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인 평화는 없다.

무아지경의 삶이 영원할 것 같아?

by 루안 RUAN

"해탈하셨나요?" "너 보살이니?"

우리는 고통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처받거나 어려워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모두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해탈하셨나요?" "너 보살이니?"와 같이 묻곤 한다. 현실 속에서 완벽한 번뇌와 고통을 초월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부처조차도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생애를 수행을 하고 덕을 쌓았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런 궁극적인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멀게만 느껴진다.


누군가 "쉬엄쉬엄 해."라고 물을 때

지금 정말 괜찮은데 자꾸 쉬엄쉬엄 하라고 한다. 특히 엄마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엄만 고생을 많이 했었지만 딸은 편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한 말이겠지만 종종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어떨 땐 힘들게 일하면서 속도감 있게 사는 게 재미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성취감에 희열감을 느낀다.

문득 일을 할 때 집중을 하다가 무아지경의 상태를 경험하곤 한다. 이 상태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정의한 '몰입(FLOW)'과 같은 것이다. 건강한 도파민 분출이다. 아주 어릴 때 그림 그리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선혜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유일하게 책상에 오래 앉아있어. 책 보는 건 오래 안 가는데 하하" 그리고 20대에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프리랜서로 작업을 할 때 나도 모르게 밤을 꼴딱 새우고 '언제 아침이 됐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또 다른 예로는 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때가 많은데, 특정한 약간의 도전적이면서 내가 충분히 잘할 것 같은 업무에 있어서도 어느 순간 육체적 피로가 느끼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이는 매우 목표지향적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목표를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행동 안에서 충만함을 느끼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일잘러' 들은 이런 경험을 자주 할 것이다. 이 맛을 한 번 본 이후 일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으며, 과도하면 번아웃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다. 이 몰입과 성취감의 맛을 아는 사람은 이 글을 보며 고개를 한껏 끄덕이며 무한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무아지경의 상태 1 - 도파민

몰입상태에서 도파민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한다. 내 뇌는 최적화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걸 잘 끝내면 엄청난 만족감이 있을 거야~!!" 그래서 끝난 이후의 만족감은 꽤 매력적이다. 번아웃이 오지 않게 과도하지만 않다면 이런 충만함과 도파민은 건강한 도파민이 아닐까?



치앙마이 여행을 하면서 숙소 근처의 어떤 카페가 마음에 쏙 들었다. 이곳은 먼저 내가 원하는 원두를 고르게 하고, 원두의 향을 해치지 않기 위해 전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팔이 떨어질 것 같은 속도로 원두를 드르럭 드르럭 갈아서 100%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정성스럽게 내려준다. 최적의 그람수까지 딱 맞춘다. 너무 맛있어서 며칠째 가고 있는데, 아침 2시간만 오픈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조금만 늦장을 부려도 맛있는 커피를 먹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나는 그냥 단순히 '이 젊은 사장님이 워라밸을 이렇게도 지키는구나' 생각했었다. 3일째 되는 날, 너무너무 궁금해서 직접 여쭤보았다. "혹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왜 2시간만 오픈하세요?"라고 물었다.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본업이 조각가입니다. 카페 문을 닫고 작업실에 가서 일을 합니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WOW~~ 여기 카페에있는 조각들 전부 직접 작업하신 작품들이에요? 차 내려주시는 이 주전자도 직접만든거죠? 우와 정말 대단하시네요!"라고 말하며 이분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보았다. 정말 멋진 젊은 조각예술가였다. 내가 이 질문을 하지 않고 사장님의 인스타그램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면 영원히 이분이 단지 워라밸 추구하는 하루 2시간만 일하는 행복한 사람 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니 더 멋있었다. 알고 보니 투잡이었던 것이다! 아침에 2시간 동안 좋아하는 커피를 팔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오후에는 개인작업에 집중하는 삶이 재미있으면서도 멋있었다. 커피를 내릴 때도 완전한 몰입상태였고, 또다시 개인 조각상 작업을 할 때도 완전한 몰입상태에 빠질 것이다. "이렇게 여유로운 동네에서 투잡을 한다고? 주말없이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 카페를 운영하고 오후에 빡세게 조각상을 작업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집에서 잠을 자고 또 새벽에 일어나 카페를 운영하는 어떤 청년의 삶이군." 이라고 얼핏 들으면 겉으로 봤을 때 바쁘게 살아가는 쉬지 못하는 청년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정말 바쁘고 힘들게 사는 것 같겠지만 그는 정말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다. 보통 사람들이 "왜 저렇게 힘들게 살지?" 라고 생각했던 누군가는 알고보면 그 일들이 그 사람에게는 진정한 행복일 수 있다.



무아지경의 상태 2 - 세로토닌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평화'라는 상태는 고요함 속에서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때때로 나에게 찾아오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멍 때릴 때 (특히 명상과 같은 것) 시공간을 넘어선 순수한 존재의 상태에 도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 들고 내 몸이 붕 떠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 지구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랄까. 평생 이렇게만 살 수 없으니 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또다시 벗어나게 된다. 풀밭 위를 조용히 나 혼자 사부작사부작 걸을 때, 찻잎을 촤르르 떨어트려 뜨거운 물을 잠시 우려내어 깨끗하고 예쁜 찻잔에 담아 고요하게 차 한잔을 마실 때, 해먹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때, 풍요로운 느낌과 감사, 환희가 느껴진다.

이땐 세로토닌 분비가 뿜뿜 할 것이다. 길고 잔잔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무아지경, 그리고 일을 하며 몰입하는 순간의 무아지경은 서로 상반되는 것 같지만 사실 '현재의 순간에 완전히 몰입한다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 존재와 창조를 넘나들며 극단의 평화를 느끼는 것이다. 미친 듯이 몰입하거나 강력한 성취감, 신나게 놀 때 작동되는 도파민과 편안함을 느끼면서 쉴 때 작동되는 세로토닌이 적절하게 활성화가 되어야 비로소 건강한 무아지경의 삶일 것이다.


궁극적인 평화는 없다.

'무아(無我)'의 경험이란, 자아(나)와 타자(다른 존재)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를 말한다. 365일 24시간 내내 이러한 궁극적인 평화로 완벽한 상태에 도달한 것을 유지할 수는 없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욕망과 함께 불안, 결핍, 이기심,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냥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언제나 고민과 걱정, 고통스러운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아, 완전하다."라는 느낌의 요소들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궁극적인 평화는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이제 이런 선물 같은 '무아지경'의 순간들, '깨달음'의 순간들을 더 많이, 더 자주 경험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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