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좋았던 점
캐나다 1년살이를 하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점은 단연 자연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South Surrey라는 외곽 지역이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논과 숲이 이어지고, 집 앞 공원에서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여름에는 호수에서 물놀이와 하이킹을 즐기고, 겨울에는 썰매를 타거나 스키를 배우며 계절을 만끽한다. 자연이 곧 일상이 되는 경험은 캐나다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아이들에게는 영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영어로 수업을 받고, 마트나 영화관 어디를 가도 영어를 쓰며 생활한다. 작은아이는 이제 영어로 질문을 받으면 영어로 대답하지만, 그것을 한국어로는 설명하지 못한다. 아이 머릿속에는 단순히 두 개의 언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마다 다른 ‘표현 방식’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고도 신기하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크다. 각 나라의 문화가 그대로 존중받고, 학교에서도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차이로 배운다. 얼마 전에는 김치의 날이 공식적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11월 22일이 김치의 날이라니, 작은 문화 하나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하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점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다. 보통 퇴근 시간이 3~4시라고 들었고, 실제로 그 무렵에는 교통체증이 심하다. 아이들 등하교길에도 아빠들을 흔히 볼 수 있고, 학교 행사에 오전부터 아빠들이 참여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가족의 일이 회사 일보다 우선시될 수 있다는 점은 참 부러운 문화다. 주말이면 집을 비우고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는 모습도 흔하다.
마지막으로, 집마다 있는 테라스가 참 특별하다. 높은 콘도에도 어김없이 발코니가 있고, 그 위에 의자 하나 놓고 앉아 책을 읽거나 햇볕을 쬔다. 난간은 허리까지밖에 없어서 처음엔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공간이 주는 여유와 신뢰가 더 크게 다가온다. 작은 발코니에서도 하늘을 바라보고, 자연을 느끼며 비타민 D를 충전하는 순간, 이곳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조금은 이해된다.
캐나다에서의 일상은 이렇게 다섯 가지 장점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사실 그 너머엔 삶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이 있다. 자연, 언어, 문화, 가족, 그리고 작은 공간 하나까지도… 그 모든 것이 내게 새로운 배움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