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로원 Apr 11. 2021

1. 가장 이상적인 사랑을 러시아에서 보았다.

로원의 스펙트럼1 - Scenery

2013.9.12 블라디보스톡

가장 좋아하는 사진,

볼 때마다 눈물나는

어쩜 그리 아름다울까.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톡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유일하게 러시아어과도 아닌데 본 캠퍼스에서 러시아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교환학생을 간 학생이 나였다. 이미 TO가 정해져 있었을 테지만, 어찌어찌 서류가 붙었고 면접을 보러 다른 캠퍼스로 갔을 때, TO숫자만큼 대기실에 있던 노어과 학생들이 보였다. 아.. 웬 무역학과 학생이 끼어든 셈이구나 알아차렸다. 마지막 순서로 외우지 않은 러시아어로 교수님과 쭉 대화한 것이 기억난다. 러시아어를 아무리 혼자 배우려고 해도 배울 수가 없다며 꼭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최종 3명 중 한 명이 내가 되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리고 그게 무색하지 않게 2급 자격증까지 따고 돌아왔으니 돌아보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교수님을 설득한 내가 자랑스럽다.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일상을 기록하고, 이리저리 거리를 거닐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클로버 하우스에서는 무엇을 파는지, 일본인 교환학생들과 지나가다 마주쳐서 같이 박물관을 탐방하고. 무척 재미있었다. 내 룸메이트는 일본인이었는데, 일본어를 아주 조금 할 줄 알아서 노어와 일어를 섞어가며 교류했던 것 같다. 사키- 그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어느 날은 늘 그렇듯 이리저리 구석구석 탐방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앞에 가던 노부부 중 한 할머니의 신발이 벗겨졌다. 러시아 여성들 중에는 기름진 식습관 때문인지 나이가 들면 몸매가 전체적으로 거동하기 불편할 정도로 순식간에 체형이 변화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 할머니 역시 거동이 불편했기에 걷다가 신발이 벗겨진 거다. 곧바로 할아버지가 신발을 신겨주고 애기처럼 챙겨주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사진을 찍었다. 머리가 하얗게 되어도 거동이 불편해져도,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양 정성스레 신발을 신기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나가던 또 다른 행인도 그 모습을 걱정스레 보던 장면은 오래오래 기억되었다. 얼마나 따뜻한가. 러시아 사람들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데다 그리 소중히 하던 모습이라니. "저런 사랑은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는 걸까?" 라고 스물넷의 나는 생각했다. 

이전 02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으시네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