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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Mar 03. 2023

캐나다에서 두 번째 이사를 하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작

언제나 함께하는 캐리어 2개!


새로 결정한 집으로 이사를 왔다. 덕분에 워홀 101일부터는 새로운 공간에서 시작을 하게 됐다. 적응력 하나는 최고라고 자부했던 나인데, 막상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려니 마음 한편이 막막했다.


짐은 미리 옮긴 상태라 퇴근을 하고 타본 적 없는 방향에서 버스를 탔다. 직장에서 집까지 먼 거리가 아닌데도 버스를 타고 새로운 집으로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창가에 기대 집을 고를 때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상기했다. 그러자 머릿 속에 부정적인 생각들로 채워졌다.


'집은 괜찮을까?', '룸메들은 나이스 할까?', '기본적인 용품들을 전혀 제공해주지 않는데 이것도 다 돈이다..' 나는 입주 전부터 나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집을 구할 때 불안한 마음에 흐린 눈을 뜨고 선택했기에 더욱 미련이 남았다. 밴쿠버 살이는 꽤나 버거울 때가 많다.


새로운 방은 베이스먼트와 비슷하다. 완전 지하는 아니지만, 창문을 열면 바로 옆집의 벽만 보이는, 낮은 층의 방. 나는 전 집에서 2층에서 지냈고, 커다란 창문 덕에 밴쿠버의 햇살을 집에서도 누릴 수 있는 호강을 이미 누린 상태였다. 비교를 안 할 수 없었다.




새로운 집에 도착하고, 팀홀튼에서 싸 온 부부를 먹었다. 방에서 마음 편하게 외부 음식을 먹은 건 오랜만이었다. 전 집은 총 3개월을 살았다. 그리고 많은 규칙들이 있었다. 계단은 조용히 내려가라, 밥은 방에서 먹지 마라, 7시 넘어서 요리하지 마라 등등. 70대 은퇴한 노인 부부였던 집주인들은 주방과 이어진 거실에서 상시 거주를 하였고, 마음에 따라 룰을 바꾸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그 집을 나온 이유가 되었다.


새로운 집의 주인은 타이완 사람이다. 영어가 서툰 부부이고, 위층에 산다. 주방과 화장실까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내 또래의 여자애들과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짐도 풀지 않은 채, 방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무기력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최선을 선택할 순 없다고 나를 다독였다.


New room


자꾸만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잠깐의 외출을 했고, 다시 집으로 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룸메이트를 만났다. 그녀는 저녁으로 고기를 썰고 있었다. 환하게 반겨주는 룸메, 집에서 자유롭게 요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 결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타이완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간단하게 인사도 하고, 대화를 했다. 나처럼 오늘 처음 입주했다고 한다.


그렇게 다른 룸메이트들과도 한 명씩 인사를 했다. 인도에서 온 친구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봤다. 캐내디언 친구랑은 함께 마트에 식료품까지 쇼핑하고 왔다.


번뜩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 다양한 나라의 룸메이트와 집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까지. 내가 원했던, 이상적인 셰어하우스였다.


‘여기 오길 잘했어..!’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상황을 보고 선택했던 집이다. 입주 전 욕심이 너무 많아져 갑자기 집값도 따지고, 더 큰 방, 높은 방, 싼 방을 뒤졌다. 인연인 건지 그런 집을 뷰잉해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방으로 들어와 짐까지 정리했다. 내가 쓰던 물건이 채워진 모습을 보니 이제야 내 방처럼 느껴졌다.



‘그래 이만하면 됐지’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임엔 틀림 없다. 다행히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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