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 사는 로젠 Mar 15. 2024

마침내 뉴욕

ㅣ뉴욕에 다녀왔다ㅣ


   멀더의 집동네에 다녀왔다고 해야 할까. 우리가 농담 삼아 만든 한국 이름 최이순은 본인의 이름보다 생김새를 닮은 멀더(X파일의)라는 별명이 더 좋았다고 무려 20년 만에 말했다. 


ㅣ누가 뉴요커인가ㅣ


   뉴욕시는 다섯 개의 자치구가 있다. 맨해튼브루클린퀸스브룽크스, 스태튼아일랜드와 같은 다섯 개의 자치-독립구로 나뉘어 있다. 이 자치구들은 각각 독립되어 있었다가 1898년 뉴욕에 합병되었다. (위키백과 참조) 그러니까 뉴욕시에 거주하는 사람은 다 뉴요커다. 보름 동안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 보았는데, 흔히 뉴요커로 연상해 온_ 고층빌딩 사이 깨끗한 거리에서 스벅커피 들고 걷는 패션니스타 같은 사람들_을 나는 거의 못 보았다. 특히 유독 한국에서 뉴욕이라고 하는, 이른바 맨해튼 한 복판에서 가장 많이 마주친 사람들은 아프리칸 아메리칸(Afirican American)이었다. 그 사람들도 모두 뉴요커다. 어찌 된 일일까. 이미지도 주입된 것이니 직접 가보기를 잘했다고 해야겠지. 지구 반바퀴를 도는 여정이다.  


ㅣ헤어질 결저이  


   앞의 글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었지만, 나는 우리, 멀더와 나의 지난 20년 동행을 기념하기 위해 이 글을 시작하였는데, 나의 개인적 기록으로 남긴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보려고 최종 결심한 이유는 재작년 멀더의 문자 때문이었다. 2022년에도 멀더는 여행 파트너와 함께 멀고 먼 한국에 들어왔다. 그때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었는데, 멀더가 서울에 온 김에 '헤어질 결정'을 볼 예정이라고 했을 때 혼자 미친 듯이 웃었다. 내가 누구랑 헤어지는 것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필요하네... 외국어도 한 끗 차이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말이 많겠지만, 한국어처럼 뉘앙스가 웃길까? 깊이 연구해 보고 싶은 주제다.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은 영화 자체도 한국어 뉘앙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ㅣThe show must go on. l 


   어쩌다 밀린 숙제 하듯이 간 뉴욕 중심가 한 복판에서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부터 중국 X라는 욕을 대놓고 들었다. (참 희한하게 욕은 멀리서도 선명하게 잘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장소에서 욕을 듣자마자 내가 어깨를 으슥하며 어쩌라고?라고 한국말이 바로 나왔는데 또 바로 입을 닫았다. 한국어는 이제 글로벌 언어이니 이중에 누군가는 알아들을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스쳤기 때문이다. 확실히 밖에 나가면 내가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져서 원래 성격대로 행동 못한다. 그런 희한한 경험을 한곳에서 살아가는 멀더와 다른 친구들과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ㅣ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ㅣ 


   멀더가 브루클린 브리지로 안내하면서 '한국 사람은 꼭 여길 와봐야 한다'라고 하더라며 마치 뭘 잘 아는 듯이 말하였나, 막상 가보니 많은 외국인들이 이미 다리 앞에 진을 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커버사진) 정작 한국인은 나 한 명이었고. 저 사람들의 뒤에서 서 있었을 뿐이다. 오래전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면서. 수십년이 지났지만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구도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는게 현실감이 좀 떨어지는 듯 얼떨떨했다. 


Once upon a time in  Ameria, 1984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굳이 얘기하고 지나가고 싶은 사실은, 저 유명한 사진 속의 다리는 브루클린 브리지가 아니다. 맨해튼 브리지다.     

매거진의 이전글 11_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