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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Jul 24. 2024

나의 첫 임신, 그리고 첫 유산

소중한 나의 첫 아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처음 임신임을 느꼈던 건 신혼여행지였던 몰디브였다. 결혼식 이주일 전부터 너무 무리해서인지, (당시에는 생리인 줄 알았던) 갈색 피가 아주 조금만 나와서, 이번 달 생리는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그 갈색 피는 착상혈이었다. 결혼식 전날부터 긴장을 해서인지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고, 결혼식 날은 화장실에 갈까봐 물조차 한모금을 마시지 않았다. 오프 숄더 드레스가 흘러내릴까봐 숨을 짧게 끊어 쉬어야 할만큼 코르셋을 꽉 조였다. 


신혼여행지에서 점점 가슴이 커지고, 끊임없이 배가 고프고, 나른하고 피곤한 증상이 있었고 남편은 차갑다는 몰디브의 바닷물이 나는 따뜻하게 느껴졌다. 신혼여행지에서는 임신 테스트기를 구할 수 없어서 "설마 아니겠지" 라는 마음으로 마음껏 놀았다. 리조트에서 아주 뜨거운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하고, 깊은 바다에 스노클링을 하러 들어가기도 했다. 바다에 스노클링을 하러들어갔을 때는 유방이 터져 버릴 것 같은 통증이 생겨서 바다에서 나와야했다. 우리는 임신에 대한 계획도 없었고, 공부도 미리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어떤 것을 주의해야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하는 지 등을 알아보지 못했다. 


경유지였던 싱가폴로 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임신 테스터기를 산 일이었다. 결과는 두 줄. 처음 결과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기쁨보다 걱정이었다. 이미 당시에는 임신 6주차였는데, 부랴부랴 검색해 본 임신 시 주의사항에서 나는 하지 말라고 했던 모든 것을 다해버린 것이었다. 공항에서부터 무거운 짐을 들고, 관광지를 오가느라 하루에 2만보 이상씩 걷기도했다. 자주 굶고, 반신욕을 하고,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고, 비행기로 장시간 여행을 했다. 


뉴욕으로 돌아와서 산부인과 진료 예약을 잡았다. 그 병원에서는 첫 초음파 검사를 8주차에 해준다고 해서, 예약 일정을 이주 뒤로 잡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날짜를 기다렸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뒤 장기간 회사 일을 비웠더니 처리되지 못한 일이 쌓여있었다. 시차 적응이 안되어서 피곤한 상태로 일을 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도 돌리느라 정신없이 한 주가 지나갔다. 친한 친구들에게는 임신 소식도 빨리 알렸다. 첫 임신이어서, 그 때는 임신 8주 전의 유산율이 30%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리고 나는 건강하니까, 유산 같은 건 내가 겪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임신 7주 3일차, 회사에서 급하게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위호큰에서 맨해튼으로 가는 158번 버스에 몸을 싣고 회사로 향했다. 출근 시간이라 사람이 버스안에 빽빽하게 있었고, 내 가방에는 무거운 노트북이 들어가 있었다. 남편이 내 가방을 들어줬지만 이상하게 배 아래가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임신 초기에는 배가 나오지 않기때문에 아무도 자리를 양보해주지는 않았다. 노약자석에도 피로한 출근길의 사람들이 눈을 감고있었다. 


회사에 가서 일을 하는 내내, 배가 차가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약간의 갈색혈이 계속 비쳤다. 인터넷에서는 임신 중 피가 비치는 일은 꽤 흔한 일이라고했다. 일을 마치고, 다시 무거운 노트북 가방을 들고 집으로 왔다. 다음 날은 금요일, 산부인과 예약을 하루 앞두고 있었다. 아침부터 아랫배가 차갑고, 아프기 시작했다. 피가 점점 더 붉게 나오기 시작했다.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 배가 점점 더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자마자 병원의 화장실에서 붉은 피가 후두둑 떨어지는 것을 봤다. 8주도 채 안되어서, 태동을 느낀 적도 없으니까 나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겪는 그 흔한 일이 내 일이 되자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피를 한바탕 쏟고, 초음파 검사를 하자 아기집만 보이고 아기는 보이지 않는다고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와 남편은 둘 다 아무 말도 없었다. 몇 달 동안은 계속 내가 했던 행동들을 되돌아보며, 후회를 했다. 그 때 드레스를 너무 꽉 끼게 입지 말걸, 화장실 가도 괜찮으니까 물이랑 밥좀 먹을걸, 반신욕을 하지 말걸, 너무 무리해서 여행하지 말걸, 끊임없이 나를 반성했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자신에게 유전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를 했다. 


아무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에게 왔던 새 생명이 너무 쉽게 왔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인터넷에서는 유전자 결함이 초기 유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 때 우리가 이랬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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