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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직장인의 영원한 숙제

이직을 해도 풀리지않는 갈증

by Rooney Kim Dec 16. 2017

# 퇴사, 그 무거운 현실

우리가 원하든 원치않든 '일자리'는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직장인들에게 보통 '퇴사'라는 이름으로 귀결되는 저릿하게 두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퇴사가 자신의 선택이든 시대의 조류와 경쟁의 레이스에 떠밀려 결정한 선택이든 타인은 나의 상황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타인은, 설사 직장동료나 상사라고 하더라도, 내가 무엇으로 고통 받고 왜 퇴사를 하는지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지금 이 순간 똑같은 고통을 조금 다른 경로를 통해, 조금은 다른 강도로 지속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결국 언젠가 자신의 현실이 될 것임을 알기에 슬픔도 두려움도 쉽사리 내비치지않는다.

사회초년생이든 경력자든 사회로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우리 모두는 사회라는 전장에서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전사들이다. 전장은 치열하고 순간의 선택이 생과 사를 가른다. 그렇기에 현대 직장인의 퇴사에는 전장에서 얼마나 더 오래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개개인의 고민과 두려움이 녹아있다. 퇴사와 이직을 몇 번 경험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 선택은 나이가 들수록 기대보다는 걱정과 고민이 앞서고 그 안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점점 잠식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퇴사를 할까?
인간관계때문에? 연봉? 실적에 대한 압박? 더 나은 조건을 제안받아서?
그것도 아니면 지친 몸과 마음에 그냥 쉬고 싶어서?


퇴사의 이유는 연령대와 연차 그리고 성별과 직업의 종류에 따라 세분화되어있겠지만 그걸 규격화하기는 쉽지않다. 상황에 따라 비슷한 종류의 고민을 할 수는 있지만 20대라고 해서 고생을 덜 했다고 볼 수 도 없고 50대라고 해서 경직된 조직구조가 합리적으로 보일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퇴사에는 일종의 반항심리와 탈출심리가 포함되어 있는데 비슷한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나 잠깐의 휴식 후 다시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직장인은 입사를 한 순간 부터 일탈을 꿈꾼다. 회사안에서 퇴사는 일탈이고 해방처럼 느껴지기에 그들은 오늘도 퇴사를 꿈꾼다.직장인은 입사를 한 순간 부터 일탈을 꿈꾼다. 회사안에서 퇴사는 일탈이고 해방처럼 느껴지기에 그들은 오늘도 퇴사를 꿈꾼다.

퇴사의 사정은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견디기 힘든 업무량, 잦은 야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 그리고 이로인해 찾아온 건강의 악화 등 다양하다. 따라서 우리는 퇴사를 한 이들이 퇴사 후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한 힌트와 퇴사를 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다.

# 그들은 퇴사 후 무얼하고 있을까?

지금도 많은 이들이 퇴사한다. 그리고 그 연령대는 다양하다. 각 연령대의 고민이 다르기에 퇴사 후의 삶도 모두 다르다. 세대별로 함께 살펴보자.


20대의 퇴사


보통 이 시기에 퇴사를 하는 사람들은 처음 겪은 사회생활에서 오는 피로, 고통, 충격 탓에 보통 1년~3년 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는 케이스가 많다. 그렇다보니 소위 '퇴사여행'으로 불리는 짧은 일탈을 선택하는데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통해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심신을 보양 하는 차원에서 최근 많은 젊은이들이 선택하고있는 방법이다. 물론, 아예 아무 것도 안하고 집에서 쉬는 경우도 많다.(일종의 Staycation의 일환으로) 즉,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면서 과거에 겪은 고통을 잊거나, 아무 것도 하지않음으로써 자신을 비워내고 있는 것이다.


퇴사여행.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선택한 자기방어기제. 이제 스스로 답을 찾아야한다.퇴사여행.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선택한 자기방어기제. 이제 스스로 답을 찾아야한다.

30~40대의 퇴사


이 시기는 직장인으로서 커리어를 쌓고 승진을 하는 등 직장생활의 기반 및 위치를 닦는 가장 중요한 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의 이직율이 가장 높으며 퇴사율 또한 가장 높아 이를 통해 현 시대의 직장인들이 직면한 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 이들은 보통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이직을 하거나 아예 창업, 프렌차이즈 등 자신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몇 번의 퇴사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직 후 다른 회사로 갔을 때의 한계를 알고 있고 향후 적어도 10~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수입을 벌 수 있는 일을 찾기때문에 오히려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 놓인 이들의 심리는 어떨까?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참담한 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이직을 해도 미래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회사로 가서 적응하고, 실적을 내고, 버티고, 또 경쟁을 하다보면 3~6개월내에 거취를 결정하거나 적어도 몇 년은 버틸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반복이다. 게다가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 나중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질 수 도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직이나 퇴사는 커녕 자신의 위치를 놓치고싶지 않아지면서 회사의 무리한 요구나 업무에도 꾹꾹 참고 버티다 병이나기도하고 그 증상이 더 심해지면 과로사, 과로자살이라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50대 이후의 퇴사


50대의 퇴사와 이직 역시 30대, 40대 초반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단, 이들 중 소수는 부업의 성격으로 자신의 가게나 다른 일을 하면서 준비를 한 이들이 많고 이전 세대들에 비해 '비교적' 경제적으로 대비가 되어있지만 자녀의 교육비 및 가계 생활비 지출은 몇 배나 높기때문에 경제적인 부담감과 심리적인 압박감은 더 크며 자신이 선택한 대안이 성공하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더 편협한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성격이 극단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일에만 집중하기위해 주변과 인연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직장에 대한 집착은 편협한 시각과 사고방식을 가져다 줄 뿐이다.직장에 대한 집착은 편협한 시각과 사고방식을 가져다 줄 뿐이다.

요즘은 60대에도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도 계시고 자기 사업체를 꾸리며 여전히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예전 같으면 60대는 그들에게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는 시기지만 이 시대의 60대는 여전히 활발하게 일을 하는 시기이며 제 2의, 제 3의 직업이나 직장을 찾아나서는 분들이 많다. 이들에겐 퇴사란 개념은 먹고 살거나 돈이되는 소일거리 등 또다른 '일'을 찾는 개념에 더 가깝다. 전통적으로 이 시기의 자녀들은 대부분 장성해서 독립을 하거나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5포세대에 속하는 20~30대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여전히 부모님과 동거를 하거나 따라서 자녀들의 양육비가 들어가는 등 생활 비용이 줄지않고 이런 현상이 전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며 심각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결정 할 때

'퇴사'


이는 현실의 고통을 끊어주는 단어도 아니고, 퇴사 이후 떠나게 될 여행이나, 곧 맞이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의 신호탄도 아니다. 퇴사라는 달콤씁쓸한 감상에 젖어 눈 앞의 안개 속으로 뛰어 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안개 뒤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실의 고통속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 많은 책들과 '퇴사학교'와 같은 교육프로그램들도 이미 나와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런 방법들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그런 책이나 프로그램이 자신의 앞날을 책임져주거나 보이지않는 자신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주진 않는다.


어쩌면 현실이 괴로운건 '결정'을 계속 피하기때문인지도 모른다.어쩌면 현실이 괴로운건 '결정'을 계속 피하기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언가에 기대어 누군가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주며 교육까지 해주길 바라는 '이 마음'을 끊어내야한다. 그리고 이제 '퇴사'는 입사 이후 타인의 시간표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던 자신을 '자신의 삶'이라는 무대로 끄집어내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길을 결정하는 출발점이 되어야한다. 한마디로 '내가 계획하고, 내가 움직이며, 내가 결정하는 나의 삶'을 찾기위해 퇴사를 결정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퇴사 후, 그간 무리한 회사업무로 삶이 피폐해지고 '자기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그냥 무조건 휴식을 하길 바란다. 사실, 나 역시, 직장생활을 하던 지난 9년간 몇 차례의 이직을 하면서 단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적이 없다. 보통 금요일에 퇴사를 하면 다음주 월요일에 다른 회사로 출근했기 때문인데 만약, 한 두달 쉬게되면 발생할지도 모르는 경제적인 타격이나 가족에 대한 미안함때문에 쉴 수 없었고 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스타트업을 준비하던 중 수 개월을 수입없이 지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몇 개월 쉰다고 삶이 무너지거나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퇴사 후 휴식은 건강, 재충전, 주변 돌보기 등 오히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으며 자신이 그 동안 무얼위해, 왜 그토록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았는지에 대해 둘러보며 가족, 친구들과 소통하는 자신의 본 모습을 찾는 계기가 될 수 도 있다.


퇴사 후 창업을 하든 이직을 하든 아님 또 다른 창의적인 선택을 하든 그건 각자 자신에게 달려있다. 퇴사라는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자신의 재발견'과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의 생각보다 즐거운 삶'이 바로 자기 옆에 떡하니 붙어있었다는 점이다.


쉬어보니, 쉬어도 되더라. 그러니 좀 쉬자.쉬어보니, 쉬어도 되더라. 그러니 좀 쉬자.

당신은 열심히 살아왔다.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일했고 스마트하게 업무를 처리했으며 최고의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고, 때론 최고가 아니더라도 당신이 어떻게 얼마나 진심으로 그 일들을 해왔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당장 주변 사람들이 칭찬을 하지 않는건 당신이 그들보다 더 잘 될까 두려워서이고, 당신의 회사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좀 쉬거나 삶의 다른 방향을 생각해보라는 또 다른 기회이다.

그러니 두려워말고 숙제를 풀어라. 이제 그대가 원하는 삶을 살 준비가 되었다면 퇴사는 더 이상 삶을 옥죄는 두려운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있는 삶을 살기위한 생생한 결정이다.




다음 장에서는 퇴사를 결정하고 퇴사 이후의 삶을 보내고있는 10인의 인터뷰가 준비되어있다. 거의 모든 퇴사의 끝은 짧은 휴식 그리고 이직이지만, 그들이 퇴사 전 겪었던 일과 마음가짐 그리고 그 이후 선택한 삶의 면면을 함께 돌아보며 자신의 퇴사에 대해, 사회생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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