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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Oct 26. 2024

마늘 가지 들깨 수프

실패없는 요리



 요즘 나는 반팔티와 경량패딩을 동시에 입고 전기장판과 선풍기를 번갈아 돌리는 기묘한 행위를 하고 있다. 오이, 가지, 포도, 멜론… 지금쯤 작별을 고해야 했을 아이 들지만, 올해 여름이 유난을 떨며 알 박기를 하는 바람에 가을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마트 안 과일 코너에서 파인애플과 반시, 무화과와 대추 사이의 뻘쭘한 기운을 느꼈다. 채소가게 한쪽에 수북이 쌓인 가지를 봤을 땐 여름이 다시 온 줄 알고 흠짓 놀랐다. 뭐에 홀린 듯 ‘이번이 마지막이야’ 속으로 말하고 집어든 가지. 나물을 만들까 덮밥을 만들까 고민하다 수프를 만들기로 했다.



 가스불 앞에서 차마 냥이들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교태를 부리며 보랏빛 향기를 부르고 있는데, 마늘을 품은 팬에서 온 사방팔방 기름이 튀었다. 보기에만 근사한 스탠팬은 쉽사리 가지를 놓아주지 않았고 정성스레 칼집을 낸 표면은 보기 좋게 바닥에 눌어붙었다. 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처럼 그럴듯한 비주얼로 다소 밋밋한 맛을 은폐해 보려 했지만, 실력도 도구도 도와주질 않았다. 그럼에도 실수와 실망을 새로운 배움을 전수하는 법. 적은 재료로 만드는 요리이니만큼 단순한 과정에도 정성을 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재료의 물기를 제거할 것, 가지는 기름에 굽기 전 초벌로 살짝 익혀둘 것, 칼집은 껍질이 아닌 안 쪽에 낼 것, 불을 끄고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뿌릴 것… 이날 가지에게서 배운 맛과 태도를 뼈에 세기며 다음 계절을 기약해보기로 했다.



재료 : 가지. 마늘. 다시마. 무. 오일. 간장. 들깨

1. 가지를 세로로 자르고 칼집을 낸다.

2. 팬에 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마늘을 볶는다.

3. 가지를 눕혀 노릇하게 굽는다

4. 다시마. 무를 우린 육수를 붓는다.

5. 한소끔 끓인 뒤 간장으로 간한다.

6. 취향껏 들깨가루를 뿌린다.


* 요리 영상은 아래 링크에…

https://www.instagram.com/reel/DBkQQzVSGlt/?igsh=MTdhYjNlODRzM2Z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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