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털과 재고 소진을 위한 여가을 숲
옥수수를 데워 먹으려 냉동실을 열어보니 세일할 때 즉흥적으로 사뒀다가 처박아둔 단호박이 있었다. 동장군이 되어 헬프미를 외치는 녀석을 외면하지 못하고 옥수수와 함께 구조해 수프를 만들기로 했다. 옥수수 단독으로는 몇 번 수프를 만들어 봤지만 생각보다 달지 않고 색깔도 흐리멍덩해 아쉬웠다. 어찌 보면 단호박과 잘 어울리는 한쌍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면대면 낯을 가리는 녀석들을 잘 구슬려 믹서에 합방시켰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부를 부르는 선명한 황금 빛깔이 뿜어댔다. 옥수수 단독으로 수프를 만들 때 보다 맛도 훨씬 부드럽고 깊어졌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맛,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시간인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계절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냉동실에 남은 단호박과 찐 옥수수알을 냄비에 넣는다.
2. 오일을 두르고 달달 볶는 후 무당 두유를 넣고 끓인다.
3. 믹서에 곱게 간 뒤, 다시 냄비에 한 번 더 뭉근하게 끓인다.
4. 그릇에 담아 옥수수알을 올리고 오일과 파슬리를 뿌린다.
https://www.instagram.com/reel/DA-ec-TyhNB/?igsh=OGR5a3VvYXhtZj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