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에 시작된 입덧은 주수가 늘어날수록 심해졌다. 본격적인 입덧은 6주부터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나의 온 신경은 위장에 집중되었다. 위장을 안정시키기위해 상큼한 주스, 입덧에 좋다는 이탈리안 레몬 캔디 등을 사고, 혈자리도 꾹꾹 눌렀다. 하지만 위장의 울렁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친구들이 흔히들 묘사했던, "하루종일 흔들리는 작은 배에 타서 배멀미를 하고 있는 기분"과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아침의 숙취가 지속되는 기분"이 들었다. 쥬스를 마시면 딱 그 순간부터 1분-5분 정도만 안정이 되었다가 다시 입덧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되는 사실이 있다면, 입덧이 심한 산모의 유산율이 그렇지 않은 산모에 비해 적다는 것이었다.
보통 입덧이라고하면 음식을 먹고 다 토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속이 울렁거리기만하고 구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위장을 안정시키기위해 먹은 음식들은 전부 체중으로 직행했다. 임신 2개월차인 5주부터 8주까지 약 2.5킬로그램, 임신 9주부터 14주까지 총 4.3킬로그램이 증가했다. 임신 6주에서 8주도 입덧이 심하다고 생각했는 데 임신 9주부터는 정말 더더욱 심한 입덧이 시작되었다. 밤에 누웠을 때 입덧 증상이 가장 심해져서 최대한 산책을 하거나, 서있다가 눕곤했다. 하지만 산책을 너무 무리하게 해서인지, 또 붉은 피가 비치기도 했다. 또 유산일까봐 너무 두려웠지만 다행이도 그렇게 이삼일만 붉은 피가 나오고 괜찮아졌다.
임신 초기는 유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가 정말 힘들기때문에 모든 행동 거지를 조심했다. 커피도 완전히 끊었고, 좋은 음식만 먹기 위해 노력했다. 일에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 가짐을 가지려고 했다.
임신 8주차, 뉴저지의 산부인과에서는 임신 8주차부터 검진이 가능하다고해서 4주차부터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고싶었던 마음을 억누르고, 4주를 기다려 병원에 갔다. 처음으로 아기 집과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160 으로 뛰는 1.6센치미터의 작은 생명. 다시 한번 이 아이를 위해 내가 희생할 준비가 되었는지, 나는 정말 괜찮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의사선생님은 입덧을해서 구토가 심하게 나서 체중이 감량된다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기때문에 따로 약은 처방해주지 않으셨다.
입덧은 15주까지는 지속되었는데, 출산이나 육아보다 입덧 기간이 더 괴로웠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될 정도로 입덧 기간은 길고, 매일매일 나를 괴롭혔다. 차라리 일에 엄청 집중할 때나 운동을 할 때, 몸을 움직일 때 증상이 잠깐 완화되었고, 차에타거나 음식 사진을 보거나, 음식 냄새를 맡으면 바로 위장이 반응을 했다.
그 중 가장 괴로웠던 음식은 바로 멸치액젓. 한국음식 대부분 멸치액젓을 사용하는데, 멸치액젓의 향이 나지 않아도, 멸치액젓이 들어간 음식만 먹으면 바로 심각한 메쓰꺼움에 시달렸다. 괜찮은 음식은 차갑고 매운 음식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먹을 때 잠시뿐이고, 먹고 나면 다시 고통의 시작.
그렇게 입덧이 끝날때까지 총 7kg이 증가했다.
임신의 전 과정이 많은 이벤트들의 연속이지만, 입덧이라는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을 때 옆에서 남편의 도움이 정말 절실했다. 최소한 냄새나는 음식을 먹지 않고, 냄새에 각별히 주의를 해주는 남편에게 정말 고마웠다.