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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원 Apr 11. 2021

3. 아프리카, 그리고 성장에 관한 고찰 (2)

로원의 스펙트럼 1 -Scenery

토고의 어느 인가


6. 토고의 흙길과 가축과 아이

가나는 유쾌했다. 열대과일을 실컷 먹었고 친근한 사람들과 사진도 많이 찍었다. 우리는 가나를 거쳐 토고에 도착했다. 가나만 하더라도 대부분 아스팔트 길이었는데, 토고는 온통 빨간 흙 길이었다. 도시 한복판엔 큰강이 있었는데, 아낙들은 그곳에서 빨래를 하고 아이들이 수영을 하던 그 강은 전체가 쓰레기로 뒤덮혀 있었다. 거길 차로 지날 때 마다 오수의 냄새로 정말 숨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숙소 근처, 그 흙길에 가축들이 돌아다니며 온갖 배변과 쓰레기가 흙과 뒤섞여있었는데 거기엔 사람의 아이도 함께 뒹굴고 있었다.


7. 호객하지 않는 좌판

잘못된 인식이 생길까 봐 조심히 쓰는 부분이지만, 처음 가 본 아프리카의 느낌은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잘못된 원시부족 같이 현대 문물이 없는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아프리카 대륙의 각 국가들은 각각의 개발 정도나 빈부격차가 매우 심한 편이라 '아프리카'라고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가나의 공항에서는 시외버스 터미널 느낌을 받았다면, 토고를 거쳐 이동한 탄자니아 공항에서는 얼핏 미국 공항의 느낌을 받았다. 미국 어느 공항과 비슷한 냄새를 맡았던 것 같기도 하고.


분명, 우리가 TV에서 보는 원시 수준이 아니며, 개발도상국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맞는데 내가 정말 이해가 안 갔던 것은, 숙소에서 처음 나와서 본 그 길거리에서는 좌판을 여는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왜 그런지 가이드분께 여쭤봤더니 저 사람들은 태어나서 본 게 저렇게 좌판을 열고 있는 모습뿐이라, 그저 부모를 따라 좌판을 열고만 있는 거라고. 충격이었다. 정말로, 어느 아이 엄마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좌판 위에 그저 앉아만 있었다.  


8. 내 위치, 가고 싶은 곳의 좌표의 중요성.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 GDP가 아프리카 어느 국가와 맞먹었다고 했는데, 만약 우리가 경제성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저 모습과 비슷했을 거라 생각하니 정말 오싹해지면서 동시에, 왜 그 격차를 만들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었다.


아프리카는, 정확히
 내가 갔던 토고 어느 인가의 상황에서는. 이들이 외국 매체를 접할 경로가 없다는 것이었다. 
TV나 핸드폰(2009년은 스마트폰 보급이 이제 막 시작되는 때였다)이 없더라도, 신문의 값은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언론매체라 여겼었는데 거기선 그마저도 아니었다. 


그 당시의 내가 이곳에는 언론사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문이 보급되면 이들의 삶이 나아질 거라 확신했다. 우리와 우리의 차이를 만든 건 바로 정신적 ‘지향점’을 만들게 한 것과 동시에 우리의 현재 상황을 알 수 있게끔 하는 ‘인지’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외 다른 국가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고, 상대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열악한 위치에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 살아보세’ 새마을 운동이 먹혔고 그 열망에 따라 목표를 이룩한 것이리라 19살의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때 오래도록 예체능만 하다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 입시를 앞두고 인문계열의 학부 과를 정하려니 도저히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 큰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얼마 하지 않는 신문이라도 이들이 보면 생각과 목표가 달라지겠지? 란 생각으로 나중에 재단 만들어 여기에서 언론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려면 사업을 해야겠다며 상경계열로 틀었던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참 그때 용감했고 멋졌구나 라며 가끔 기억하는 소중한 터닝포인트이며, 훗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9. 인생의 지도

또한 저 때의 생각은 스스로에 대한 ‘인지’와 가고자 하는 정확한 ‘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깨달았던 경험이기도 하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것은 내 별명은 김네비게이션이다. 처음 가는 곳도 지도만 있으면 척척 알아서 간다. 어느 해외를 혼자 여행해도 구글 지도만 있으면 되는데 길을 잃지 않는 나만의 방법은 ‘내 위치와 가야 할 곳의 방향을 아는 것’이다. 뭔가 인생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도 이와 비슷할 거라 문득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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