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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May 15. 2021

반짝반짝 빛나는

내 청소구역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면 보호소에서 지내는 사람들 모두가 모여 일종의 회의를 한다.

불만사항을 조율하기도 하고, 새로운 건의를 하기도 하고, 보호소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다.



지난주에는 내가 지내는 층의 화장실 청소문제로 좀 시끄러웠다.

깔끔한 성격의 S 자기 혼자만 청소를 하는  억울해서 자기가 쓰는 화장실만 청소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 층에 화장실이  개인데 S 내가 쓰는 화장실은  깨끗하다.

우리는 청소당번인 날이든 아니든 쓰고 나면 늘 깨끗하게 닦기 때문이다.



그런데 A Y 화장실을 쓰고도 절대 닦지 않는다. 그러니  더러울 수밖에.

게으른 무리들은 S더러 이기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S 이해한다.


이기적인 건 그들이니까.

S만큼 위생관념 철저하고 부지런하게 청소하는 사람을 나는  봤다.







보호소에서 할 일은 크게 세 가지이다.



1. 보호소로 걸려오는 전화받기


2. 1층 공동거실과 주방 청소


3. 자기가 거주하는 층 청소



독일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들은 일단 전화는 못 받는다.

보통 1인당 한 주에 이틀씩 맡아 1층과 자기 층 청소를 하는데 나는 한 주 해봤더니 어린 아기 데리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1층 청소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문제가 된 우리 층 청소를 주 5일 내가 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나는 매일 아침 내 방 청소를 하고 하루에 두 번씩 내가 쓰는 화장실을 청소하니까.

다들 동의했고 그 뒤로 나는 매일 우리 층 청소를 한다.








아이를 내려놓고 청소를 하니 그 사이 혼자 놀다가 자꾸 떨어지고 넘어져서 다쳤다.





그래서 이제는 등에 업고 청소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잠이 든다.

자는 빈이를 침대에 눕혀놓고 남은 청소를 마쳤다.



내가 지내는 방과 복도, 화장실 두 개, 그리고 1층으로 향하는 계단까지가 내가 매일 청소하는 구역이다.

반짝반짝 깨끗한 걸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청소는 늘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모든 게 낯설었고, 지저분했고,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매일 내 손으로 쓸고, 닦고, 빨래하고, 가꾸다 보니 이제는 정이 간다.


어느 곳에 살든, 어디에 있든 내 손이 가고 내가 보살피면 내 것이 되는 것 같다.


보호소에 살면서 나는 또 하나를 깨달았다.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5-2018년 사이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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