았다.


나는 그 사실이 정말이지 놀라웠다.

그건 내 상식으로는 절대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내가 분명히

상식적인 선에서 해결하자고 했을텐데애!

이런 대처가 그 사람의 상식이라는 기준에서 나온 행동인가?

그래! 이런 식으로 나온단 말이렸다!


내가 말한 상식적인 선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법률적 규정들을 포함한 것이고,

사람이라면  처한 상황에 맞게 응당 행해야 할

도덕적.윤리적인 상식에 기반한 행동

모든 범위를 말한바였다.


충분히 진심으로 사과하고

충분히 상대를 걱정하며 마음을 건네는 행위.

상대의 마음을 진정을 다해 살피는 과정도

포함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냥 돈만으로 해결되는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진심이 상대에 가 닿아야 상대를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다보면

사고 처리는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었다.


내가 말하는 뜻은 그거였다.

상식적인 선에서 해결하지는 말은

술떡녀가 그리 가볍게 받아들일 말이 아니었던 거다.

어찌보면 어렵고 까다로운 말이기도 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고

일방적인 음주사고인데다가

우리쪽 피해가 상당히 컸기 때문에

 쪽에서 형사 합의를 봐 오라고 했던 모양이었다.

 날부터 내 전화기는  여자 전화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아침.점심.저녁

밤낮. 요일 구분없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울리면 그녀였다.


어느날 남편

 전화기가 왜앵 왜앵 울자

내 전화기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큭큭큭 웃어댔다.

 여자 번호저장 이름이

술.떡.녀.였기 때문이다.


술떡녀!

얼마나 직관적인 호칭인가!

그 술떡녀는

그제서야 내게 합의를 해달라고 매달렸다.


큰 애는 허리가 아파서 앉지도 못하고

누워서 책을 보는중이었다.

나는 목 디스크뿐만 아니라 머리에 충격이 가서

둘째랑 나는 사고 이후 내내 어지럼증을 달고 지내는 중이었다.


술떡녀는 자기 처지가 급해지니

이제서야

시시때때로 전화를 해댔다.



어이! 술떡녀!

이건 절대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이지!


내가 상식적인 선에서 해결하자는

말의 무게감을

술떡녀는 간과한것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해결하자는 말 뜻을

뭐.대충 해결합시다.걱정마쇼.라고 받아들인게 분명했다.


술떡녀는 입원한 아이들과 나를 찾아오지도 않았고

몸 회복은 잘 되고 있는지조차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

매너 있고 점잖고 착한 동물인 나조차

날이 갈수록 점점 화가  쌓여가는 상태였다.


그동안 조용하다가

사건이후 합의 때문에 걸려온 수백통 전화도

화가 났지만,

곧 죽을것처럼 앵앵거리며 합의 어쩌고 저쩌고

우는 소릴 해대는 술떡녀때문에

사고 이후 애써 참아 누르고 있던  나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닿아 폭발했다.

(술떡녀를 향해 레츠 질러!!)



이봐.술떡녀!

나는 상식적인 사람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자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냐.

어디 입이 있으면 한번 대답해봐라.

이게 당신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행동이냐.


사고 이후로 

애들이 괜찮은지 병실도 안 와보고

전화 한통 없다가

당신이 급해지니 합의해달라고 수백통 전화를 하면서 나를 볶아대는데 마랴.


어이. 술떡녀!

 그렇게 쉬운 사람아니요.

나도 화나믄 무셥단 말이여.

이거 왜 이래애!  (ㅡ.,ㅡ)^+


술떡녀는

그제서야 제대로 된 상황파악을 했다.

아 .C! 망했네.

저 인간이 말랑말랑한 인간인줄 알았더니 아니네.

가만히 들어보니 말은 또 왜캐 잘해!

와 씨!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첫날은 목소리도 조용조용하드구만

지금보니 목소리도 겁나 크네.

저 여자가 쉽게 합의해줄것 같지 않은데 큰일 났네.

이렇게 나는 콩밥을 먹게 되는건가.

술떡녀가 전화 건너편에서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술떡녀는 그 다음 순서로 쩔쩔 맸다.

술떡녀는

제발.제발.제발.이라는 소리와

미안.죄송.죽을 죄.반성.후회.사죄를

수천번 들먹이며 내 앞에 꺼내놨고

용서.용서.용서와 제발. 제발. 제발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섞어가며 번갈아 들먹였다.


한방!

 한방이었다.

그게 쫌 쌨던지 술떡녀는 안절부절했다.



술떡녀는

 때부터  세상에 있는

반성에 관련된 잡다한 모든 표현구를 썼고

처절한 흐느낌과 온갖 불쌍한 모드로

내 감성적인 약점을 파고 들며

급기야 끅 끅 끅 울었다.


술떡녀가 울면서 내게 고하길,

사고날 술이 떡이 되도록 먹은 이유는

자기가 투자한 돈이 삼천만원이었는데

자기 친구가 그 돈을 들고 날라버려서

너무 속이 상해서 그랬다 했다.

그날 우리 집 윗동네 식당에서

낮부터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수십병 깠는데

집에 가려고 보니 벌써 어둑해졌드라.했다.


그날 그렇게 술을 먹고 운전한 제가

미친년.입니다.라고,

술떡녀는 사고 당일 술떡녀의 서사에 스스로를

술 마시고 운전한 미친년.이라고

방점을 찍으며 마무리를 했다.


하아.그래.

사연없는 무덤이 어디 있겠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편으로 술떡녀가 잠깐 딱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도 모진  사람은 아니어서

나 화나게 하지마라.

상식적으로 행동 하라 마랴.하며

술떡녀를 한수 가르친 후에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 줬다.



그 후 몇일이 지나고

그 술떡녀 재판있었던 모양이었다.

술떡녀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일이 다 처리 되었다고

정말 정말 고맙다 다.


이제부터 술 안묵고

사회에 봉사 하면서  살겠다고 

내가 묻지도 않은 자기 다짐을 나열했다.

어.그래. 술떡녀.

그런 자세 아주 조아! 봉사.좋지!  (ㅡ.,ㅡ)^


술떡녀.

어찌보믄

그 술떡녀도 불쌍했다.

그니까

내가 처음부터  매너있게

상식적으로 해결해 갑시다.할적에 눈치 챘어야지.

상식적으로 산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건지 알아라 마랴!


일은 잘 해결되었고

 이상 내 전화기 화면에

술.떡.녀.라고

글자 뜰 일은 없었다.


그 술떡녀 전화 저장에

 이름은 뭐였을까?

버럭녀?

상식 멘탈녀?

그게 뭐든간에 술떡녀는

술도 안마시고

봉사도 하면서

상식적인 행동을 하며 잘 살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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