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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Jan 04. 2022

어디에나 늘 진상이 있다.

면역력을 키우러 갔다가 만난 면역이 된 사람들,



작년 한 해가 끝나기 전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백신 2차 접종 완료 90일이 도래하니, 부스터샷 접종을 서둘러달라는 내용이었다.




안그래도 궁금하던 찰나에, 빠르게 접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날짜를 어제로 예약해두고 오전에 병원에 방문했다.


내가 간 병원은 내과 진료와 백신 접종을 함께하는 곳이었는데,

연초인데다가 주거시설이 많은 곳에 위치하고 있던지라 사람이 참 많았다.



진료를 보고 접종을 기다리던 중에, 접수처 인근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내가 지금 시간이 남아서 기다리는 줄 알아? 

내 순서가 아까부터 저 티비에 있었는데, 지금 얼마나 더 기다려야되는거야, 어?

나 진짜 지금 바쁘다고....아휴 정말 짜증나게 진짜"


저마다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접수처에 있던 여러 간호사들,

그리고 나는 일제히 그 사람을 쳐다봤다.


연거푸 시계와 핸드폰을 번갈아보면서 

"시간 없으니 제발 나부터 얼른 좀 처리해줘"

라는 대사를 암묵적으로 내뱉고 있던 중년의 아주머니, 아니 아줌마........

굳이 격을 올려 말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 나는 내 차례가 좀 지났는데도 맞물려 있는 상황이었는데

일단 기다려보다가, 그 큰소리가 끝나고 나서 조용히 접수처에 가서 물었다.

"혹시 제 차례가 언제쯤 올까요?"


나 말고도 그 아줌마에 비해 나이가 지긋하게 더 드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차근차근 접수처에 가서 묻는 모습이 이어졌다. 

나이라는 숫자보다 보이는 모습,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데.....




간호사는 혼선이 있어서 죄송하다고 바로 주사실로 날 안내했고,

접종을 하고 나오는데, "다음부터는 바로 얘기해주셔도 되요~"


그래서 "아까 큰 소리가 나서, 제가 말씀드리기가 좀 애매했어요."라고

말씀드리니 "아, 아까 소리지르셨던 분이요...? 

오실 때마다 그래서 저희는 괜찮아요"



그 말을 듣고 난 다소 놀랬지만, 간호사 분들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내원하는 사람이 한 두명도 아닐텐데, 

진상을 부리는 사람도 꽤나 많을까 싶어서.....


'군계일학'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이 났지만,

그 아줌마는 갓난아이가 그려낸 화투장에 나온 그림의 학에 비해서

매우 못 미치는 학이라고 생각했다.



부스터샷을 맞으러 갔다가 불쾌함을 얻고 나왔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한 하루였다. 그리고 진리를 또 한 번 얻어서 나왔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배려가 깊은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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