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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pr 24. 2024

결혼 준비하는 동기와 주말 알바 구하는 나

취준생에게 비교란 무엇인가?

이 연재 글은 아마 목요일에 나가는 연재글처럼 성격이 바뀔 확률이 크긴 하다. 처음에는 이 거지 같은 시기를 고발(?)하고 어쩌면 나의 생존기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다.

나의 삶 뭘까.



하지만 조금씩 생각을 하고 일상을 지내다 보니 이 5년이라는 구직-취직-퇴사-다시 구직 이 시기에서 내가 배우거나 깨달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나와 세상에 주어졌던 많은 고정관념들이 오히려 그 고정관념을 충실히 따라 하다가 깨어졌다.


물론 그 흐름에 딱 맞게 잘 살아가는 멋진 젊은이들도 있지만 내가 그게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든 내 방식대로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나를 죽이는 게 아니라 나를 발현하고 세상과 어느 정도 협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매거진의 목차들은 어쩌면 별로 의미가 없을 거란 밑밥을 먼저 깐다.


내가 이 뭐 같은 5년 동안 다시 모은 돈은 전부 떨어져서 알바를 구하는 동안 바뀐 부분이 있다. 취준생이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는 부분 ‘친구들과의 비교’이다.


이제 내 친구들은 결혼을 하거나 집을 사기 시작했다. (뭐, 집을 사는 건 대기업 입사를 한 아이들에 한하는 이야기긴 하다.) 세상의 알고리즘은 너무나도 빨라서 20대에 1억 원을 모은 사람, 내가 00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던 스펙! 이런 것들을 계속 보여준다. 그건 이제 딱히 인플루엔서들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내가 방황하는 동안 내 주변인들이 이뤄내는 실제 성과가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 격차가 벌어지는 게 실감되자 마음이 편해졌다.

호에엥


인정이 되어버렸다. ‘아, 쟤는 저기까지 가는 동안 나는 여기서 내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또 다른 인정이 되었다. ‘쟤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나도 노력했는데 저걸 이 시기에 얻을 순 없는걸 보아, 나와 쟤는 다른 인생을 사는구나.’라고 말이다.

나는 평생 저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없겠지…. 가 아니다. (그런데 경제적 수준으로는 솔직히 못 따라잡을 것 같긴 하다. 얘들아 그니까 언젠가 만나면 밥 좀 사라) 아예


다른 사람이군.

다른 인생이군.


그러면 뭐 하러 나라는 사람의 인생 목표가 서울 00구 00 대학교 00학번 00 기업을 다니는 0년 차 김 00 씨여야 하나…싶었다. 나는 xx출신 xx대학교 00학번 @#$@$경험으로 재취준중인 00살 강chul이니까.

(예상하셨겠지만 대충 내 친구들의 페르소나를 표현해 봤다.)


하지만 옆에 계속 있으면 이야기가 공감도 안되고 자존심이나 자신감이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난 그냥 해적왕이나 되어야지.

그래서 나는 이제 별로 그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만나지도 않는다. 경제적인 차이가 어느 정도도 아니고 거의 상위 100%와 하위 100%의 차이면 그냥 이야기가 안 통한다. (당연하지 난 주말알바 겨우 하는 사람이다. 월 400 받는 대기업 직장인들과 소비를 따라갈 순 없다.)


언젠가 우연히 이야기를 해보면 그 친구들은 나의 다른 점을 부러워하곤 했다. ‘하고 싶은 게 많고 그걸 한다.’ 거나 ‘주변에 사람이 많다.’ 거나. (그냥 그렇게 보일 뿐이지만.) 배우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시작하는 부분들.

그게 왜 부럽냐.

근데 얘들아 난 그런 거 없이 재미없는 삶 살아도 되니까 너희 명예나 돈이 더 부럽거든. 물론 저런 사람이 나여서 돈 없고 인생 덜 풀려도 어케 잘 살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긴 하다.


비교에 대한 이야기를 취준생 브런치 초반에 한 이유가 나름 있다. 한국은 평생 비교를 하며 자신을 애태우는 문화긴 하지만 20대 후반 여성 취준생의 경우 비교가 거의 일상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실제 구직활동이나 생활을 할 때 힘들 정도로 사이즈가 커진다. 취준과 고시 준비는 아주 다르지만 동일한 구석이 있다면 ‘입 닫고 해야 할 일에 생각 없이 집중해야 한다.’ 일 것이다.

에휴 할 일 하자.


언제 누가 합격했고 누구는 결혼을 했고, 어디에 발령이 났고에 상관없이 결국 독서실에 들어가거나 노트북을 켜서 공부 혹은 자소서를 하나라도 더 제대로 쓰는 사람이 그 상황을 빠르게 탈출할 확률이 크다.


말하고 보니 인생 전반이 다 그런 것 같지만.


그래서 내가 이 기간 동안 오히려 성장하고 배워나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남들은 이걸 미리 알아서 직장이나 밥벌이가 벌써 잘 구해졌나? 내가 느린 건가?

그것도 사실 잘 모르겠다. 별생각 없이 경우 없이 살아가거나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느린 지옥에 빠져있는 사람도 있고. 확실한 것은 나는 이 시기를 내 인생에서 잘라내지 않기로 했다. 이것도 살아가는 내 삶의 일부 중 하나일 테니 물론 얼른 지나가길 바란다 더럽게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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