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의 행복
쫄깃누들은 나의 남편이다. 2011년 12월 스타벅스에서 처음 만나, 2012년 2월 14일 신촌 커피빈에서 내가 직접 만든 티라미슈를 선물하고 연인이 되었다.
사귀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내가 먼저 취업을 하면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가 2017년 겨울 다시 만나서 2018년 3월 10일 결혼했다.
결혼하고 1년 만에 그가 진심으로 행복하게 일했던 사회적 기업에서 퇴사했고, 플라워 브랜드와 가구 구독 플랫폼을 거쳐 프리랜서가 되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수익화할 수 있을지 여기저기 고민하며 참 많이도 뛰어다녔고 그 와중에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 3년 간 그의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4대 보험, 퇴직금, 연차 없는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안정적이고 평생 다닐 수 있는 직장이라는 건 이제 없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인간의 숙명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월급 독립을 미리 준비하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놓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로리 :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쫄깃누들 : 저는 지금 프리랜서(개인사업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로펌 전문 에이전시를 운영하면서 전문직 마케팅 컨설팅을 메인으로 하고 있고, 24시간 풀재택근무라 틈틈이 집안일도 하는 ‘집요정 도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일을 하다가 리프레시가 필요할 때는 빨래나 설거지를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있답니다.
로리 : 인터뷰를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쫄깃누들 : 기획 의도를 읽고 나서 “와, 이거 정말 굉장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제 자체가 공감 가는 이야기라서, 다양한 분들이 이 인터뷰에 참여해서 더 풍성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사실 저도 늘 “치킨집을 해야 하나? 카페를 차리는 게 나을까? AI 시대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같은 고민을 달고 살거든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중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대한 솔직하게 나눠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로리 : 과거 직장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쫄깃누들 : 제 첫 직장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보험회사였어요. 처음엔 패기가 넘쳤던 덕에 여러모로 잘 풀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된 사회생활은 초반엔 비교적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동기들보다 나이가 조금 많아서 눈치가 빠르고, 매사에 자신 있게 임했거든요.
그 이후에는 사회적 기업 오프라인 매니저, 꽃 구독 스타트업 B2B 제휴, 가구 구독 스타트업 영업 마케팅 총괄을 거쳐왔습니다.
로리 : 직장생활 중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있나요?
쫄깃누들 : 제 스타일과 맞지 않는데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던 현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맞추는 척했던 제 자신이 가장 힘들었어요.
욕심만 많고 능력 없는 리더를 만난 것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부하 직원이야 그냥 무시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만, 리더가 그런 경우엔 답이 없더라고요.
특히 첫 직장 때에 끝도 없이 이어졌던 회식은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 당시 엘리베이터에 서 있기만 해도 피곤해서 스위치가 꺼질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아침저녁으로 술 냄새 풀풀 풍기며 지하철,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과거의 제가 가엾고, 지금도 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상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
로리 : 퇴사를 결심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나 사건이 있으셨나요?
쫄깃누들 : 아내의 든든한 지원과 격려가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세 번째 직장에서 퇴사한 뒤 새로운 직장을 찾는 동안에도 아내가 저를 많이 이해해 주고 버팀목이 되어 줬거든요.
저희 둘 다 직장인으로 계속 살기에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꼈고, 뭔가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고민을 함께 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실업급여를 받으면서도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을 때, 아내의 이해와 배려가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거예요.
로리 : 퇴사 이후 가장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쫄깃누들 : 가장 좋은 점은 제 시간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제가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조율하며 일을 할 수 있으니 시간 활용 면에서 만족도가 높아요.
그리고 제가 싫은 것, 맞지 않는 건 제 마음대로 바꾸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아주 큰 장점이에요.
하지만 모든 것이 제 책임이니 외롭고, 가끔은 두렵기도 합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기대할 사람도 저 자신뿐이니까요.
그리고 퇴사를 하고 나니 예전에는 몰랐던 점들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과거의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알게 됐달까요?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과거의 저를 반성하게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로리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쫄깃누들 : 저는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중요하게 느낍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는 먼 미래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지금의 행복을 놓치고 멀리 있는 미래만 바라보면, 결국 아무 변화도 없을 거란 생각을 늘 합니다.
과거의 내가 무엇에 행복을 느꼈는지, 지금 나는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끊임없이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로리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쫄깃누들 : 한 번 상상해 보세요. 30년 근속 감사패를 받는 모습을요. 감격스럽고 눈물이 앞을 가릴 것 같으신가요?
그렇다면 지금의 시련을 참고 버텨보세요. 분명히 주변 지인들의 축하와 존경을 받는 날이 올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 회사에서의 근속 기간에 별 의미가 없게 생각되신다면, 지금 이 변해야 할 때입니다.
통장에 꽂히는 월급으로 위안을 삼거나 주식, 코인, 부동산 어플을 들여다보며 보내는 시간이 혹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자기 위안은 아닌지, 꼭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시간과 삶은 그 무엇보다 더 소중하니까요.
쿠알라룸푸르에 머물면서 우리는 행복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남편도 나도 미래를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말자는데 동의했다.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면서 살자는 결론이었다.
더 좋은 입지의 부동산을 갖기 위해 사는 삶과 우리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모두가 추구하는 목표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가려니 하루에도 열두 번 이게 맞는 건지,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지, 가끔씩 불안함이 몰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 잡는다. 마지막에 웃는 놈이 아니라 자주 웃는 놈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자주 웃을 수 있는 일을 만드는데 집중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