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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Dec 28. 2023

[SYSTEM] 세상을 보는 시점이 바뀌었습니다.

버리려던 2024를 기다리던 2024로 바꾸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그림은 망했다. 나는 항상 채색에서 요상하게 마무리가 된다.


원래는 쓰려던 글이 있었다. 심지어 완성도 했다. 그러나 오늘 글이 올해의 마지막 브런치 연재글이라는 생각에, 생각에 잠겨서 후다닥 다른 글을 쓰고 있다.


이 브런치 시리즈는 세상에 질려버린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글이다.

젊지만 어리지는 않고, 어렸을 때 가정환경 혹은 여러 사건 등으로 원치 않은 이상한 습관과 생각 구조가 형성되어 버리고, 그래서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계속 세상에서 동일한 문제를 마주하고 절망하는 사람. 세상에 적응해 보고자 열심히 당신들이 원하는 스펙을 쌓았지만 결국 망해버려서 원점,아니 (실제로는 시간이 지났고 나이가 들었고 한국은 한 살 한 살 나이 들수록 죄인 취급을 하니) 원점보다 훨씬 뒤로 머리채가 잡혀 돌아가버린 사람.

최근에 디자인 전공 친구에게 들었는데 더 품을 들으라고 한다. 근데 난 전공이 아니라고...


그런 사람이 많은듯하면서도, 많이 없더라.


최근에 만난 사람은 나보다 심한 여정을 겪고 걸어왔고 어떤 지인은 너무나도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와서 종종 잘못도 없이 나의 억하심정 버튼을 누르곤 했다.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나와도 취업이 안 되면 바로 해외유학을 갈 경제력과 화목한 가정에서 큰 사람과 어떻게든 유일하게 정신적/경제적 가장이 되어야 하는 나는 달랐다. 같은 스펙을 가져도 어렸을 때 내던져진 환경에 따라 속도도 방향도 퀄리티도 달랐다. 겁나 억울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재미있다. 제법, 살아볼 만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창문을 하나하나 그리는 게 의미가 있나? 손 아프다.


내가 만난 어른들은 비슷했다. 어릴 적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랬고 그게 내 인생의 첫 어른들이다 보니 이후 어른들과 관계를 맺을 때도 비슷하게 굴러갔다. 그들의 기분에 라 채용은 취소되고 모두 앞에서 머저리가 되어 괴롭힘을 당해 퇴사를 하게 되었다. 무력했다. 특히 그들은 자존심이 강해 보이는 나를 라벨링 짓는 일을 좋아했다. 나이대에 맞지 않는 행동이지만 그런 그들도 그냥 숨만 쉬면 나이를 먹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니 뭐 어쩌겠는가. 그래서 나도 그들이 지어준 라벨로 나를 정의했다.



그런데 웬걸, 살아보니 그건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내가 모르는 내가 많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사실 이 구름도 거의 5번째 버전까지 만들고 첫 번째 버전으로 돌아온 그림이다.


나의 동일한 문제들이 ‘나’로 인해 일어났음을 인정했다. 또LIE가 99의 잘못을 해도 내가 1을 채우면 사건이 터진다. 1조차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그 1은 내가 원해서 만든 행동은 아니다. 어릴 때 살아남기 위해 생긴 전략이었고 DDo라이들이 일으키는 99의 일은 인간적이지 않은 악질의 짓이었기에 분통이 터졌다. 저 새끼들은 살아가는데 잘 살아가는데.. 왜 나만.. 왜 나만!



하지만 이젠 말한다. 그들을 향해


네, 그렇게 살다가 가십쇼.


저는 성장이란 걸 해서 멋진 어른이, 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습니다.

대체


나의 30년 인생이 같은 알고리즘으로 뱅글뱅글 돌았고, 그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1%의 지분이 내게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1%를 바꿔보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과거를 마주하고 혼란스러워하던 심리상담을 계속 듣기로 결심한 이유이며, 일단 2024를 살아보기로 한 이유였다. 새로운 것들을 한번 보기로 말이다.



나는 글쓰기를 싫어해서 공학을 전공했으며, IT관련 지식들이 싫어서 코딩을 피해서 마케팅 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그러나 한 뉴스레터에서 IT관련 툴 글을 쓰는 에디터로 1년을 활동하게 되었다.(지금은 나옴).

 

나는 정이 많았고, 의젓했으며, 친구들의 안 좋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갈등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난 뒤끝이 없어서 뒤돌면 그들을 궁금해하지 않았고, 배려 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수동공격을 하는 친구들을 끊었으며, 담백하게 화를 내는 방법을 배웠다.

대충 완성. 잘 그리고 싶다.


평생 이렇게 다른 잽만 날리다가 가겠지. 물론 잽을 몇 번 날리는 날도 있고, 결정한 방향대로 우직하게 몇 년을 해야 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더 좋은 인생보다는 내가 몰랐던 새로운 인생을, 나를, 발견하는 게 삶이라면. 이 삶이 게임 같은 거라면, 한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신도 몰랐던 당신을 발견한 적이 있는가?

좋든 나쁘든, 새로운 것을 발견했으니 일단 한번 기뻐하자.

인생이라는 이 게임에 +1을 얻은 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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