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정도 밖에 못하는가
수영과 글쓰기의 공통점은 내가 만든 결과물이 너무 별로라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 흔히들 '내 글 구려병'이란 게 있는데, 내가 쓴 글이 다 써놓고 보니 남들이 쓴 글과 비교가 되고 별로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아마 웬만한 나르시시스트 작가가 아닌 이상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수영에서도 이런 비슷한 증세가 있다. 바로 '내 폼 구려병'인데, 내가 수영하고 있는 자세가 너무 별로인 것처럼 느껴질 때 사용한다(내가 만든 용어지만, 많이들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자유형을 할 때 팔 모양에 어깨에 신경 쓰면 하체와 호흡이 이상해지는 거 같고,
접영을 할 때 출수킥에 신경 쓰면 웨이브와 입수킥 그리고 팔동작이 구려지는 거 같다.
이거는 어느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 내가 수영을 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따라올 문제 같다. 이제 드디어 접영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데, 접영까지 해보니 이제 다시 자유형이 어려워졌다. 초급반일 때는 접영까지 하면 이제 어디 가서 수영 좀 한다 얘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니다. 자유형만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되는 게 하나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만큼 수영에 대한 욕심이 생겼음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더 멀리, 더 빨리, 더 효율적인 폼으로 수영하고 싶은 욕심 말이다.
'내 폼 구려병'은 결국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대로 욕심 때문에 괴로운가? 적어도 나에게 수영에서만큼은 아닌 것 같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의 출석률을 높이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정보를 찾고,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그려보며 잘해지고 싶은 욕심이 나에겐 결국 더 좋은 폼을 가져오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이 전혀 괴롭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
인간은 어느 정도 욕심을 갖고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인생은 한 가지 정답만 갖고 살기엔 너무 복잡하다.
수영을 말하다 처세까지 왔다.
그래서 결론은?
수영 더 잘하고 싶다!
이번주도 킵 스위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