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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Nov 04. 2024

전화통화 끝마다 "사랑해요"를 외치는 아들

아들이 외치듯이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아들 옆에 있는 친구들이 묻는다.

 

넌 엄마한테 전화통화하고 끊을 때마다 사랑한다고 하더라


아들은 친구들의 놀리는 듯한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외쳐줄 수 있다면 엄마에게 한 번 더 말해주고 싶다.

엄마 ~~ 사랑해요!!


아이가 늘 하는 말이라 그러는가 보다 했다.

하루는 통화를 듣고 있던 집에 놀러 온 지인이 물었다.


아들이 참 다정해~ 통화마다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해주고 말이야.  그렇게 다정한 아들이 어딨어~!


그 말을 듣고 이 아이가 언제부터 엄마 사랑해요를 외쳤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랬다.. 그때부터였다.


엄마가 자주 아파서 제대로 걷지 못하고 기어 다니기도 하고 한 발 디딜 때마다 힘들어할 때 통증으로 일그러진 내 얼굴을 보며 아이는 웃지 않는 엄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 엄마~ 엄마는 언제 행복해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엄마가 행복해요?"



엄마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나 보다. 아이는 언제 행복한지 어떻게 하면 엄마가 행복해하는지 반복해서 물었다.  둘째 아이에게 온 시선이 가야 했던 시간이라 깊이 생각하고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의 반복되는 물음에 나는 아무 의미 없이


어.. 음... 어... 그러니까... 네가 엄마 사랑해요 해줄 때?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아..... 그래서 그때부터 아이가 엄마 사랑해요라고 외쳤구나.





동생을 돌보느라 자신을 미처 쳐다볼 정신도 없이 아침부터 분주한 엄마에게 아이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 외쳤다.


엄마 저 학교 갔다 올게요~~

엄마~~~ 사랑해요~~


학교에 다녀와서도 동생을 안고 동생에게 한 수저 한 수저 무엇인가를 먹이며 학교 다녀왔니?라고 말하며 미처 자신을 쳐다봐주지 못하는 엄마의 시선에 귓가에라도 들리게 아이는 말했다.


엄마 학교 다녀왔어요~~

오늘 밥은 잘 먹었어요?

루아는 좀 어때요?

엄마~~ 저 씻을게요~



아 엄마~ 사랑해요~~


그렇게 아이는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행복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외쳤다.


엄마 사랑해요~~~


자신이 무엇인가라도 해주고 싶지만 아직 서툴어 엄마를 도울 방법이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발작을 하는 동생으로 정신없이 밥도 못 먹는 엄마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이 힘이 되기를 아이는 바랬다.


엄마 사랑해요~

그 시간 아이가 내 귓가에 들리게 외쳐준 그 말이 나에게 어쩌면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나를 온전히 무너지지 않고 버티게 해 주었다. 그런 아이가 이제 13살이 되었다.  엄마를 올려다보던 그 귀엽고 순수하던 아이의 눈망울이 이제는 엄마의 눈 언저리에서 같은 높이로 눈을 맞추며 말한다.


엄마~ 힘내세요~~ 엄마 그리고 고마워요~~


항상 마지막 주문처럼 외치던 사랑 해요가 조금은 쑥스러운지 힘내세요~ 고마워요로 바뀌었다.


변성기로 목소리가 이제는 남자 어른의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키도 몸도 많이 커버려서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이 돼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 했던 마음은 그대로이다.  그때 보내준 아들의 사랑에 외쳐본다.


아들아 엄마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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