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박경미
오늘 지인으로부터 받은 시디를 차 안에서 아무 생각 없이 틀었다.
소프라노 박경미 씨의 앨범이었다.
박경미 씨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음반을 틀었다.
첫 노래가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라는 가스펠이었다.
솔직히 그 노래를 들을 때 좀 실망했다.
소프라노 가수인데 호흡도 가쁘고 어딘가 모르게 좀 불안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수준의 노래로 시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신호등 앞에 차가 멈춘 순간 박경미 씨에 대하여 궁금함이 생겨 음반 자켓을 열어 보았다.
박경미 씨는 1974년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1983년 미국 줄리어드 음대를 수료하신 분이었다.
그리고 91년부터 97년까지 강릉대와 건국대 음악과 강사로 수고하면서 남포 교회 성가대에서 봉사하던 분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실력이 원숙하다고 생각될 때 성가집을 내려고 벼르다가 환갑이 다가옴을 느끼고 음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음반 작업을 하던 중 우연히 자신이 담낭암 4기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육신이 마지막 꺼져가는 촛불 같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음반은 투병 중에 호흡도 가쁜 상황 속에서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찬양한 곡이었다.
건강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계획한 녹음을 다 마치지 못하고 불과 6곡만 녹음하고 소천하셨다.
이 이야기를 읽고서 다시 첫 번 곡을 들었다.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내 앞에 어려운 일 보네 .
주님 앞에 이 몸을 맡길 때 슬픔 없네. 두려움 없네.
주님의 그 자비로운 손길 항상 좋은 것 주시도다.
사랑스레 아픔과 기쁨을 수고와 평화와 안식을
날마다 주님 내 곁에 계셔 자비로 날 감싸 주시네.
주님 앞에 이 몸을 맡길 때 힘주시네. 위로함 주네.
어린 나를 품에 안으시사 항상 평안함 주시도다.
내가 살아 숨을 쉬는 동안 살피신다 약속하셨네.
인생의 어려운 순간마다 주의 약속 생각해보네.
내 맘 속에 믿음 잃지 않고 말씀 속에 위로를 얻네.
주님의 도우심 바라보며 모든 어려움 이기도다.
흘러가는 순간순간마다 주님 약속 새겨봅니다."
이 찬양을 듣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하던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마지막 생명을 다하여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부르는 이 찬양이 오늘 내 가슴에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박경미 씨는 앨범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었다.
"암 4기 판정을 듣고 순간순간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울기도 하고 걷잡을 수 없는 혼돈도 왔으나
생명을 주신 이는 하나님… 내 생명 가져가시는 이도 하나님 …
주님의 뜻임을 확신하니 어찌 되어도 기쁨입니다.
녹음 중 항암 부작용으로 많이 힘드나 제 음성 주시고 성가를 만들어 부르라 하시는 이도 주님…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아닌 주님이 제 안에서 역사하심을 느끼며 감히 간증합니다.
바라기는 들으시는 분들도 제가 녹음할 때의 마음을 그대로 느끼게 되시기를 소원합니다."
소프라노 박경미 (1951.7.24~201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