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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29. 2016

흐름에 몸을 맡기고

노년을 위한 마음 준비 4 

하늘은 연무가 낀 듯 언제나 희뿌옇다. 캐나다에서 온 딸은 말했다. “아빠. 우리나라 하늘은 언제 깨끗해져?” 하늘만 불투명한 것이 아니라 무더운 여름 날씨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위는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찜질방에 들어갔다 생각하면 될 터이니. 그러나 온몸을 끈적이는 후덥지근한 습기는 삶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나라는 정말 아열대 기후로 바뀐 것 같아.”


딱 하루만이다. 밤새 비가 쏟아지더니 아침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약속이나 한듯 그치고 이제는 귀뚜라미가 그 뒤를 이어 노래한다. 하늘은 유리창처럼 맑고 깨끗하여 북한산이 또렷하게 보인다. 가을은 그렇게 우리 곁으로 말도 없이 다가왔다. 자연의 순리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청명한 가을 하늘은 내게 말한다. “조금 덥고 힘들다고 짜증 내지 말고, 조용히 기다려라.” “너무 조급하지 말고 자연의 흐름에 내 몸을 맡겨라.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는 ‘자연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재현하는 것이 바로 보편적인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보통 디자인은 사람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으려고 자극적인 모습을 취하기 쉽다. 그러나 러브그로브의 디자인은 어느 부분에서 보든 마치 물이 흘러가듯 우아하게 흐르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는 가능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가공할 때에도 자연에 해가 되지 않도록 많은 연구를 한다.


노자는 모든 일에서 작위(作爲)를 피하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깨닫는 것이 도의 근본이라고 가르친다.

억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가면을 쓰고 남의 인생을 살 듯이 하지 말라.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이 최고라고 말한다.


어느 운동을 하든지 제일 많이 듣는 충고가 ‘어깨에 힘을 빼라.’는 말이다. 잘하려는 욕심, 성취하려는 마음, 이기려는 마음을 가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 제아무리 프로 운동 선수라도 반드시 실수하기 마련이다. 몸에 힘을 뺄 줄 알면 이미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온몸에 힘을 주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성공하려는 마음, 자랑하고픈 마음, 건강하게 살고픈 마음, 행복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원한과 복수로 자신을 채우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자신을 해하고 남을 해하는 일인데도 온몸에 살기(殺氣)로 경직되어 있다.


유대인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매사에 실수를 반복하고 슬럼프에 빠지면 광야로 나아갔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싸움터와 달리 광야는 말 그대로 황무한 곳이다. 광야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곳이다. 심지어 살고 죽는 것도 내려놓아야 한다. 유대인은 광야에 나아가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묵상한다. 그들은 그 메마른 곳에서 자신의 모든 아집과 욕심과 분노와 공포를 다 내려놓고 조용히 하나님을 바라본다. 히브리어로 광야는 미드바르(midbar)이다. 미드바르(midbar)의 어원은 다바르(dabar)인데 다바르는 “말씀을 듣고 청종하다”는 뜻이다. 유대인들은 광야에 나아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모세도, 엘리야도, 다윗도, 세례요한도, 예수님도, 사도 바울도 그들은 삶의 모진 자리를 잠시 떠나 광야로 나아가 여호와 하나님을 만났다. 살고 죽는 것도 내려놓고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는 힘을 풀고 조용히 여호와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유대인들은 광야에서 자연에 순응하고 말씀에 복종하는 삶을 배웠다.


계절이 바뀌었다. 젊었을 적 붉게 물드는 낙엽과 무르익어가는 열매들이 마냥 좋았다. 그러나 이제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면서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있음을 깨닫는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몸이 늙어지고 병들어가고 기억력이 쇠퇴해지는 것을 여유롭게 즐겨야 함을 알게 되었다. 흐름을 거스르지 말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을을 맞이하는 방법을 달리해야겠다. 이제 인생의 광야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귀를 활짝 열어두자.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시62:1)


노년을 위한 마음 준비 

3. 소소한 행복을 찾는 자가 진정 행복한 자다. 

2. 열린 마음은 배우려는 마음이다. 

1. 노년을 위한 마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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