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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02. 2024

성실 외엔 답이 없다는 절망적인 희망

결국 희망은 맞다.

요 5,6년 사이 이룬 것보다 잃은 게 더 많다. 그래서 다시 꺼내는 최근에 10kg 감량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성공…이라기엔 나는 여전히 과체중이고 그게 몇 년에 걸쳐서 도전했다 실패했다 했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다. 신기한 것은 분명히 최대 몸무게를 찍고 나서 다이어트를 하겠다 결심하고 PT를 받기 시작한 건 3년 전인데 10kg가 빠지기 시작해서 이뤄지기까지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내가 내려놓은 게 있기 때문이다.

그냥, 왕도가 없다.

그냥, 성실하게 해야 한다.

이 방법 말고는 답이 없구나. 살이 빠지려면 덜 먹고 운동 더 해야 한다.


그래서 온갖 다이어트 식품이나 몇 달 만에 몇십 킬로를 뺀 유튜버들의 영상과 책을 사는 짓을 그만두었다. 갑자기 삘이 올라서 2시간 운동하는 짓도 그만두었다. 그냥… 그냥 하루에 10분이라도 ‘씻기 위해’ 헬스 장을 갔다. 식비 아낄 겸 일주일에 3번만 저녁에만 식단을 했다. (그 식단도 별 건 아니고 양배추와 계란과 베이컨을 볶아서 밥 두 숟갈 위에 얹어먹었다.) 그냥 말 그대로 운동 꾸준히 하고 꾸준히 덜 먹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빠져 있었다. 물론 여기서 6kg는 더 빼어야 정상 체중에 돌입하는 과체중이긴 하다만. 1,2kg도 빼기 어렵다는데 수많은 방황을 하다가 내려놓고 왕도를 포기하며 그냥 한 것들이 결실을 맺었다. 이 자체에 내게 의의가 있었다. 어떻게든 새로운 사람들의 콘텐츠를 보고 배우면서 나도 그들처럼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엄청나게 높은 목표를 세우다가 그 간극에 지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사실 10kg를 빼는 목표는 없었고 (실제로는 20은 빼어야 전 몸무게이므로) 그냥 운동하고 덜 먹고 건강해지고 꾸준히 힘 빼고 하자, 가 목표였다. 에라 모르겠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으니 내 행동이라도 좀 통제하면서 뿌듯함이라도 느껴야지 않겠습니까. 처음 몸무게 변화를 봤을 때는 음? 하고 별 감흥이 없었다만 여름이 다가오며 작년 옷들을 입으니 허리가 내려가고 타이트했던 바지가 슬랙스처럼 편해진 것을 보아 빠지긴 했나 보다.



최근에 큰 무기력증이 왔다. 열심히 높은 점수의 자격증도 따고 자소서, 이력서도 보강했고 나이가 있다곤 해도 중고신입이라 1,2년의 경력이 있으니 준비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광탈. 7월에 입사하지 않으면 일을 그만둔 지 1년이 되어갈 뿐 아니라 시간과 돈의 모든 한계가 최대치(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이제 끝났다고 해야 하나)가 된다. 그러나 그러려면 지금쯤 인적성이나 면접을 보고 있어야 하는데 그 무엇도 없는 지금. 다시금 과거와 왜 나한테만 스무 살 이후의 삶이 이렇게나 벅찬지를 곱씹으며 그냥 침대에 누워있게 된다.

 

그래, 나는 그때도 기적의 왕도를 원했다. 지금도 원하고 있다. 여러 유튜브를 보고 20대 때 더럽게 힘들게 살았지만 지금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만족을 하고. 아니, 그냥 나는 대기업부터 작은 기업까지 서류를 많이 최대한 넣어야만 한다. 넣어보고 디벨롭시키고 또 넣어보로 많이 넣고. 실수 없이 계속하고.


물론 머릿속 소설은 내게 엄청난 압박감을 준다. 그 고생을 했으니 좋은 기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전 회사 거친 사람들은 다들 나를 비웃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이 나이에 가족에게 다시 지원받고 싶지 않다. 다시 나의 일을 시작하고 거기서 뻗어나가고 싶다. 그것만 하면 되고 그것에는 왕도가 없다.


성실히,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누군가가 성실한 바보가 가장 쓸모없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일 잘하는 개 00을 일 못하는 성실한 사람보다 칭송하는 이 나라에서. (나는 지금까지 개 00인 사람들 중에 자기가 전자라고 착각하는 사람만 만났다. 일 잘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개 00까지 가진 않는다.) 효율적이지 않으면 바보라고 비웃으면서 동시에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아이러니한 나라에서 말이다.


별 대단한 사람이 될 건 없고 그냥 비슷한 일 하면서 먹고살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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