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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플마 May 22. 2022

부부의 날 단상

부부의 날을 보내면서 떠오른 몇몇 부부들의 사랑 이야기


1. "이 아내, 정말 피곤했겠구나."

페르미는 이탈리아 태생의 물리학자로서 이론과 실험 분야 모두에서 뛰어났으며 원자력 발전의 기초를 마련한 천재였다.  그의 아내가 페르미의 전기 형식으로 쓴 '원자 가족'이라는 책에서 읽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 하나.

이 아내는 페르미가 물리학만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워낙 뛰어났고 정확했었기 때문에, 남편이 어떤 결정을 내리면 한번도 이견을 달지 못하고 그대로 따랐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주눅들어 살았다고 한다.

어느 해 겨울에 무지무지 추운 한파가 계속되었는데, 얼마나 추웠는지 난로만으로는 감당이 안되었다. 그래서 이웃 주민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 아내도 페르미에게 이중창으로 바꾸자고 얘기했는데, 페르미는

'그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면서, 뭔가를 열심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는 창문의 틈새로 드나드는 공기의 양과 온도차 등을 고려하여 이중창이 실내 온도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적으로 계산했는데, 결론은 '효과가 없다'였다. 이에 이 아내는 더이상 조르지는 못하고 그냥 속으로만

'이웃들은 이중창을 했더니 진짜 좋아졌다고 하던데....'

 하면서 추운 겨울을 계속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페르미도 춥기는 진짜 추웠는지 어느 날 다시 계산을 해보더니,

'어! 소수점을 잘못 찍었네.'

하면서 그제야 이중창을 했다고 한다.


2. "똑똑한 아내보다는 현명한 아내가 좋다."

파인만이라는 물리학자는 아주 순애보적인 사랑의 대표 주자이다. 그는 원자폭탄 개발팀에도 참여했었고,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 아주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천재 물리학자이다.

파인만은 첫사랑 여인이 폐결핵으로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인과 결혼을 한다. 이 여인이 병원의 병상에서 죽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결혼을 한 것이다. 이 당시 파인만은 원자폭탄 개발팀에 선발되어 무지 바쁜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주말이면 엄청난 장거리를 운전하며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 병원을 찾아가 병간호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랑했던 첫사랑 아내가 죽은 후, 파인만은 어떤 여인에게도 첫사랑에게 보여줬던 만큼의 진실함을 보이지는 않았다. 달리보면 매우 방탕한 듯한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파인만은 매우 똑똑하고 명망있던 한 여자와 재혼을 하는데 금방 실패로 끝난다. 이 두번째 부인은

'파인만이 나보다 물리학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라는 것을 이유로 이혼을 선언했다고 한다. 불쌍한 파인만!  하지만 파인만은 한번 더 결혼을 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게된다. 세번째 부인은 바로 자기 집의 가정부 아가씨였다. 두번째 부인만큼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이 세번째 부인은 매우 현명했었다고 한다. 다음의 일화가 이를 말해주는 듯하다. 

파인만이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이 되었을 때, 파인만은 노벨상을 거부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노벨상으로 유명해지면, 자기의 사생활도 없어지고 연구할 시간도 뺏기게 될 것이라 염려한 것이다. 이에 부인이 아주 멋진 말 한마디를 한다.

'당신이 노벨상을 거부하면, 그 순간 훨씬 더 유명해질 텐데요?'

이런 현명함 때문이었을까? 파인만은 이 세번째 부인과는 아주아주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이 일화는 부인이 아니라 어느 신문기자였다는 설도 있다.)


3. 부부싸움도 논리적으로

디랙이라는 물리학자는 31세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엄청난 천재였는데 항상 거의 물리학 연구에만 빠져 살았다. 그러면서도 아내에게의 사랑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설령 내 연구에 더 이상의 발전이 없어도 난 행복할 수 있습니다.'

라는 시적인 연애편지를 아내에게 쓸 정도였다. 하지만 어떤 때는 이러한 다정다감함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논리로만 중무장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한번은 아내가

'내가 당신 외에 누굴 사랑할 수 있겠어요?

당신 정말 보고 싶은 거 알아요?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알아요?'

하며 편지를 보냈는데, 디랙의 답장은 너무나 엉뚱했다고 한다. 그는 각 질문과 답을 표로 만들어 답장을 만들었다. 답은 아마

'I don't know', 'I know', 'I don't know'

였을 것이다.


4. 좋은 남편인지 나쁜 남편인지 헷갈려요

(어렸을 적 읽은 오 헨리의 단편 '할렘의 비극'에서 대충 기억나는 대로)

모자람도 넘침도 없이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부부가 있었다. 하루는 이 아내가, 어젯밤 부부싸움을 크게 하면서 남편한테 얻어터진 이웃집 여자를 위로해주러 갔다. 이 여자는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는데, 상처도 아프겠지만 남편한테 얻어터진 마음은 얼마나 더 아플까 하는 심정으로 이웃집 여자를 불쌍하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웃집 여자는 오히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번에는 OO백화점에서 봐 뒀던 명품백을 사달래야지.'

하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다. 이웃집 남편은 부부싸움을 크게 한 후에는 미안한 마음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아내가 원하는 물건을 선물하곤 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불쌍한 사람은 이웃집 여자가 아니라 자기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아무 이벤트도 없이 그냥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갑자기 싫어진 것이다.

'이 시간이면 우리 남편은 분명히 의자에서 신문이나 보고 있을 거야. 그러다가 잠들고, 새벽이면 나갈 테고.'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내는 집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창가 의자에서 신문을 펼쳐 들고 있었다. 아내는 소리쳤다.

'여보, 지금 신문이나 보고 있을 때예요? 저녁밥도 차려야 하고, 저기 점심 먹은 설거지거리도 쌓여있고, 집안 청소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빈둥거리기만 하다니.'

남편은 갑작스러운 아내의 행동에 몹시 당황하는 듯했다. 아내는 기대했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한테 뭔 소리야? 도대체 당신은 집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라며 남편이 역정 낼 것을. 그러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부부싸움을 시작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동안 아내를 바라보던 남편은 읽고 있던 신문을 의자 위에 두더니 조용히 부엌으로 가서는 설거지를 시작하였다.


5. 평범한 어느 물리학자의 사랑

홍플마 부부가 살아가는 잔잔한 이야기들 몇 가지


https://brunch.co.kr/@rotifle/11


https://brunch.co.kr/@rotifle/14


https://brunch.co.kr/@rotifle/7


https://brunch.co.kr/@rotifle/4

(2022년 5월2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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