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생명을 보내고 나서, 나와 남편은 매일 "이랬다면 어땠을까"에 대해 얘기했다. 남편은 본인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잠을 한동안 잘 못자서, 혹시 본인의 유전자가 좋지 않아서 그런건 아닐까하며 자책했고, 나 역시 너무 무리하지 말걸, 내 나이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임신을 하면 당연히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할 수 있을거란 자만심에 이미 8주도 되기 전 알렸던 친구들과 부모님께 연락을 하는 것도 일이었다. 양가 부모님에게 이 아이가 첫 손자였기때문에 시어머니와 우리 부모님 모두 기대가 컸다. 시어머니는 벌써 아이에게 읽어줄 책도 샀다고 했었다. 속상하지만 그 마음을 숨기고 나를 위로해주는 부모님, 그리고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어떤 일들은 아무리 좋은 소식일지라도 천천히 말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8주도 안있었고, 사실은 그냥 세포에 불과한데 왜그렇게 유난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나도 그렇게 무심한 사람이었겠지만, 내가 겪으니 참 마음이 무거웠다. 이미 이름을 지어 부르고, 마음을 주고, 나를 믿고 와준 그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기때문이다.
유산을 했었던 다른 친구들이 유산 후 임신이 바로되지는 않을거라고 조언해주었다. 적어도 다시 생리를 시작한 후 세네번이 지나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민간요법같은 얘기를 해주었다. 그러나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들 태몽을 자주 꿔주기로 소문난 친한 친구가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내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도 혹시 임신하지 않았냐며, 내가 임신 테스트를 하기도 전에 물어봤던 친구였다. 처음 태몽에 대해 야기할 때, 그 친구는 나에게 모든 스토리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유산을 하고나서는 내가 임신했을때 여러 마리의 뱀들이 우글우글 거리고 있었는데 그 중에 몇 마리는 죽어있었다고 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꿈을 꾸었는데 혹시 임신 테스트를 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임신 가능성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알겠다고 하며 태몽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엄청 커다란 아나콘다가 여러층의 건물 계단에 걸쳐서 사람들이 무서워하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하는 꿈이었다고 했다. 혹시 거기에 나도 있었냐고 묻자, 그렇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태몽을 꿀때도 꼭 친구가 나오지 않아도 태몽인 경우가 있다며 확인을 해보라고했다. 반신반의하며 그 날 바로 임신 테스트기를 사와서 해봤는데, 왠걸? 정말 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다. 사실 좋기보다, 갑자기 불안이 밀려왔다. 마침 남편이 여행을 간터라 나는 또 무리를 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다니고, 운동도 과격하게 했으며, 그 날 아침에도 에스프레소 샷이 세잔이나 들어간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다. 유산을 한 지 딱 4개월만이었다.
1.28일이 마지막 생리일이었기때문에, 4주만에 임신 사실을 알게되었다.
2.28일(4주) 에는 다른 친구와 멋진 산수를 보는 꿈을 꾸었다. 동생이 나와 내가 어떤 나라를 보며 백제의 후손이라고 했는데 동생이 '이도'의 후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이도"가 누구야? 하며 깨어났는데, 찾아보니 이도가 세종대왕의 본명이라고 했다. 임신 5주차에 큰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친한 친구가 전화가와서 나의 태몽을 꾸었다고 했다. 그 친구 가족들과 캠핑을 갔는데 회색과 초록색이 섞인 코브라가 나를 따라다니길래 "ㅇㅇ아, 뱀 조심해" 라고 하자 내가 "내거야~ 걱정마" 라고 하며깨어났다고 했다.
남편이 여행에서 돌아오고, 5주차부터는 입덧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차를 샀다. 병원을 다니기 위해서다. 남편과 나는 이번에는 우리에게 찾아온 아이를 잘 지키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