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세요?
한 사람이 다가올 때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온다고들 말한다.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어떤 사람과의 대화와 만남은 책 한 권 보다 더 값진 때도 있다. 어떤 만남은 에너지를 듬뿍 받고 집에 온다. 그러나 어떤 만남은 심신이 지쳐서 한동안 안 보고 싶을 때도 있다. 공자는 어떤 사람에게든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 나도 저래야겠다, 나도 저렇겠구나,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라는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리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함께 여행을 하거나, 살아보거나, 대화를 하거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각기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가치관을 보게 되는데 나는 다음의 세 가지를 보며 생각하게 된다. 다음의 세 가지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나를 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1. 돈
어떻게 돈을 벌고 어디에 소비를 하는지를 본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번다. 세상은 돈을 많이 벌면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한 세상이 어찌 보면 씁쓸하다.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자녀들을 영어유치원에, 대치동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경쟁 속에서 좋은 대학에 가야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는가 와도 연결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운 날 더운 곳에서 일 안 하고 추운 날 추운 곳에서 일 안 하려고 하며 힘든 노동보다는 어찌 보면 쉽게,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하고 싶은 일과 돈을 버는 일이 일치하지 못할 때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알바를 하거나 닥치는 대로 들어오는 일을 해서 수입원을 마련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돈을 어떻게, 어디에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있다.’ 정승같이 벌어서 개같이 쓰는 것’ 보다 백배 품위 있는 말이다. 나도 매월 받아보는 카드명세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어디에 소비를 치중하는지 카드명세서는 적나라하게 나를 보여준다. 여행 중에 만난 어떤 중년 부부의 ‘지출’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월급의 십 분의 일은 노후 자금으로, 십 분의 일은 여행에 쓴다고 한다. 좀 더 나아가 십 분의 일은 남을 돕는데 쓰는 건 어떨까. 어제 유퀴즈에 나온 세계 1위 부자인 빌게이츠는 자산의 99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한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 위해서 쓰는 것도 아니라 불공정한 지구상에서 보다 공평한 세상을 위해, 질병으로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둘째가 학교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벌며 배운 것이 있다고 했다. 돈은 적당히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빌게이츠 같은 부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부자는 더 가지려고 한다. 인간에게 내재된 탐욕 때문이리라. 그래서 아주 많이 가진 자와 아주 적게 가진 자에게 돈은 푯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둘째의 말이다. 삶을 영위하는데 돈은 절대적이지 않음을 벌써 깨닫다니 기특하기도 했다. 남편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살면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는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을 때 온다고 말한다. 의미 있는 말이다. 아무튼,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어떻게 돈을 벌고,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2, 시간
시간 나실 때 뭐 하세요? 오늘 뭐 하세요? 주말에 뭐 하세요?라는 질문을 가끔 주고받는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지만 사는 모습은 참 다르다. 쉴 새 없이 자신을 볶아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무늘보처럼 느긋하고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뭐가 급한지 빨리빨리 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꼼꼼하게 이것저것 따져보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끌고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부릴 줄 아는 사람도 있다. 하루종일 지루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세운 계획들로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두 아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있다. 해서는 안 될 것 두 가지와 해야 할 것 두 가지에 대해서다. 해서는 안 될 것은 ‘남 탓’과 ‘후회’다. 남 탓과 후회는 ’ 실패했다’라고 생각하는 시점에 쉽게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할걸’ 말하며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이 보내온 시간에 대해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 올 시간을 잘 쓰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해야 할 것 두 가지는 ‘계획’과 ‘실천’이라고 말한다. 나는 약간의 J스타일인 편이다. 지나친 계획형 인간은 ‘분’ 단위까지 쪼개어 여행계획을 세운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나 한 달, 일주일, 하루 정도의 계획은 세우고 사는 편이다. 그리고 하루에 루틴을 세우는 편이다. 운동, 묵상, 독서, 글쓰기, 집안일, 소통이 그것들인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을 주도하며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신은 시간이 날 때 무엇을 하는가? 그것이 딩신을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3, 관계
주변에 누가 있는가?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가족을 시작으로 해서 누군가와는 연결되어 살아간다. 흔히 결혼을 할 때 부모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친구들을 보라고 한다. 가족과의 친밀도는 그 사람의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존재가 부모라면 친구는 선택이 가능하다. 나는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가?’ 관계에서의 바운더리가 중요하다. 나는 누구와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지내는가. 나는 누구와 친밀한가. 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지 알 수 있다. 남편과 자주 보는 티브이 프로그램 중에 ‘나는 솔로’가 있다. 인간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재미난 프로그램이다. 그걸 시간 아깝게 왜 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제한된 환경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보며 용감하고 다양한 생각과 행동을 보는 건 많은 흥미와 교훈을 준다. 또 출연자들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치료가 된다고들 맗한다.
혼자 있을 때 보다 대인 관계 속에서 보는 ‘나’가 더 객관적일 수 있다.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교제하고 지내는가? 대인관계에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에게 적극적인 사람, 소극적인 사람, 오지랖이 바다 같은 사람, 가까운데도 무관심한 사람, 수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하는 사람과 아주 친한 소수정예의 친구들만 있는 사람 등 어찌 보면 성격과도 연관된 ‘관계'는 그 사람이 어떤지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흔히들 나이 들면서 관계들이 많이 끊어진다고 한다. 시간과 거리의 물리적 이유 때문에, 사소한 감정 문제 때문에 가지치기하듯 관계가 끊어진다.. 오래된 친구가 편하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알게 된 마음 통하는 사람도 오랜 시간 못지않게 우정이 두터워진다. 구약 성경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행군을 할 때 언약궤를 중심에 두고 열 두 지파들이 이천 규빗씩 떨어져 간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지, 의지와 기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대인관계는 건강한 자기 관리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대학 다닐 때 한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아직 연애를 못하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멋진 연인이 되도록 스스로를 준비시키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세요.”
사람을 안다는 것은 사실 억지적인 말이다.어떻게 한 사람을 다 알수 있을까? 어떻게 그 사람의 과거과 현재의 인생,미래를 알 수 있을까? 참 교만한 말이다.돈과 시간의 씀씀이와 대인 관계는, 어쩌면 나를 돌아보기 위한 일기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돈,시간,관계는 겸손하고 겸허한 삶의 지혜를 찾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긍정과 감사가 겸비된다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