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조선 18세기는 광기로 가득 찬 시대였다."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는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18세기 격변하는 세상에서 조선은 관념과 체제의 틀에 갇혀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한 세상에 살던 선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한 분야에 미쳐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마음을 쏟아놓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부스럼 딱지에 미쳐버린 유옹, 꽃에 미쳐버린 김군, 그림에 미쳐버린 방효량,
벼루에 미쳐버린 정철조, 독서광이었던 김득신 등
기행을 일삼은 수많은 기인을 정민 교수는 소개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여 방황했던 사람들이다.
오늘날 현대인들도 이런저런 것에 마음을 쏟아놓고 있다.
운동, 음악, 정원 가꾸기, 동물 사랑하기, 특정 사물 수집하기, 독서에 빠져들기, 혹은 페북이나 SNS에 시간을 쏟아놓기 등
왜 그럴까?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처럼 오늘날 현대인들도 마음이 허전하여 가만두면 미쳐버릴 것 같은 것이 아닐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두고 사랑했던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고 애도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떠나보내고 남은 뒷자리에서 때로 슬퍼하며, 때로 분노하다가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으면 다시는 떠날 것 같지 않은 애착 대상을 찾아서 거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의 분석이 맞든 틀리든 상관하지 않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인가에 애착을 가지고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마약이나, 쾌락이나, 술 담배로 자신을 파괴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면.
기왕이면 건전하고 바른 것에 집중한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러한 애착 대상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하여 조금 더 관대하고, 친절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이 애착을 갖는 그 모든 것도 한낮 치기 어린 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무엇을 사랑하든 거기에 기쁨과 행복이 있을 리 없다.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쳐야 미친다 /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3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