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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May 20. 2021

아빠와의 추억 3 - 생노병사의 고통

아빠의 수술이 끝났다

#우리의의지와상관없이사고는일어난다.


 작년 겨울부터 친정 부모님 댁에는 매일 요양보호사가 오셔서 점심과 저녁을 차려주십니다. 언니가 잘 아는 분의 부모님을 돌보던 요양사님은 듣던대로 심성도 착하고 저희 부모님을 보면 돌아가신 친정부모님이 생각난다며 성심성의껏 돌보셨어요.


 집에 사람 들이기를 싫어하던 부모님도 요양 보호사님을 좋아하셨지요. 부모님의 식사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던 우리 형제들은 마음을 놓았습니다.


 아버지가 고령이시고 폐가 좀 안 좋으시지만 엄마, 요양 보호사님의 돌봄을 받으며 집에서 편히 지내셨어요. 그런데 며칠전 아버지는 쇼파에서 일어나 스르륵 주저앉았고 그만 고관절에 금이 살짝 갔습니다.


 곧 입원을 하셨고 오늘 고관절에 나사못을 박는 수술을 하셨지요. 저와 온가족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주변에 염치 불구하고 기도를 부탁하기도 하고요.


엄마는 저희 집에 계십니다. 아빠가 뼈가 붙고 걸을 수 있으려면  한달 반 정도 걸린답니다. 엄마는 오랫만에 딸네집에 와서 삼시 세끼 딸이 차린 밥을 드시고, 손녀들의 재롱에 즐거워하십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저에게 나가자고 하시지요. 동네 호숫가를 제 손을 잡고 천천히 산책하십니다.


 지난 주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어요. 그저 좋은 요양보호사님이 와서 다행이다 감사한 마음 뿐이었죠.


 사람의 생노병사는 어째 쉬운 과정이 하나도 없을까요? 인생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마지막에 육신을 벗어버리고 죽음의 단계로 넘어가는데에도 대개의 경우 고통과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켜보는 가족들도 마음이 아프고 신경이 쓰입니다. 노인이 된 부모를 돌보는 일은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4형제가 힘을 모아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0대에는 제가 친정부모님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기 때문에 부모님의 자잘한 뒷바라지를 제가 주로 했어요. 식사를 챙겨 드리고 병원에 모셔가는 일 등. 부모님이 여든을 넘기시자 두분 다 약간 치매 증상 비슷한 것이 시작되었어요. 길가에서 소변을 참지 못하고 보시거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시면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어요.


저는 아마 무서웠던 거 같아요.변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예전 에너지 넘치고 씩씩하고 엄하던 부모님이 작고 나약한 노인이 되어가는 게 보기 싫었지요.


 중국을 다녀와서 남편 직장 근처로 이사를 한 후, 4형제는 분담을 하여 부모님을 돌보게 되었어요. 솔직히 제 어깨가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러나 아빠가 고관절이 다치고 재활병원에 한달 이상 계셔야 한답니다. 이제 엄마는 저희 집에 계시고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자꾸 벌어집니다. 물론 오랫만에 엄마와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지내니 좋습니다. 엄마의 웃는 얼굴, 따뜻한 손을 보고 만질 수 있어 행복합니다.


 그리고 내일까지 중환자실에 계실 아빠께도 진작에 더 많이 애교도 떨고 관심을 보일 걸 후회도 됩니다. 앞으로 우리 가족의 형태(엄마를 모시게 되는 날이 가까워올지도 모른다는)가 어떤 식으로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도 엄마도 다른 식구들도 부디 평안히 웃으며 부모님의 노후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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