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느타리
소화가 안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신발을 씹어먹어도 끄떡없을 거 같았던 치아, 자갈도 소화시킬 거 같은 위장, 그 시절 젊음은 그 어떤 혈연 학연 지연보다 든든했다. 하지만 그 역시 세월 앞에서 아무런 힘이 없었다. 자극적인 음식으로 일상의 도파민을 충전하고, 기름 목욕을 마친 치맥으로 일주일치 스트레스를 풀었다. 험한 세상 속 동지는 위염, 속 쓰림, 역류성식도염이었다.
사계절 중 가을이면 유독 몸이 변하는 걸 느낀다. 현실은 노화이지만 미화해서 성숙이라 부른다. 눈은 침침해지고, 관절은 뻐근하고, 의욕은 줄고, 기억은 가물가물… 소화 역시 되지 않아 트림과 방귀로 멜로디를 만드는 경지에 오른다. 피자, 햄버거, 빵, 자장면 같은 건 몸이 이제 거부한다. 어쩌다 입에 넣은 고기도 소여물 먹듯 한참을 되새김질한다. 어쩌면 살생 그만해라는 신의 큰 그림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육식을 줄이고 적당히 보기 좋게 늙어가는 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 덕에 온 세상 동물들을 새로운 동지가 되었다. 자연히 육고기보다 비싼 채소들을 사다가 성은입은 궁녀처럼 감지덕지하며 지낸다.
가성비 좋은 버섯 앞에선 한 마리 코끼리가 된다. 그중에도 느타리는 가장 애정하는 종목이다. 잘잘하게 찢어 간장양념에 졸이면 닭가슴살 같아서 밥도둑이 따로 없다. 밥에 볶아 먹기도 하고 죽에 넣어먹기도 하며 내 가슴으로 낳은 느타리인냥 애지중지 대한다. 그러니 이쯤 되면 느타리로 숲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재료 : 느타리버섯. 누룽지. 다시마. 무. 계란
소금. 오일. 참기름. 간장. 두유. 파슬리
1. 다시마, 무를 넣고 뜨거운 물에 누룽지를 불린다.
2. 냄비에 오일과 참기름을 두르고 버섯을 볶는다.
3. 불린 누룽지와 계란 흰자를 넣고 섞는다.
4. 두유를 조금 넣는다.
5. 그릇에 담고 노른자와 파슬리를 올린다.
* 요리영상은 아래에…
https://www.instagram.com/reel/DBmzaaUSbkl/?igsh=MW5zMnNyNzVidm84Y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