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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Dec 08. 2023

잘 지내니

14살 무렵, 친한 친구가 생겼다.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되어본 친구였는데 딱 보기에도 너무 조용해 보였다. 그날도 무표정한 얼굴로 혼자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말을 걸고 싶었다. 내성적이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에는 망설임이 없었기에 친구에게 다가갔다.      


“너 우리랑 친구 할래?”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린 친구가 되었다. 친구는 나를 많이 좋아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모든 함께 좋아하려고 했고 내가 하는 모든 걸 동경했다. 당시 HOT, 젝스키스가 인기를 끌 때였고 또래 여자아이들 대부분은 그런 그룹들에 관심을 가졌다. 당연히 대화의 큰 비중도 가수에 관한 대화였다.      


나는 좀 달랐다. 그 당시에도 배우 배두나를 굉장히 좋아했었고 인터넷으로 검색한 배두나의 사진을 자르고 붙여서 꾸미는 놀이를 즐겼다. 친구는 그 활동에 동참했다. 함께 서로 다른 사진을 붙이고 놀았고 꾸미기 놀이 아래엔 서로에게 글을 써서 펜팔을 시작했다. 매일 그 노트를 돌려보면서 우리의 우정은 진해졌다.     


친구가 날 사랑하는 마음은 더 깊어졌다. 노래방을 좋아했던 내가 함께 노래방을 다니면 저음 보이스인 내 목소리를 사랑해 주었고 내가 부르는 음악은 자신의 플레이리스트가 되었다. 당시 유행하는 곡보다는 나이에 안 맞는 좀 오래된 명곡들을 부르곤 했는데 그것마저도 그 아인 매력이라고 여겼는지 푹 빠졌더랬다.     


우리의 우정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고 사랑받는 게 좋은 나는 친구와 어울리는 게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조울증이 심해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틈만 나면 대화에 태클을 걸고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불같은 성격이 심했을 땐데 그 이유로 친구와 자주 다투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감정이 많이 든다. 좀 더 잘해줄걸, 이해할걸. 관계에 서툰 나는 그 친구와 나 사이에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고 우린 그렇게 멀어졌다. 화가 난다며 그 친구를 끊은 적도 있었는데 친구는 그 와중에도 메일로 사과글을 보내주는 행동을 하면서 관계 개선에 노력했다.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어느 한쪽만 좋아해 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관계에 미련이 없는 나는 연락처도 곧잘 바꾸게 되었고 지금은 연락처마저 없어서 연락이 닿을 수도 없다. 올해 연말은 이상하게 좋았던 기억이 나는 사람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뭘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Image by 51581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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